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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와 리비아 대수로 공사

두바퀴인생 2011. 2. 26. 09:36

 

 

카다피와 리비아 대수로 공사

 

몰락을 눈 앞에 둔 리비아의 국가원수 카다피와 한국건설의 인연은 꽤 깊다.

1977년 신원개발이 국내 건설업체로는 처음으로 리비아 땅을 밟았다. 이후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삼성물산, 한양 등 대기업이 줄줄이 이곳에 진출했다.

1980년대 중반 동아건설이 대수로 공사를 따내면서 한때 리비아에서 일하는 국내 건설인력이 2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 시기 리비아 땅에서 모래바람과 싸우며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국내 건설업체들은 1977년부터 지난 달까지 리비아에서 366억달러(295건)를 수주했다. 대우건설과 동아건설이 각각 100억달러 이상씩을 계약해 리비아 공사 수주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리비아대수로관리청(GMRA)이니, 주택기반시설청이니 하는 발주주체가 있었지만 사실상 그 뒤에는 혁명지도자로 불리던 독재자 카다피가 있었다. 카다피와 국내 건설업체의 돈독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카다피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이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는 수시로 대면할 정도로 아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리비아 특성상 모든 의사 결정이 카다피 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한국이 리비아에서 승승장구하는데는 카다피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다른 편에서 보자면 선발 건설사 오너들이 카다피와 인간적인 신뢰를 쌓은 덕이기도 하다.

동아건설은 1983년 32억 9700만 달러 규모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따냈다. 사하라 사막지하에서 뽑아낸 물을 리비아 북부 벵가지와 시르테까지 보내는 전장 1874km의 인공수로를 건설한 대역사다.

 

1983년 동아건설이 이 대수로 공사의 수주를 따냈을 때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는데, 왜냐하면 이게 단일 공사로서는 세계최대 사업이었다. 동아건설 측은 지름 4미터에 총 길이 1872km의 대수로 공사에 대한 정보를 2년 5개월 전에 입수하고, 정보를 입수하자 마자 사내에 비밀전담반을 구성하여 공사 입찰 계획을 세웠고, 최원석 동아건설 회장은 21차례나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이렇게 공사를 따낸 동아건설은 연인원 1100만명, 550만대의 중장비를 동원하여 공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게 그냥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지름 4미터 짜리 수로관을 묻는 것도 큰일이었지만, 공사에 한치의 오차가 있어도 안 되었다. 까닥하다간 물이 다른 곳으로 흘러갈 수 있었고, 수압 때문에 관이 터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고도의 기술력과 장비, 장기적인 계획과 관리가 필요한 사업이었다.

그리하여 8년 후, 1991년 1차 통수식을 가지면서 이 초국가적인 프로젝트는 실현되었는데, 카다피는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좋아했다. 이 통수식이 있기 2년 전인 1989년에 동아건설은 2차공사 수주까지 따 내게된다.
 
1단계 대수로 공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62억달러 규모의 2단계 공사도 동아건설이 따내면서 한번 맺은 신뢰로 카다피는 총 공사비 100억달러 규모의 3, 4단계 대수로 공사 역시 동아건설에 몰아주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최원석 회장은 리비아 영빈관에서 카다피를 만났는데, 리비아 방문 때 전용기를 타는 등 카다피로부터 국빈대접을 받았다.
 
대우건설은 리비아에서도 '카다피의 약속이 있어야 가능한 공사'를 국내 업체로는 가장 많은 160여건이나 따냈다.

지난해 우리 외교관이 추방되는 등 리비아와의 외교 갈등에서도 국내 건설사 최고경영자(CEO)가 나서 막후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오랜시간 독재자와 쌓은 신뢰와 인연 때문이다.

 

그런데 IMF쯤, 동아건설은 국내 사업을 확장하다 자금 부족과 부채가 늘어났습니다. 그러다 결국 파산했고, 이에 리비아의 대수로 공사도 상당히 지장을 받게 되었다. 카다피는 한국 정부와 동아건설 측과 충돌하면서도 어떻게든 동아건설을 살려 대수로 사업을 끌고 가려 했다. 1,2차 공사를 완성한 동아건설의 기술과 한국인의 근면성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카다피는 최회장과 개인적인 친분도 강했다. 1차 대수로 공사가 진행될 시기에 근접국인 차드가 침공해 온 적이 있었는데, 차드가 침동해 온 지역이 사하라에서 가장 지형이 험한 지역이었고, 덕분에 탱크가 원활히 움직일 수 없었다.
이에 동아건설의 부회장이 직접 사막에서 기동이 원활한 공사 장비들을 끌고가서 리비아 군을 도와 차드 군을 격파하는 데 공헌하였다고 한다. 당시 수송관 운송 차량들이 큰 활약을 했다고 하는데, 자세한 상황까지는 알 수 없으나 병력과 장비 전개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을 던 것 같다.

                                                       

 

1983년 이후 계속 이 대수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에 투입된 자재와 인력, 장비는 세계 역대 토목 건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최대 공사로 브리테리커에 기록되기도 했다.


현재도 진행 중인 이 대공사가 지난번 선교사와 우둔한 국정원 요원으로 인해 위기를 겪은 바가 있으며, 또 이번 민주화 시위 사태로 공사 현장 장비와 한국 근로자가 피습받는 등 중단 될 위기에 몰려 있다.

 

 

 

대수로 공사 일지

1단계 : 타저보 지역부터 벵가지까지 917㎞의 관을 설치한 후 사리르 지역과 시르트의 955㎞를 잇는 총 1,872㎞에 다다르는 거리를 송수관으로 연결하는 공사. 39억달러 (4조 1천억원)의 규모.
 
2단계 : 자 발하수나 지역부터 수도인 트리폴리를 연결하는 1, 712㎞에 송수관을 연결하는  공사.  63억달러(6조 6천200억원)의 규모.

3단계 : 아즈다비아 지역부터 토브록간의 500km와 사리르와 쿠프 라 지역간의 325㎞, 서트부터 트리폴리간 180㎞ 등 총 1,005㎞ 규 모를 연결하는 공사.

4단계 : 바브 알 카비르 지역부터 서트간의 715㎞를 연결하는 공사.

5단계 : 아즈다비아와 토브록간의 450㎞를 송수관으로 연결하는 공사.

<리비아 대수로 공사 일지>
 1945년 8월 충남토건9동아건설 전신) 설립

 1968년 7월 대한통운 인수

 1983년 11월  6일  리비아 대수로 1단계 공사 계약(동아, 대한통운 컨소시엄)
 1984년  1월  6일  1단계 공사 착공
 1990년  2월  4일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 계약(동아, 대한통운 컨소시엄)
 1990년  6월 25일  2단계 공사 착공
 1991년  8월 28일  1단계 공사 BENGHAZI-SIRT 통수
 1993년 12월  1일  2단계 공사 1차 기간 연장(1999.6.24)
 1995년  3월 23일  1단계 공사 예비 준공
 1996년  9월  1일  2단계 공사 TRIPOLI 통수
 1998년  8월   외환위기 이후 워크아웃 1호 기업으로 선정

 1999년 10월 18일  2단계 공사 2차 기간 연장(2001.01.31)

 2000년 11월 법정관리 개시 결정
 2001년  5월 11일  법원의 동아건설 파산 선고
 2001년  7월 22일  발주처와 합의서(agreement) 체결(1단계 복구 공사 수행방안 및 2단계 공사 공기 확정 2003년 1월 31일)
                         리비아 공사 지급보증 기간 연장(서울/외환은행 및 UBAF외 국제금융단 보증 연장 2005년 1월 31일)
 2003년  8월   리비아 대수로 공사 인수 협상 개시
 2004년 9월 채권단 파산채권 매각결정

 2004년 12월 27일  리비아 대수로 2단계 잔여 공사 계약(대한통운)

 2005년 1월 파산채권 월드스타컨소시엄에 매각 결정
 2005년 6월 30일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 완공

 

 

월드스타홀딩스컨소시엄은 동아건설 파산채권을 매입한 이유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동아건설 정상화보다는 대한통운 인수가 주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월드스타는 오래전부터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강한 집착을 보여온 프랑스 최대 건설업체 빈시그룹과 건설장비 분야를 키우고 있는 르노자동차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월드스타가 인수한 동아건설 채권에는 대한통운이 동아건설 계열사 시절 보증을 선 1700억원가량이 포함돼 있는데, 이 채권은 내년에 대한통운 지분으로 출자전환될 예정이다. 출자전환을 마치면 월드스타는 대한통운 지분 11%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여기에 자산관리공사 등이 가지고 있는 대한통운 보증채권 5800억원어치도 추가 매입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월드스타의 대한통운 지분은 37%로 늘어나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대한통운은 최근 동아건설이 맡았던 23억달러 규모의 리비아 3∼5차 대수로 공사를 인수했으며, 60억달러 이상으로 예상되는 6~19차 공사 수주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