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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하산길

두바퀴인생 2011. 2. 23. 05:47

 

 

권력의 하산길

권력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역사를 기술하면서 권력이란 어쩌면 무상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많은 영웅호걸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고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족적은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힘들다. 반정으로 권력을 잡았던, 아니면 적장자로 왕위를 물려받았던, 그의 치세는 내외 정책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어떤 인물이 그를 보좌하였고, 그 당시 자주 발생하였던 천재배지변이 얼마나 적게 일어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신라의 경우 아무리 선정을 베풀고 지대한 노력으로 치세를 영위하려했지만 게속되는 외침과 무자비한 천재는 국력을 마비시켰고 백성들의 삶을 곤궁하게 만들었다.

 

이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접어들고 수백 명의 낙하산 인사들이 정부 각 기관에 줄줄이 포진하여 권력을 향유하고 있다. 이제 후반기 남은 기간 과연 얼마나 국민들의 삶을 변화시킬 것인가?

 

그동안 여러 정황을 보건데, 크게 달라질 전망은 없다. 하는 것마다 장벽에 부딪히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어슬프기 짝이 없는 모양세다. 내치던 외치던 소통이 없다고 난리고 야당과 재야의 좌파들은 거품을 품고 독설을 내뿜기 바쁘다. 북과는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을 포함하여 더욱 경색되어 버렸고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안보 등 전 분야에서 국민들을 속 시원하게 해주는 치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고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원유가는 중동 사태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국내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민들의 삶은 더욱 피곤하다. 일자리도 없고 실업자는 날로 늘어만 가고 있다.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 합바 비리 등 권력의 주변은 부정과 비리로 더욱 얼룩지고 썩는 냄새기 진동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부도 사태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현명하지도 못하고 지혜롭지도 못하다. 무언가 과감한 돌파구를 만들지도 못하고 대외 관계도 강대국의 눈치만 보기 급급하다.

 

벌써 차기 대권 도전에 여럿이 침을 흘리고 있는 모양이다. 차기 대권주자 중 누가 다음 권력을 잡던 현재 진행형의 정치 현실에 더 낳을 전망도 기대도 보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박영철 논설위원의 글을 보자,

 

권력의 하산길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통계’. 영국 전 총리 디즈레일리에 따르면 이 중 가장 나쁜 거짓말은 통계다. 정치학자 강원택 교수가 물었다. “40%대 후반이라는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을 뒷받침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체감민심도는 낮은데 여론조사 수치는 높게 나오는 현상에 대한 의문이다. 낮은 응답률, 집전화로만 조사하는 기법상 한계, 진심을 숨기는 관습적 태도가 요인일 것이다. 그 무엇보다 착시현상을 직시해야 한다. 임기 초반에 지지도가 워낙 낮았기에 그저 그런대로 높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간 추세를 보고, 전 정부와 대비하면 대통령 측근들이 지지율을 두고 자랑만 할 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5월 촛불시위로 19.7%로 떨어진 뒤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등으로 한동안 바닥인 30%대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친서민 정책, 세종시 수정추진 등으로 지지율이 오르다 2010년 5월 천안함 폭침 조사 결과 발표에 즈음해 50% 초반 지지율을 기록했다. 임기반환점과 임기 만 3년을 넘으면서도 40%대 후반이다. 임기반환점을 돌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69.9%, 김영삼 대통령은 59.9%였다. 착시는 노무현 대통령 하고만 단순비교하는 영악함 때문에 생긴 것일 게다.

하산 때 무릎에 전해지는 하중은 체중의 3배나 된다. 등산 때보다 위험하다. 권력도 내리막길에서 조심해야 한다. 하산길에 임기말 증후군이 독버섯처럼 피어나기 때문이다. 임기 4년차에 접어들면 측근실세들의 비리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노무현도 김대중도 김영삼도 이 난코스를 무사히 넘어가지 못했다.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이 누군가. 국방차관 때 장관을 물먹여도 대통령이 지켜준 실세다. 그런 그가 건설현장의 함바비리 사건에 연루돼 공직에서 불명예퇴직했다. 배건기 청와대 감찰팀장이나 강희락 경찰청장의 추락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들로 정의와 공정을 입에 담고 산 자들 아닌가. 그들이 비리에 연루된 것은 옐로 카드다. 이 대통령의 하산길이 걱정되는 것이다.

측근 실세들의 부패는 권력의 일각이 무너진다는 신호다. 그들을 색안경 끼고 들여다봐야 할 때다. 권력기관에 2∼3년간 있다 보면 초심은 사라지고 권력의 단맛에 취하게 된다. 민심과 동떨어진 지지율에 도취돼 있을 때가 아니다. 청와대나 정부의 측근 실세들 중에 썩어서 냄새 피우는 자들은 없는지 봄맞이 대청소를 해야 할 때다.

백영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