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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우면산의 겨울 51 (삼성, 남은 과제)

 

 

우면산의 겨울 51 (삼성, 남은 과제)

 

 

아침 

 

졸면 죽는다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로 등극한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치명적인 시련을 겪고 있다. 미국과 유럽시장에 판매된 430만 대의 차량을 리콜하고 있다. 연간 생산대수의 절반이 넘는 막대한 규모다. 리콜 대상도 캠리, 라브4, 코롤라 등 핵심 주력 차종에 집중돼 있다. 리콜은 운전석의 바닥 매트가 가속 페달을 압박하는 사소한 결함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안전과 품질의 도요타' 신화에 한번 금이 가자 상황은 순식간에 악화됐다. 가속 페달을 누르기 힘들거나 제 위치로 잘 돌아오지 않는 구조적 문제까지 드러났다. 도요타는 8개 차종의 생산과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극약처방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승자의 저주'는 도요타가 80년 만에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꺾은 지 불과 3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전문가들은 위기의 원인을 전략의 실패에서 찾고 있다. 도요타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마진이 높은 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치중하는 바람에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가 줄어들었다. 여기에다 GM을 의식해 전 세계 1000만 대 생산체제 구축을 서둘면서 품질 관리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것도 실책으로 꼽힌다. 원가 절감을 위해 공통 부품을 사용하는 차종을 늘리면서 사소한 부품 결함이 대량의 리콜 사태라는 참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도요타의 시련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한국의 휴대전화 산업도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노키아를 따라잡는 게 목표였다. 고가폰과 저가폰 시장을 골고루 공략하는 '다양화' '차별화' 전략이 성과를 거두면서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30%로 높였다. 노키아 추격을 눈앞에 둔 것이다. 그러나 올 들어 세계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스마트폰 열풍으로 경쟁 상대가 갑자기 노키아에서 애플로 바뀌는 중이다. 아이팟과 아이폰을 히트시킨 애플은 어제 새로운 태블릿PC인 아이패드까지 공개하면서 세계 모바일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동안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통신업체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게 최우선이었다. 하드웨어의 품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이 성패를 좌우했다. 그러나 애플의 등장으로 기존 패러다임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편리성으로 고객을 사로잡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무기로 통신업체까지 휘어잡고 있다. 애플은 무선 콘텐트 유통구조까지 파괴하고 있다. 아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작정한 것이다. 애플은 혁신적 아이디어 없이 맞서기는 어려운 존재다. 이는 스마트폰에 새로 뛰어든 구글도 마찬가지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 사장은 “우리는 대기업이 패망하는 5단계 중 4단계에 와 있다”며 “구세주에게 매달려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곱새겨봐야 할 경고다. 우리 대기업들도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한 제품도 적지 않다. 그러나 높은 산일수록 칼바람은 거세다. 정상에 오르기도 어렵지만 오래 머물기는 더욱 힘들다. 세계 1위라도 졸면 죽는 세상이다.

 

 

 

등산로

 

 

삼성 이야기의 마지막

 

삼성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과 남은 과제

 2009/07/0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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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 민변- 민주법연- 참여연대,
 『삼성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과 남은 과제 
: SDS 파기환송심 쟁점과 삼성 소유지배구조 변화 전망』 토론회 개최


2009년 7월 7일(화) 오후 2시 서초동 서울변호사 교육문화회관 대회의실
-곽노현 교수, 대법원 다수의견 법리 조목조목 비판
-김영희 변호사, SDS 주식 공정가격 적정한 거래사례 기준해야
-김진방 교수, 삼성의 소유지배구조 문제점 지적 및 지주회사 전환 전망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회장: 백승헌 변호사), 민주주의법학연구회(회장: 서경석 인하대 교수 ), 참여연대(대표: 임종대, 청화) 등 4개 단체는 오늘(7/7 화) 오후 2시부터 서초동 ‘서울변호사 교육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삼성 대법원판결의 문제점과 남은 과제 - SDS 파기환송심 쟁점과 삼성그룹 소유지배구조 변화 전망』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김상조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토론회는, 곽노현 교수(방송통신대 법학과)와 김영희 변호사(경제개혁연대 부소장), 김진방 교수(인하대 경제학과;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위원장)가 각각 발제를 맡았다.

 먼저, 곽노현 교수는 「대법원의 삼성경영권 무세세습 면죄부 판결 비판  - 비겁하고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사이비법리의 극치」라는 주제의 발제문에서, 삼성특검의 삼성 봐주기식 수사내용과 공판 자세에 대해 비판하고, 대법원 다수의견의 법리를 조목조목 반박하였다. 먼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이 애초 주주배정 방식이었기에 적정가 책정  의무가 회사에 없었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상장 여부를 떠나 회사에 적정주가 발견 및 책정 의무가 있는 것은 당연하며, 다만 비상장기업의 경우 기업규모와 전환사채 등의 발행규모에 반비례해서 적정가 책정의무가 완화될 뿐으로 이해해야 옳다고 밝혔다. 따라서 1996년 당시 총자산규모가 1조원에 달했던 거대기업 에버랜드의 경우, 적정주가에 전환사채를 발행할 선관의무를 완화해 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대법원 다수의견의 핵심 법리를 이루고 있는, ‘제3자 부당이득은 합리적 주주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판단에 대해, 당시 저가발행 신주의 주주배정 및 실권발생분의 제3자 배정은 에버랜드 주총에서 주주들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이사들이 결정한 사항이며, 주주들은 주주배정이건 제3자 배정이건 전환사채 발행의 가부 및 조건에 대해 명시적 의사표시를 한 적이 없으므로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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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욱이 ‘주주배정 시 헐값발행의 배임무죄’ 법리는 기존주주들의 100% 가까운 인수의사를 전제한다. 하지만  “실권분이 상당한 정도”(대법 소수의견)에 달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합리적 주주라면 제3자 배정 승인은 첫째, 발행가의 저가성이 현저하지 않을 것, 둘째, 발행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 셋째, 실권비율이 높지 않을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실권분의 제3자 배정 결과 그 제3자가 지배주주로 바뀐다면 이는 실권분 제3자 배정의 목적과 허용한계를 넘는 제도남용행위로서 원천무효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곽노현 교수는 대법원 다수의견의 ‘실권분 제3자 배정 배임무죄’ 법리는 그 효력발생에 아무런 전제⋅요건⋅한계가 없다는 점에서 무분별하기 이를 데 없는 사이비법리에 지나지 않으며, 향후 이번 대법원의 다수의견에 따라 여타 재벌들도 에버랜드 방식, 즉 ‘주주배정 방식의 헐값발행 → 계열사주주의 고의실권 → 대량 실권분의 총수자녀 배정’ 방식으로 얼마든지 경영권을 헐값 상속할 수 있게 되었다고 비판하였다.

 

한편, 김영희 변호사는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사안에 관한 파기 환송심의 쟁점」이라는 주제의 발제문을 통해 주식의 시가 또는 적정가격 산정에 관한 기존 판례들의 입장을 살펴보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의 공정가격 산정이 어떠한 기준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적절할지에 대해 짚어보았다. 2000년 맥소프트뱅크사의 전환사채 발행 사건에 대해 법원이 거래사례를 시가로 인정했던 점, 최근의 대법원 판례 역시 “비상장주식을 거래한 경우 그 시가는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가 있는 경우에는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아 주식의 가액을 평가하여야”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1심 판결이 삼성SDS 주식 거래 사례를 배척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결론적으로 삼성SDS 주식의 적정가격은 거래사례를 기본으로 하되, 해당 거래사례 중 비상장주식의 보편적 평가방법에 의해 산정된 주식의 공정가격과 배임행위자들의 동기와 인식이라는 요소를 고려하여 거래사례 중 적정한 사례에 의거하여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김진방 교수는 「삼성그룹 소유구조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1938년 삼성상회(현 삼성물산) 설립을 시작으로 삼성그룹의 형성 과정과 1997년 이후 소유구조의 변천과정을 되돌아보고,  교차출자와 다단계 출자, 순환출자 등 복잡한 계열사 간 출자구조로 이루어진 삼성그룹의 현재의 지배구조가 금산법 및 공정거래법 등 현행 법률과 충돌하고 있는 부분 등을 삼성그룹 소유구조의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또한 현행 관련법(공정거래법, 금융지주회사법)과 개정예정 법률 내용에 따른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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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은퇴선언' 이후, 과연 변한 건 있었나

지난해 4월 22일, 이건희 전 회장은 이학수 당시 부회장 등 구조본 핵심 멤버들과 함께 국민 앞에 동반 퇴진을 선언했다. 그리고 계열사 자율경영을 약속했다. 이른바 '삼성 쇄신안'의 핵심 내용이다.

그로부터 1년. 과연 무엇이 변했나. 지난 15일 장남 이재용 전 삼성전자 전무는 같은 회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사장의 '과외선생'으로 꼽히는 최지성 삼성전자 DMC부문 사장은 단독 CEO가 됐다. 세상은 이를 이 부사장 단독 승계가 본격화된 것으로 해석했다. 때맞춰 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이 전 회장 사면론이 재계와 체육계에서 강하게 거론된다. 후계자 승계 수순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17일 열린 토론회 참석자들. 좌로부터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곽정수 <한겨레> 대기업전문기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전성인 홍익대 교수. ⓒ프레시안 김봉규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지난 4년 간 연달아 터져나온 삼성의 비리를 고발하는 각종 사건에도 불구, 한국 사회를 손아귀에 쥔 삼성 총수일가의 '비정상적' 힘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고 했다.

먼저 꼽을 수 있는 문제는 경제위기 여파까지 맞물리면서 삼성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언론의 서글픈 현실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곽정수 <한겨레> 대기업전문기자는 "친재벌적 언론뿐만이 아니라 진보언론마저 삼성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한다"며 "경제위기는 자본의 위기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오히려 한국에서는 '삼성공화국'의 영향력을 더 키우고 있다"고 한탄했다.

곽 기자는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복권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게 지난달 중순인데 '사면복권이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민주주의의 원칙을 거스른다'는 비판적 기사를 쓴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언론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삼성의 핵심임원들을 만나서 광고 달라고 애걸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했다.

언론만 침묵을 지키는 게 아니다. 법조 정치 문화 체육 등 한국 사회의 모든 부문이 삼성 앞에 숨을 죽이고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결국 삼성 문제는 한국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했다.

노 대표는 "지난 1987년 민주화가 이뤄졌으나 삼성 문제로 대표되는 재벌체제는 오히려 강화돼 왔다. 대표적인 게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라며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단결권이 삼성에는 통하지 않는다. 삼성은 '헌법이 적용되지 않는 집단'이 아니라 '초헌법적 권력, 헌법 위의 조직'"이라고 했다.

노 대표는 "민주화 이후 들어선 모든 정부가 삼성이 건넨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았음은 그 부실했던 검찰 수사를 통해서도 확증된 사안"이라며 "이런 삼성의 로비가 결국 솜방망이 처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이 전 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일부 계층의 목소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노 대표는 "이 전 회장을 다시 IOC 위원으로 만들어 올림픽을 유치하자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제껏 한국이 배출한 IOC 위원은 모두 부정비리 연루자"라며 "한국은 반성하는 차원에서도 앞으로는 IOC 위원을 내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국이 배출한 역대 IOC 위원은 △이기붕 전 부통령 △이상백 전 서울대학교 교수 △장기영 전 <한국일보> 사장 △김택수 전 대한체육회 회장 △박종규 전 대통령 경호실장 △김운용 전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등 8명이다.

이기붕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해 사사오입 개헌을 강행한 핵심 인물이다. 박종규는 5.16 군부 쿠데타의 핵심인물 중 하나다. 김운용, 이건희, 박용성은 모두 비리혐의로 법정에 섰다.

 


 

 

 

이건희 전 회장이 사면됐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권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례가 단독 사면이다.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던 중도실용·서민이라는 포장지 안에는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명분이라고 하는데 정상적인 법치국가에서 용납하기 어렵다. 결국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인 거래를 주목해서 봐야 할 것 같다. 경제 수치를 지상과제로 하는 이 정권이 세종시에서 삼성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 국익을 위해 이 전 회장 사면이 필요했다고 한다.
30대 여성은 거품 없는 정치의식을 보이는 집단이다. 지역과 이미지도 관심이 없고 오로지 보육·교육과 직장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 어깨의 짐을 해결해주면 좋은 정치다. 이명박 정부의 중도서민 정치가 삶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너무 잘 안다. 이명박으로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다. 우리 사회가 전환기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이건희 회장은 나쁘지만, 사면으로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다.
부도덕한 인물이 경제에 보탬이 되리라는 것은 환상이다. 잘살아보세, 비즈니스 프렌들리 식의 성장주의가 양산한 효과라고 본다. 법치가 자본의 탐욕을 견제할 능력이 있을 때 사회가 제대로 작동된다. 미국 엔론 사 파산에서 보듯 자본의 부도덕한 탐욕은 통제해야 한다. 이명박 경제관은 미국 스탠더드를 못 쫓아가는 천박한 성장주의일 뿐이다.

 

삼성은 이재용 시대가 열렸고, 사면으로 삼성의 법적인 문제도 해결됐다. 이제 삼성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구실을 할 것으로 보는가?
한국의 미래는, 한국 민주주의는 삼성과의 싸움이라고 본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분점이 기본이다. 20세기의 민주화 운동은 독재 권력으로부터 시민권을 돌려받는 일이었다면, 21세기 민주화운동은 경제 권력을 어떻게 분점하느냐에 달려 있다. 삼성이 경제 권력의 정점에 있고, 일자리·복지도 모두 삼성에 걸려 있다고 본다. 삼성을 존경하는 기업으로만 볼 수 없다. 경제 권력의 분점이 한국 민주주의의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우리 현대사에서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와 사회 다양성이 짓눌려왔던 사례는 너무나 많다. 성장과 건설의 논리로 지금도 자연을 파괴한다. 국익과 성장을 앞세운 시스템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출산율 문제다. 저출산이 이제 공동체를 파괴하는 단계다. 경쟁과 효율의 가치 시스템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해 있다. 대통령이 50%를 넘는 지지율을 보일 때도 30대 여성에서는 단 한 번도 25% 지지를 넘지 않았다.

 이대희 기자

 

최근 이건희 전 회장 행보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이 2년 만에 공개석상에 나서, 앞으로 활발한 대외 활동을 예고했다. 이 전 회장은 오늘의 한국 사회에 대해 '각성'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은 부인 홍라희 여사와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딸 이부진, 이서현 전무와 함께 현지시각으로 9일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전시장을 찾았다. CES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로 한 해의 전자업체들의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한 격전장이다. 이 전 회장으로써는 2년여 만의 공식적인 행사인데다, 두 시간가량 이어진 공개행사 역시 이례적인 일이다.

전시장 관람 내내 두 딸의 손을 꼭 잡은 이 전 회장은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삼성관은 물론 소니와 도시바 등 경쟁업체들의 최신 제품을 유의깊게 살펴봤다.

이 전 회장은 관람 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삼성이 일본 업체에 '이제는 앞서 있다'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이 자리에서 지난해 사면복권 이후 이 전 회장의 역할론이 부각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건희 전 회장은 "국민 정부 다 힘을 합쳐서 한쪽을 보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면서 "그 길 밖에 길이 없죠.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평창 성공에 대해서도 "그건 아무도 모를 겁니다. 정말 모를 일입니다"라며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이 전 회장은 이와 관련해 현지시각으로 8일 저녁 미국 현지에서 전 IOC 위원들과 만남을 가졌으며, 앞으로도 열흘간 미국에 머물면서 활발한 올림픽 유치 활동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전 회장은 한국 사회의 화두에 대해 '각성'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간 천재경영론 등 한국 사회의 화두를 던져온 이 전 회장은 이날 한국 사회의 새로운 화두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각 분야가 정신을 좀 차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나머지는 상상에 맡긴다"고 덧붙였다.

침묵을 깨고, 새해 벽두부터 활발한 행보에 나선 이건희 전 회장의 발길에 앞으로 상당한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정신은 이건희 회장이 차리시라" 에이빙코리아의 용기있는 비판 눈길

 

지난해 말 단독 사면을 받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2010년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제품박람회(CES)에서 본격 활동을 재개하면서 언론이 과도한 충성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매체인 에이빙코리아가 이 전 회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칼럼을 내걸어 눈길을 끈다. 디지털 가전제품과 관련된 뉴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에이빙코리아는 "이제는 이건희 회장이 정신을 차릴 때"라는 제목으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에이빙코리아는 먼저 이 전 회장이 올림픽 특사 자격으로 바람직한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 정서는 '국가 경제발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삼성 오너인데 그 정도는 괜찮아'라며 관대함을 베풀지 모르겠지만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국가를 통치하는 미국의 관습에는 이 회장이 저지른 부정적인 과오와 떳떳치 못한 사면은 용서받기 어려운 일일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에이빙코리아는 이 전 회장이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된 행사장에 수행원들을 대거 거느리고 나타나 화려하게 귀환 신고를 한 것과 관련, 그가 과연 세계의 언론 앞에 당당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더구나 올림픽은 페어플레이 정신이 곧 모든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지구촌의 특별 이벤트인데 이 전 회장 같은 '파울플레이어'가 한국을 대표해서 올림픽 유치에 나선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에이빙코리아는 "이 전 회장 발언의 또 다른 중대한 문제는 삼성에서 꾸린 취재기자단 앞에서 마치 자신 휘하의 임직원들에게 훈시라도 하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위압적인 태도"라면서 "이 전 회장이 정신차리라고 말한 우리 국민들은 그 동안 열심히 삼성 제품을 구매해주고 농토와 소를 팔아 자녀들을 교육시켜 삼성에 보낸 평생 이 회장이 감사를 표시해야 할 고객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품 리뷰가 전문인 비주류 마이너 매체지만 주류 언론이 일제히 이 전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으며 삼성의 비위를 맞추기 바쁜 상황에서 이처럼 용기있는 비판을 쏟아낸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에이빙코리아는 "이제는 정말 이 전 회장이 정신차릴 때"라면서 "좀 다른 차원의 키워드를 생산해 한국사회에 던지고 역사에 남을 만한 획기적인 역할을 자처해 수행할 때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김용철, '삼성을 생각한다' 책을 내다

 

김용철 변호사가 책을 냈다. 검찰과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 일하며 보고듣고 겪은 일을 정리한 책이다.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에서 김 변호사는 그간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내용을 소개했다. 또 지난 2007년 양심고백 당시 단편적으로만 알렸던 내용들을 자세히 풀어 설명한 부분도 있다.

삼성 비리를 수사했던 조준웅 특별검사를 만나 나눈 이야기, 아주 가까이서 지켜본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일가의 모습, 삼성 임원들이 검사들에게 돈 봉투를 건네는 장면에 대한 생생한 묘사, 에버랜드 CB 헐값 발행 사건 재판을 앞두고 삼성 구조본이 시나리오에 맞춰 조직적으로 증언 조작을 하는 장면 등은 지난해 말 특별사면을 받은 이건희 전 회장, 그리고 삼성에게서 돈을 받았던 정·관·법조계·언론계 관계자들을 다시 긴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 책 소개 : 이기는 게 정의'?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 그는 책 출간 직전 <프레시안>과 만나 그간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프레시안(김봉규)


"실명 거론된 이들을 모욕하려는 의도는 없다"

책이 서점에 배포되기 하루 전인 28일, <프레시안> 편집국에서 김 변호사와 만났다. 책이 나오기까지 워낙 다양한 우여곡절을 겪은 탓인지, 이날 김 변호사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소회를 묻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이 책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책을 내다보니, 불가피하게 실명을 거론한 분들이 있다. 그분들을 모욕하려는 뜻은 전혀 없었다. 우리 사회의 부패 구조를 지적하고, 이를 고치자는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실명을 거론했다."

책을 내는 과정에서 김 변호사가 가장 고민한 것도 삼성 비리에 연루된 이들의 실명을 과연 공개해야하는지 여부였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비리 연루자의 가족들이 겪을 피해 때문이다.

예컨대 이 책의 2부에 포함된 "1999년 삼성 부도 위기"라는 장에 있는 "연예인 윤락 사건과 삼성 구조본"이라는 절에 있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 부분은 양심선언 직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짧게 언급했던 사건을 자세히 설명한 내용인데 김 변호사는 당시 사건에 연루된 삼성 임원들의 실명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대신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사의 이름만 적었다.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하며 김 변호사는 "사건에 연루된 임원들의 가족들이 당시 사건에 대해 알아서는 안 된다. 아무런 죄가 없는 가족들이 상처를 입는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말을 거듭했다.

"책에 이름 없다고, 비리 면죄부 주면 안된다"

실명 언급을 가급적 줄이려한 이유는 또 있다. 김 변호사가 알고 있는 것은 삼성 비리 전체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따라서 김 변호사가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이들 가운데도 삼성 비리 연루자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단지 김 변호사의 책에 이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이들이 면죄부를 받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것.

예컨대 검사 출신인 그는 삼성이 법원과 검찰을 상대로 벌인 로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가 검찰을 상대로 한 불법로비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고 해서, 행정부나 언론 등 다른 영역에서는 불법 로비가 없었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자칫 하면, 이른바 '떡값검사' 명단 공개가 비리를 저질렀으면서도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2007년 양심선언 당시, 삼성으로부터 검은 돈을 받은 공직자 명단을 최소한만 공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번에 낸 책에서 어쩔 수 없이 이름이 거론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여러 형태로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내 가족에게 피해가 가는 일만큼은 없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변호사의 가족은 양심선언 이후 쏟아진 온갖 흑색선전으로 큰 고초를 겪었다. 이번 책 출간이 당시의 끔찍했던 경험을 반복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삼성에서 100억 원 받아놓고 왜 '배신'했느냐'는 물음에 답한다"

▲ 김용철 변호사. ⓒ프레시안(김봉규)

2007년 양심선언 직후 불거진 루머에 대해서는 이번 책에서 대부분 해명했다. 대표적인 게 "삼성에서 근무하는 동안 100억 원을 받았다"라는 주장이다. 양심선언 직후, 삼성 측이 배포한 장문의 반박자료에 담긴 내용이다. 당시 반박자료에는 김 변호사의 사생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진 뒤, 김 변호사를 손가락질하는 이들이 많았다. 삼성에서 그렇게 많은 돈을 받았으면서, 왜 '배신'했느냐는 논리다.

이번 책에서 김 변호사는 이런 논리에 대해 차근차근 반박했다. 양심선언을 통해 삼성 비리를 드러낸 것은 이건희 전 회장 일가의 잘못을 공개한 것일 뿐이며, 삼성 그룹에 해를 끼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길게 보면,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서 삼성과 한국 경제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라는 것. 따라서 '배신'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오히려 배신을 한 쪽은 삼성이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찾아낸 검사를 뽑아 비자금 소굴에 배치했으니 말이다. 또, 김 변호사는 삼성 입사 당시 "법률 업무를 맡지 않겠다. 경영 업무를 배우고 싶다"라고 밝혔고, 이에 대해 약속을 받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변호사 노릇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삼성 측이 변호사 노릇을 억지로 맡겼으니, 약속을 깬 쪽은 오히려 삼성이라는 주장이다.

당시 삼성 측이 내놓은 반박자료에서 사실관계가 잘못된 부분도 바로잡았다. 삼성에서 일하며 받은 돈이 100억 원이 아니라고 했다. 이번 책에서 그는 삼성에서 받은 급여 명세서기초로 이런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삼성에서 큰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00억 원에는 훨씬 못 미친다.

"손가락만 보지 말고, '문제의 본질'을 봐달라"

온갖 흑색선전으로 인해 김 변호사가 입은 상처는 여전히 커보였다. 이번 책에서 충분한 해명과 반박을 담으려 했지만, 어떤 독자들이 보기에는 부족해보일 수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 변호사는 "개인적인 면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심 갖지 말아 달라"는 말을 거듭했다. "달을 가리키는데, 왜 손가락만 보느냐"는 말도 자주 했다. 서점 배포를 앞두고, 인쇄가 진행되는 내내 김 변호사가 걱정한 것도 이 대목이었다. "이번 책으로 흑색선전에 대한 해명은 할 만큼 했다. 그러니 이제는 제발 문제의 본질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게다. 그가 말하고 싶어 하는 '문제의 본질'은 뭘까.

바로 '부패'다. 온갖 인맥으로 끈끈하게 얽혀 있는 탓에 다들 그 심각성에 대해 둔감해져 있는 부패구조다. 그의 말은 이렇다.

"부패에 너무 둔감해져 있는 세태가 안타까웠다. 책을 낸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렇다. 삼성에서 내가 겪은 일들은 이런 부패 구조의 아주 작은 단면에 불과하다. 내가 공개한 내용이 부패 구조의 전체라는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다만 이번 책 출간이 전체 부패 구조에 대한 각성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금 제대로 내고, 자식을 군대 보내야 '진짜 보수'"

김 변호사는 이른바 '보수 세력'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의 양심선언은 결국 법을 제대로 지키자는 취지였는데,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오히려 비난하고 나섰다는 게다. "세상에 법을 무시하자는 보수 세력도 있느냐"는 한탄이다. 이 책에서도 그는 "납세와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보수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수 세력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자는 쪽인데, 세금을 내지 않고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으면서 체제를 유지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건희 전 회장은 세금을 탈루했을 뿐 아니라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보수 세력이 먼저 이 전 회장을 비판하고 나서야 마땅한데 현실은 달랐다.

"나도 어쩌면 보수 세력일 수 있다. 사회에서 누린 게 많으니 말이다. 내가 이야기 한 것도 주로 보수적인 가치였다. 법을 지키자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그런데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나를 비난하고 나섰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우리 사회에 제대로 된 보수 세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단지 부패 세력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조금 덜 부패한 세력이 이들과 맞서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부패 세력은 상대적으로 덜 부패한 세력에게 종종 '좌익, 빨갱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운다. 우스운 일이다. 둘 사이의 차이는 그저 부패한 정도 밖에 없는데 말이다. 그러다가 만약 통일이 되면, 부패 세력이 어떤 빌미로 덜 부패한 세력을 공격할지 궁금하다."

"이건희 사면, 왜 주범만 풀어주고 종범은 빠뜨리나"

▲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씀, 사회평론 펴냄. ⓒ프레시안

부패에 둔감한 세태는 현 정부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불과 4개월 만에 특별사면 했다. 돈이 많으면, 법원의 확정 판결도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니 죄를 짓더라도 돈만 벌면 된다는 풍조가 생겨날 밖에.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면 조치는 책 출간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된 시점에 이뤄졌다. 그에게 이 전 회장 사면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법원 판결을 무효로 만드는 일은 인간이 아니라 신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신의 은사'라는 말이다. 이런 특별한 일이 이 전 회장 단 한 명을 위해 이뤄졌다. 체육대회 유치 로비에 나서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나라꼴이 우스워졌다. 다만 덧붙이고 싶은 말은, 기왕 은사를 베풀려면 다 풀어줄 것이지 왜 종범(從犯)은 빠뜨렸느냐는 것이다. 주범(主犯)인 이건희만 풀어줬으니, 지시에 따라 움직인 종범들이 억울해 할 것 같다."

기자와 만날 때면 김 변호사는 작가 이병주의 말을 자주 인용했다. "(과거사가) 햇볕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내가 한 이야기는 역사도, 신화도 아니고 야사에만 남게 됐다"고 덧붙이곤 했다. 이번 책도 그래서 정사가 아닌 야사의 기록이라고 했다. 조준웅 특검이 삼성 비리 의혹의 몸통에 대해서는 사실상 덮어주다시피 했고, 그나마 기소된 내용도 대부분 무죄 판결이 나왔으며, 일부 유죄가 확정된 것도 대통령이 나서서 사면했으니 말이다.

"거악과 한몸이 된 검찰, 거악에 맞서려면 검찰과 싸우란 말인가"

오랫동안 검사로 지냈던 그는 모든 일이 법과 제도를 통해 풀려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가 직접 겪은 일들이 법과 제도에 따른 공적 절차를 거치는 동안 깡그리 무시됐다. 그의 심경을 들었다.

"검찰만 제 구실을 하면, 큰 문제는 없다. 법을 어긴 자들에게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는 것은 법과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한국 검찰은 그렇지 않다. '살아있는 권력', 또는 재벌처럼 '죽지 않을 권력'에 대해서는 그저 눈치만 볼 뿐이다.

이와 비교되는 게 일본 검찰이다. 그들이라고 해서 마냥 깨끗하기만 할까. 그들이 유난히 한국 검사들보다 똑똑하고 유능할까. 그렇지 않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중요한 역사적 고비에서 일본 검찰은 '거악'과 맞서는 모습을 보였고, 한국 검찰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차이가 선진국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고 본다.

이대로 가면, 법에 따른 공적 수사 절차를 아무도 믿지 않는 상태가 될 수 있다. 한마디로 후진국이 된다는 이야기다. 한국 검찰이 '거악'과 싸우기는커녕 '거악'과 결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거악'에 맞서려는 이들은, 결과적으로 검찰과 싸우게 된다. 검찰과 '거악'이 한 몸이 된 상태니 말이다. 이게 정상일까. 그렇지 않다. 정의를 좇는 이들이 국가기구를 적으로 돌리는 상황은 혁명 시기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모든 일이 법과 질서에 따라 풀려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고, 이런 상황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책이 나오는 이 시점까지도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성현석 기자

 

 

                                                                     - 삼성, 마지막회, 서초동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