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마을

우면산의 겨울 (김혜수의 선택...) 본문

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우면산의 겨울 (김혜수의 선택...)

두바퀴인생 2010. 1. 7. 07:19

 

 

우면산의 겨울 29 (김혜수의 눈, 그리고 선택과 의미)

 

 

우면산 새벽 

 

 

우리나라 20~30대 남녀 직장인 대다수가 '한국 사회에선 외모가 권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켜뮤니티 사이트 '프랜밀리(Frienmily.com)가 최근 20~39살 미혼 남녀 1,8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응답자의 91.8%(남 90.7%, 여 93.4%)가 '외모가 권력이다'라고 답변했다.

 

'직장에서 외모로 차별 대우를 받느냐?'는 질문에 남자 69.23%, 여자 80.88%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남자는 연애시 외모를 90.7%, 배우자 선택시  86%가 외모를 중요시 한다고 하였고, 여자는 연애시 65.6%, 배우자 선택시 45.9%로 답했다. 이는 남자가 여성보다 외모를 우선시 하며 연애시는 외모를 중요시 하나 배우자 선택시는 비율이 낮다. 그런데 여자들은 외모에 대해 남자만큼 비율이 높지는 않다. 남자는 여성이 원하는 능력을 갖추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능력이라는게 문제다. 여성에 따라 남성을 선택하는 기준에는 여러 성향이 있겠으나 경제력을 포함하여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형이면 될 것이다. 경제력이 없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경제력을 우선시 하겠으나 경제력이 있는 전문직업의 여성은 자신이 선호하는 타입의 남성을 희망할 것이며 전문성,학력,외모,가정,성격을 두고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이상형을 찿는다면 호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남자들이 선호하는 여성은 대부분 외모이나 요즘처럼 부부가 맞벌이를 한다면 외모를 갖추고 경제력 있는 여성이라면 남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은 남자에겐 힘이며 파워이다. 돈으로 권력을 살 수도 있고 정치헌금이나 로비자금을 뿌려 정관계 인맥을 형성하고 조폭을 거느리며 황제처럼 지낼 수 있다. 외모가 뛰어난 여성이 재벌 2세들에게 타겟이 되는 것은 경제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외모는 여성에게는 평생 공주처럼 지낼 수 있는 지름길이며 원하는 남자에게 선택될 확율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런다고 모두 행복한 공주가 되지는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남자는 한 여자에 절대로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초등학생 때부터 성형에 관심을 갖게되고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의 얼굴을 들어다보며 연예인을 떠올리면서 성형을 어디에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를 매번 고심하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 자신의 얼굴이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신체나 얼굴에 대한 한마디에 고민하는게 청소년들이다. 이런 모습으로 자신을 낳아준 부모, 그런데 경제력도 없어 성형 수술비도 마련하기 힘든 가정, 부모가 그토록 원망스럽게 생각되던 시절의 마음을 한 번쯤은 누구나 가졌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세면장 거울에 비친 부시시한 자신의 모습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다. TV 프로에서 보면 어릴 적 사진을 꺼내면 여성 연예인들은 누구나 기겁을 하는 것은 얼굴이 지금과 다르기 때문이다. 뽀족한 콧날, 쌍꺼풀 등의 성형수술은 대부분의 여성 연예인들에게 유행처럼 퍼져 성형수술을 한 얼굴이다. 성형수술과 진한 화장으로 가려진 자신의 본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이게 되니 기겁을 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성업 중인 업소가 바로 성형외과이며 그 중에서도 강남의 성형외과들이 가장 인기가 많다. 그런데 부작용도 많다고 한다. 눈.코.입.턱.광대뼈 등 얼굴 뿐만 아니라 가슴,다리,배,허리,힙 등 체형을 바꾸고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양잿물이라도 마실 각오가 되어 있는 사회 분위기다. 우리 사회는 외모지상주의에 완전히 푹 빠져 모두가 허상을 만들기에 분주하고 모두가 그런 허상을 쫒기에 여념이 없는 사회다. 그런데, 모두가 놀라는 사건이 생겼는데 바로 최근 연예인 김혜수(40)와 유해진(41)의 커플 선언이다. 

  

▲ 김혜수와 유해진
 

 

요즘 장안의 화제는  두 사람의 거플 선언으로 팬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인 듯싶다. 인터넷에선 "안 어울린다", "남성에게 희망을 준다" , "김혜수가 뭐가 모자라서...", "얼굴이 아깝다." 등 외모의 차이를 지적하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수많은 연예인 스캔들 기사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유독 이 뉴스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건, 두 사람의 관계가 마치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가상의 세계에서 김혜수가 자신감 혹은 자만심으로 똘똘 뭉친 커리어 우먼('스타일', '한강수 타령')과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모의 요부('타짜', '장희빈') 사이를 오가는 동안 유해진은 주로 광대 혹은 범죄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런 두 사람의 열애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자 대중은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김혜수는 "외모보다 내면을 볼 줄 아는 여자"라며 환호를 받고 있고, 유해진은 "숨겨진 능력이 무엇이기에 대단한 여자의 남자가 됐느냐"는 소리를 듣는다. “유해진? 눈이 와이셔츠 단춧구멍만한…. 아니, 김혜수가 뭐가 아쉬워서?” 김혜수의 마음을 훔친 사내가 유해진이라는 소식에 어이가 없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김혜수가 누군가. 도도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로 뭇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연예계 최고의 엣지녀가 아니던가. 그런 섹시 스타가 악역과 깡패, 코믹한 역을 주로 맡아온 '소박한' 외모의 배우 유해진을 사랑하게 된 까닭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요즘 분위기는 연하의 미남 연예인을 선호하는 분위기인데다 선남-선녀가 만나 결혼에 꼴인하는 사건이 장안의 화재가 되곤 하였지 않는가! 겉껍데기 형식과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우리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대사건이다.

"겉모습이 촌스러운 것은 용서가 되지만 마인드가 촌스러운 것은 용서할 수 없다." 김혜수가 과거 인터뷰에서 이상형에 대해 밝힌 내용이다. 그녀가 '외모'가 아닌 '머리'를 더 중시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유해진은 독서를 많이 하고 문학과 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 유해진에게 남들이 알지 못하는 매력을 김혜수가 발견하고 선택하였다는 것은 김혜수의 눈이 어떤 눈인지는 짐작이 간다.

 
그러나 인터넷의 그 많은 댓글을 보면 사랑에 앞서 조건에 반응하는 우리 사회의 세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외적인 조건을 기준으로 두 사람의 우열(優劣)을 임의로 가늠해 누가 이 관계를 통해 더 이익을 얻을 것인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미녀와 야수', '루저의 승리'라는 표현까지 아무렇지 않게 쓰인다. 유해진은 야수, 루저가 돼버렸다.

연예인의 결혼을 돈으로 따지는 일은 아무리 입방정들이라고는 해도 너무할 정도다. 재벌가에 시집간 스타를 두고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룹 내에서 실권은 하나도 없는 빈껍데기 집안이니 계산 잘못했다", "유명한 회사는 아니지만 부동산으로 기반이 탄탄한 집안이니 그걸 보고 결혼했을 것" 등의 이야기가 나돈다. 얼굴이 알려진 여자 연예인이 회사원과 결혼식을 올린다고 하면 "저 사람 아버지가 지방 유지"라는 식의 해석이 금세 따라붙는다. 연예인끼리 결혼하면 축복 속에는 부러움이 감추어져 있을 것이다.

결혼정보회사 선우가 지난해 2만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배우자가 갖췄으면 하는 부분'을 묻는 질문에 '사회 경제적 조건'을 꼽은 사람은 28.29%였다. 성격(29.27%), 신체적 매력(23.82%), 가정환경(18.62%)을 꼽았다. 그러나 실제는 우선 외모를 우선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경제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성격과 가정환경은 부차적인 문제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이 허상이라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면서 누구나 느끼게 된다. 외모는 늙어가고 성격은 포악해지고 경제적인 능력은 별 볼 일 없고 가정은 갈등이 계속된다면 어떨까? 상대가 게임에 빠져 집안일도 가정도 돌보지 않는다면 어떨까? 술을 퍼먹고 폭력을 행사하고 외도를 일삼는다면 어떨까? 방송에 나오듯이 목욕을 싫어하여 냄새나는 남편을 좋아할 여자가 얼마나 있을 까?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불같은 사랑을 불태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연예인에게만은 특별한 잣대, 그것도 너무나 속물적인 잣대만을 들이대려고 하는 것일까. 말은 다르게 하면서도 실은 물질적 조건에 따라 타인과 자신을 비교해 가며 스스로를 피폐하게 몰아세우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꽉 막힌 세상에 허울뿐인 사랑을 통해서라도 한몫 단단히 챙기고 싶은 우리 사회 일각의 욕망이 연예인들의 사랑과 결혼을 비틀어 보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에 떠도는 숱한 반응들 중, 유해진을 선택한 김혜수의 '소신'에 대한 칭찬이다. 소신이라는 뜻은 김혜수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을 뿐이다. 김혜수의 선택은 성형의 늪에 빠져 있는 우리사회에 비웃음이라도 주는 것처럼 당당한 그녀의 모습에 찬사를 보낸다. "넌 김혜수만큼 예쁘니? 뭘 바라는데? 이것들아 정신 차려라!" 우리사회에 허상에 빠져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선언을 하는 듯 하다. 우리는 그녀의 선택이 주는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서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