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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새벽 29(재벌, 교회 그리고 권력) 본문
우면산의 새벽 29(재벌, 교회 그리고 권력)
세습·돈·이데올로기로 ‘한몸’
교체되지 않은 무소불위의 힘
한국은 지금 거대한 역사적 변화의 물결 속에 있는 것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하던 것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일이 생기는 걸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전에 성장과 시장이라고 말해야 했던 것을 복지와 사회로 바꾸어도 어색하지 않게 들리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특히 그렇다. 우리 주변에 뭔가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얼핏 보였다 사라지는 그것이 뭔지는 알 수 없다. 만일 그것이 새로운 사회를 향한 변화의 물결이라면 그 흐름의 한 점 위에 서있는 우리로서는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세월이 흘러 전체상을 볼 수 있게 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 게 무엇이었는지 역사에 기록되는, 그런 성격의 변화일 수도 있으니까. 아니면 스쳐가는 바람이 나뭇잎 한두 개 흔든 것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화담 서경덕이 황진이를 그리워한 나머지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그인가 하노라’ 노래한 것처럼 괜히 들떠서 부질없는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요즘 몇몇 인사들의 언행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혹시 몇 가지 변화에 취해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잠시 잊고 있었다면 이건희·조용기·길자연 세 사람의 이름을 떠올려 보기 바란다. 그것만으로도 현실감각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건희는 반시장적 특혜와 반칙, 편법과 불법으로 성을 쌓고 삼성을 전체주의적으로 운영해왔다. 그랬던 그가 이익공유제를 공산주의 방법인 양 비판하자 어느 순간 그게 재벌 문제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경제구조가 이렇게 왜곡된 것이 재벌의 자비심 부족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재벌 개혁은 어디 가고 자선이라도 베풀어달라며 재벌 앞에서 각설이 타령이다. 한심한 이야기, 비굴한 소리다. 이렇게 재벌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담론이 요즘의 재벌 문제 인식인가.
조용기는 영혼의 안내자가 아니다. 대통령 권력을 붙이고 뗄 수 있다고 믿는 자칭 정치권력이며, 하나의 재벌이자 언론사 사주이다. 세속의 부귀영화를 누림으로써 천당 가기 전 이미 속세에서 스스로 구원받은 자이다.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가 삼갈 것이 없다. 그런 사람에게 일본 대지진이 예수 믿지 않은 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런 이성적 질문은 그에게 적합하지 않다. 그는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 예외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의 빛이 꺼진 한국 사회는 그런 이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그래서 조용기들이 너무 많다. 길자연도 그 많은 조용기의 하나일 뿐이다. 그는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를 위해 돈과 지지자를 모으는 선거운동을 했고, 대통령과 여당을 어르고 압박하고 밀고 당기는 협상을 하며 조직의 이익을 위해 활동했다. 이는 정확히 정치의 개념과 일치한다. 누가 그를 영혼의 안식을 주는 이라고 믿을까. 이건희가 물질세계를, 조용기·길자연이 정신세계를 이끈다는 이분법은 맞지 않다. 이건희야말로 한국인의 삶의 방식을 좌우하고, 한국인의 사고를 지배하는 인물이다. 채권법을 반대해 돈의 흐름을 바꾸려는 조용기·길자연 같은 이가 물질세계의 지배자 아니면 뭔가. 재벌과 교회는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탐욕, 권력, 돈, 세습, 광신, 이데올로기로 그들은 한 몸이다. 그들은 세속적 질서의 지배자이자 기득권의 수호자라는 점에서, 이를 자자손손 유전시키려는 본능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 그들은 정신과 물질의 합일을 보여주고 있다. 교체되지 않는 권력 그들이야말로 이 사회의 진정한 주인이다.
이명박 정권은 이 체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정권을 교체하기만 하면 새 지평이 열릴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귀기울이지 않는 게 좋다. 이명박은 이미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시민들 앞에서가 아니라 길자연 앞에서였다. 이명박을 무너뜨린들 이명박을 무릎 꿇게 한 이들을 무릎 꿇리지 않는 한 변화, 혹은 정권교체는 또 하나의 사기극으로 끝날 수 있다. 누가 이 기득권 구조를 깰 수 있을까? 민주당인가? 민주당도 기득권의 일부였다. 기성체제와의 협력을 통해 집권했고 통치했다. 물론 요즘 변하고 있다. 기득권으로부터 떠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겨우 기성체제의 일부를 무너뜨리고 균열을 냈을 뿐이다. 그것도 이명박 정권 3년의 긴 세월을 다 보내고 2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한 일이다. 게다가 민주당 내부에는 아직도 과거가 온존해 있다. 더 나아갈 수도 있지만 여기서 멈출 수도 있다. 이것이 잠시 돌아본,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이대근 논설위원>
개신교계의 어둠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어요. 나름 큰 소명의식을 갖고 목사의 길을 걷고 있는데…. 요즘엔 지인들 앞에서 목사란 사실이 좀 창피하네요.”
한 개신교회 목사가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다. 다른 목사 한 분도 비슷한 내용을 말했다. “성경 말씀엔 우리들이 빛이 되고 소금이 되어 하나님께 영광을 안기라는 말씀이 있는데…. 요즘 (개신교계)행태는 참….”
이들 40대 목사는 일부의 내로라하는 개신교계 지도자급 선배 목사들이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등 교계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최근 일본 대지진과 관련해 ‘하나님을 멀리한 데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낳았다. 개신교계 최대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금권선거 논란 속에 전·현직 대표회장 양측으로 갈라져 싸움을 하고 있다. 이웃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공격적인 선교, 성장제일주의와 세속화 등으로 개신교는 사회적 신뢰도도 추락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교계 지도자들의 발언과 행태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비판을 부른다.
전화통화를 한 목사들은 같은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성스러운 직분마저 오히려 부끄러워했다.
16일 한국 개신교계의 보수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기총의 사무실 앞에서는 한기총 해체를 촉구하는 개신교인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교회개혁실천연대·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10개 개신교 단체는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를 구성해 한기총 해체 운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 교단·단체의 한기총 탈퇴 운동 등을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개신교계의 여러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젊은 목회자 상당수는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흔히 말한다. 지난 수십년간 개신교회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문제들이 고착화된 데다, 이젠 대형교회로 대표되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많은 신자 또한 그들 목회자에게 동화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실제 조용기 목사의 여의도순복음교회는 50여년 전 천막교회로 시작했지만 이젠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회가 됐다. 한때 조 목사는 이단으로 지목돼 핍박을 당하기도 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잘 믿으면 구원과 더불어 부, 건강까지 얻는다는 ‘삼박자 축복’ 등을 통해 성장했다. 이제 조 목사를 뒤이은 이영훈 담임목사는 개신교계 진보진영을 대변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을 맡고 있다.
개신교 개혁의 답은 그 내부에 분명히 있다.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목회자의 길을 늘 살펴보고, 회개하는 젊은 목회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부끄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그들이 바로 개혁의 씨앗들이다.
또 있다. 신자들이다. 이제 많은 신자들은 독선과 아집에 빠지고, 시대적 소명을 무시하는 목회자들의 일방적 설교에 등을 돌린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는 열심히 성경 공부를 하면서 교만을 경계하는 청년들이 많다. 이들은 개혁의 일꾼들이다. 실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일하고 있는 한 젊은이는 “바뀔 겁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최근 중세 로마 가톨릭에 저항(프로테스트)해 개신교(프로테스탄트)를 탄생시킨 현장인 유럽의 종교개혁 성지들을 순례했다. 종교개혁 현장을 답사하는 동안 종교개혁가들의 정신이 수백년 흐른 지금도 한국 개신교계에는 유효함을 절감했다. 어둠이 짙을수록 새벽은 가깝다고 믿는다. 그리고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은 없다.
<도재기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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