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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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3월 (갈등 공화국)
봄의 향기가 대지위로 솔솔 열기를 내뿜고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어느 시대나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만 살아오지는 않았다. 인간사에 항상 반복되는 갈등과 불평등, 권력에 대한 끝없는 탐욕은 수많은 전쟁과 죽음, 피를 부르는 갈등을 불러온 것은 사실이다. 부패한 정권은 반드시 무너졌으며 독재를 휘두른 지배자는 언젠가 다른 정적에 의해 사라졌다. 원대한 이상과 꿈을 제창하며 출발한 어떠한 정권이나 정부도 권불십년라던가 결국은 부패하여 무너졌다. 중국의 수많은 정권이 부침하면서 짧은 명맥을 유지하기 급급했으나, 우리 조선은 신라 1000년 역사를 포함하여 고구려, 고려,이조가 대부분 500년 가까운 역사를 유지했다. 그래서 정권이 오래 갈 수록 그만큼 지배층의 부패 강도는 더하였으며 백성들의 피눈물은 처참하기만 하였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인간 세상에는 하나의 호소에 불과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권력과 재물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무소유에 대한 이상적인 마음은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존재는 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게 허용하지를 않는다.
지금 나라는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탐욕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청년 실업이 넘쳐나도, 성폭력의 살인이 부녀자들에게 두려움이 증폭되고 불신과 사기, 탈법이 난무하는 세상이지만 그들은 오로지 더 많은 권력을 갖기 위해 오늘도 피를 튀기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철새 창당, 철새 정치인
선거 때면 등장하는 ‘창당 러시’와 ‘철새 행각’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정책이나 비전 없이 당선만 되면 상관없다는 정치권의 상술(商術)이 빚어낸 한국 정치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국민참여당’이 창당된 것을 시작으로 심대평 의원의 ‘국민중심연합’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평화민주당’이 각각 창당을 앞두고 있다. 국민중심연합은 충청권을, 평화민주당은 호남권을 각각 기반으로 해서 지방선거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모두 18개로, 창당준비에 들어간 정당까지 합하면 26개에 달한다.
선거를 겨냥한 창당 붐은 정치권에서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2008년 총선에선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인사들이 ‘친박연대’를 만들었다. 친박연대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래희망연대’로 옷을 갈아입었다. 2006년 지방선거에 앞서서는 국민중심당이, 2004년 총선을 앞두고는 열린우리당이 각각 창당됐다.
이처럼 선거철만 되면 신당 바람이 부는 것은 기존 정당의 공천 갈등을 역이용해 ‘이삭줍기(공천 탈락자 모으기)’에 나서려는 속셈이 반영된 결과다. 또 급조된 신당들은 이후 기존 정당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정치적 지분을 챙기기도 한다. 야권에선 출범한 지 석 달도 안 된 국참당이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화 협상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정강과 정책을 내걸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는 정당 정치의 대원칙은 찾아보기 힘들다.
창당 러시는 ‘철새 논란’과 동전의 앞뒷면이다. 한나라당은 15일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인사들을 ‘전문가 영입’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며 이들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략 공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성희롱 전력이 있는 무소속의 우근민 제주지사를 복당시켰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여야 지도부의 ‘묻지 마 영입’은 당의 정체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현실 정치에서도 마이너스가 되기 쉽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한정택 전임연구원이 2006년 지방선거의 재당선율을 분석한 결과 당적을 바꾼 기초단체장 후보 57명 중 21명(36.8%)만이 재당선됐다. 반면 당적을 유지한 재출마자의 당선율은 101명 중 91명이 당선돼 90.1%에 달했다.
14∼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이어 총선에 출마한 현직 의원 904명 중 당적을 바꿔 출마한 191명의 재당선율은 39.8%(76명)였다. 당적을 변경하지 않고 출마한 의원(713명)의 재당선율(66.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잦은 당적 변경 논란에 휩싸인 당사자들의 성적표가 좋지 않음이 입증된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은 한나라당으로 12년 3개월이 됐다. 반면 미국의 집권당인 민주당은 182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두 나라의 정치수준 차이가 집권당의 역사 만큼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요란한 선거 구호보다 소박한 원칙이 아쉽다.
갈등 공화국
세종시, 4대강 사업, 무상급식…. 우리 사회의 갈등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갈등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첨예한 대립들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양상이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계층, 지역, 이념, 세대 간 갈등은 필연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친 게 문제다. 갈등 요소가 발생하기만 하면 예사로 해를 넘긴다. 또한 폭력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치권은 당파적 이해관계에서, 시민사회는 가치관과 이익에 따라 서로 반목하고 다투기만 한다.
관용, 타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비극이다. 이 때문에 갈등의 의제만 던져놓고 수습은 하지 못해 ‘치킨게임’으로 변질된다. 외부에 비쳐지는 이 같은 원시적 대항은 국가의 품격을 추락시키고 국가 브랜드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힐 게 뻔하다. 공생의 길은 한없이 멀지만 공멸의 길은 언제나 가깝다.
갈등이 심해지면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사례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의 역사는 내부 갈등에 함몰된 나머지 외세의 침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무너진 경우가 많다.
갈등의 순기능도 없지는 않다. 지나친 갈등은 공동체를 파괴하지만, 적절한 갈등은 사회의 건강성을 촉진하기도 한다. 그 해결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사회통합을 통해 새로운 발전동력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갈등은 필요선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 민간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중 터키 폴란드 슬로바키아에 이어 네 번째로 사회갈등이 심하다고 분석했다. 소득불균형 정도와 민주주의적 성숙도, 정부의 효과성 등을 따져볼 때 갈등지수는 0.71로 OECD 평균(0.44)보다도 훨씬 높았다.
갈등지수가 높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고소ㆍ고발과 관련한 통계다. 지난 2005?2009년 기간 전체 형사사건 중 고소ㆍ고발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31%에 달했다. 또 고소ㆍ고발사건 중 혐의가 없어 불기소 처분되는 사건이 70%에 가깝다. 갈등문제를 당사자 간에 합리적으로 풀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 이 같은 고소ㆍ고발 남발이 이어지는 것이다. 불필요한 고소ㆍ고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모두 국민 전체의 불이익으로 돌아온다.
정부 차원의 갈등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갈등이 생기고 해결되기까지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정부적 사회적 역량이 절실한 것이다. 갈등 중재가 보편화된 미국에서는 지역사회마다 공ㆍ사립 중재기관들이 운영돼 갈등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공적인 분쟁해결제도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국가 차원의 갈등 관리체계는 물론 민간의 갈등관리 역량도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민간 차원의 갈등 조정능력은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갈등과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소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지만, 여전히 고소ㆍ고발로 검찰, 법원 등 공적기구에 해결을 의존하는 양상이어서 안타깝다. 갈등을 원만히 해소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성숙도나 사회적 역량이 그만큼 낮다는 뜻이다.
타협과 양보를 찾아가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부재, 타인의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는 옹졸한 태도, 우리 사회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교육개혁
교장 선생님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장면, '막장 졸업식' 소동, 어린 여학생이 교내 폭력으로 인해 항우울제로 근근이 지내고 있다는 소식들이 바로 그런 예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계만큼 불협화음과 말썽이 많은 영역도 없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대통령마저도 "교과부가 없는 것이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라는 과격한 표현도 있었다"라는 말을 인용했을까. 교육 비리를 없애기 위해서 교장 공모제, 교육감 권한 축소, 수석교사 공모를 통한 장학사 선발과 같은 제도를 개선하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현실성을 갖추었는지 냉철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교장공모제에 있어서도 교과부는 교장 자격증이 있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교장을 선출하는 교장공모제를 전국 공립학교의 절반까지 확대키로 했다. 하지만 교육 비리의 원인이 근무평가 수치를 높여 남보다 일찍 자격증을 따려는 왜곡된 승진구조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일정 경력이 지난 교사들에게도 공모에 응할 수 있는 자격을 폭넓게 부여하는 것도 논의해 봐야 한다.
교과부 방안대로 교장 자격증 소지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 공모제로 제한해서는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초·중등학교 교육경력 20년 이상인 교육공무원 또는 사립학교 교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형, 당해 학교 교육과정과 관련된 교육기관 또는 단체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인사를 대상으로 하는 개방형 등 이미 일부 자율학교에서 시범시행중인 공모제 형태를 더 다양화하고 일반 학교로도 확대하지 않을 합리적 이유가 없다. 초빙형 공모제를 시행해온 304개 일반고 일각에서 교장 정년의 편법 연장 수단으로 악용돼온 사실이 엄연하지 않은가.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각계에서 경륜을 쌓고 능력이 검증돼 학교 운영에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인사 등도 교장 공모 대상에서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그 문을 닫은 채로는 전국 9300여개 국·공립 초·중등학교의 절반으로 공모제를 확대해도 무늬만에 그칠 우려가 크다.
그동안 교과부가 내놓은 각종 개혁안들이 흐지부지된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국가가 한 번 정한 정책은 그 타당성과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예비조사와 검증이 선행돼야 옳다. 전 국가적으로 개혁에 팔을 걷어붙였는데도 또 다시 흐지부지된다면 정부 정책의 전방위적인 신뢰상실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처음부터 세밀하고도 구체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교육개혁은 소리만 요란한 헛구호에 그치고 만다.
청년실업
2개월 연속 5% 안팎의 실업률 고공행진 속에 청년실업률이 10년 만에 10%대로 진입하는 등 고용사정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률은 4.9%로 지난해 2월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 3%대 실업률이 1월 5.0%로 급등하자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했던 정부 진단과는 다른 흐름이다. 청년실업은 특히 심각해 15∼29세 실업률이 10.0%로 2000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실업 추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공공부문의 변수 탓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고용 총량을 근근이 지탱해왔던 희망근로, 청년인턴 등 공공 일자리는 2월 처음으로 감소하면서 1만7000개가 사라졌다. 3월부터 재개된다지만 일자리는 지난해 35만개의 절반 이하로 대폭 줄어든다. 제대로 된 일자리보다는 공공 일자리에 의존하는 청년들이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면서 실업률 수치를 높이고 있다. 공공 일자리의 덫이다.
최근 고용동향은 공공부문에 기대는 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젠 중심축을 민간부문으로 옮겨가야 한다. 2월 제조업 취업자가 4만5000명 늘어나는 등 비공공부문의 일자리가 14만2000개 증가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기업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선제적인 지원 없이는 재계의 300만 고용 창출 플랜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국회 또한 발을 묶고 있는 163건의 고용·노동 관련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대증요법으로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두 배가 넘지만 중소기업은 20만명 이상의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대졸 백수’들의 신음 속에 지난해 대학생 수는 307만명으로 1990년보다 배 이상 늘었다. 이런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를 해소하려면 대학 교육을 기업 수요에 맞게 바꾸고 전문계 고교의 취업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차세대 주역들을 좌절 속에 방치해선 한국경제의 미래가 없다.
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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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가계부채가 너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가계신용의 증가 속도는 가계부채가 선진국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보다 빠르다. 우리 가계부채는 2000년 이후 지난해 4분기까지 영국 2.16배보다 훨씬 빠른 3.42배가 늘어났다. 특히 국내 가계신용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지난해 1분기 소폭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급반전됐다. 금융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2분기에서 4분기까지 약 50조원이나 증가했다.
두 번째, 가계 능력에 비해 너무 과도하게 부채가 늘고 있다. 과도한 가계부채로 국내 가계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개인총처분가능소득 대비 국내 개인금융부채는 2007년 말 현재 약 150%인데, 이는 영국의 약 170%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자금순환표상 금융부채/자산 비율의 경우도 한국은 45%로 일본 20%대 초반, 미국 30% 수준, 영국 35% 수준보다 월등히 높다.
세 번째는 높은 원리금상환 부담이다.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로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부담액을 나타내는 원리금상환부담률(DSR·debt service ratio)이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차입한 가계의 원리금상환부담률은 15% 수준으로 금융 위기의 도화선이 된 미국의 13% 수준보다 높다.
네 번째는 자산 유동화 가능성이 취약한 점이다. 국내 가계자산이 대부분 실물자산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 여건 악화 시에 현금화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국내 가계의 실물자산 증가는 상당 부분 가계부채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자칫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거나 실물자산이 유동화되지 못할 경우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은 크게 저하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저소득층의 부채상환 능력이 미약한 점이다. 국내 가계부채 중 62% 이상은 소득 4~5분위의 중산층 이상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이 떠안고 있는 가계부채 부담이 매우 과중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4분기의 경우에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이 크게 늘어나 서민 금융의 부실 가능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지난해 4분기의 전기 대비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은 3분기 5조5000억원보다 2조1000억원 증가한 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대출심사기준이 까다로운 예금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서민들이 저축은행에서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만일 서민경기 회복이 지연된다면, 이런 상황은 저축은행과 같은 비은행예금기관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가계부채를 너무 위험시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부채가 쌓이는 경우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을 명심해 가계부채의 취약 부문을 수시로 면밀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경제 추락
일본 간판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적시재고시스템(just-in-time)으로 원가절감의 선두주자였고 품질관리의 대명사로 불렸던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과 이에 따른 의회 청문회, 일본의 자존심이었던 소니가 삼성전자에 밀리고 심지어 일본 15개 전자업체 총이익이 삼성전자보다 적을 것이라는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보도, 그리고 2조3221억엔의 부채를 견디다 못해 49년 만에 상장폐지된 JAL 등이 일본의 현주소다. 지금은 사정이 이러하지만 이들도 한때 잘나가던 기업이었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자동차종주국 미국의 자동차업체 빅3인 GM, 포드, 크라이슬러 중 두 개 회사의 파산보호신청을 이끌어낸 주역이었다. 소니는 워크맨신화로 세계 전자업체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적이 있었다. JAL은 매출순위로 세계 3위 항공사였다. 이 때문에 단기수익보다 장기시장점유율, 단기고용계약보다 종신고용을 중시하는 일본식 경영이 서구식 경영보다 각광을 받았었다.
이런 일본기업의 추락은 우리에게 두 가지 화두를 던지고 있다. 첫째, 무엇이 일본기업의 위기를 가져왔는가에 대한 원인규명이다. 혹자는 일본에 없는 우리의 역동성과 재벌로 대변되는 주인경영이 소니를 능가한 삼성전자의 비결이라고 한다. 반도체의 치킨게임에는 주인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이 하드웨어 중심의 양적성장을 추구해온 지금까지의 삼성전자에는 유효했지만 소프트웨어 중심의 질적 고도화를 달성해야 하는 미래의 삼성전자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더 나아가 도요타 및 소니의 추락이 1등의 함정에 빠진 오만 때문이었다면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에 바탕을 둔 혁신조직이 필수적인데 이런 면에서 한국기업이 일본기업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다.
JAL은 비록 민영화됐지만 강력하게 경영권을 행사할 주체가 없어 정부 관료의 낙하산 인사로 경영진이 선임됐다. 또한 JAL노조, JAL기장조합, JAL승무원조합 등 각종 노조의 난립으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해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지금 우리의 많은 공기업도 JAL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또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생산능력이 7.5%로 세계 7위에 머물고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
둘째, 일본기업의 몰락은 일본사회의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일본경제가 활력을 상실한 데에 근본원인이 있다. 고령화는 소비부진을 가져오고 이는 바로 디플레이션 경제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일본도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1994년 엔젤플랜을 시초로 여러 가지 대책을 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이 필수적인데 이는 일본의 문화적인 배경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도 일본과 비슷해 지금까지 저출산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우리는 일본의 추락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 없다. 아직 일본의 GDP는 우리의 5배이니 일본의 현재가 우리의 미래일 수 있다.
우리는 일본기업의 추락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의 약점을 보완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일본기업의 추락 속에서도 우리가 비상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일본보다 잘나서가 아니다. 아직 우리가 일본의 위치까지 가지 않아 추락을 면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외부환경 변화라는 도전에 유연성에 기초한 개혁으로 응전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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