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사설>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서민주택정책인 보금자리주택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청약 성적을 보이고 있다. 강남 세곡지구, 서초 우면지구 등 서울 강남권에서 시세의 절반 정도 가격에 분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급 발표 당시에는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청약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20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의 3자녀 및 노부모 부양 우선공급 마감 결과 총 2128가구 모집에 7.3%에 달하는 157가구가 최종 미달됐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보금자리주택 청약은 기관추천(국가유공자, 장애인 등) 특별공급 총 1049가구 중 172가구 미달, 3자녀 특별공급에서도 총 707가구 중 1순위에서 189가구 미달에 이어 2순위에서 20가구 미달, 3자녀 우선공급 707가구 중 205가구 미달, 노부모 부양 우선공급 1421가구 중 681가구 미달 등 미달 사태가 줄을 이었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일반공급 1순위자에게도 공급물량이 넘어가게 됐다.
일반공급은 그 층이 두터워 우선공급과 달리 1순위 전체 마감을 예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포털인 닥터아파트는 20일 "사전예약제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은 태생적인 한계 내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전예약제는 본청약에 앞서 예비당첨자를 선정하고 확정 분양가 등이 제시되는 본청약 입주자 모집 단계에서 최종 당첨자를 선정한다.
현재 사전예약에서 당첨되면 최소한 3-4년은 기다려야 입주가 가능하다. 현 시점의 보금자리주택은 건설사업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았고, 공급지역의 토지보상 절차가 시작되지도 않았다. 따라서 사업진행과정에서 건설호수나 주택공급면적, 분양가격, 평면설계 등이 변경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구계획이 변경되거나 사업이 아예 취소 또는 지연될 위험마저 내포하고 있다고 닥터아파트는 사전예약제의 맹점에 대해 지적했다. 이들은 "보금자리주택 확정지에 가보면보상의 적정성 여부를 놓고 정부를 비난하거나 사업에 대한 결사 반대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가로를 수놓을 정도로 많이들 붙어 있다. 사업계획이 일정대로 추진될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대표적인 표상"이라고 지적했다.
수요자는 저소득층인데 주택가격은 중산층 수준
보금자리주택의 인기가 시들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수요층과 따로 노는 '가격'에 있다. 이번 특별공급 신청대상자는 장애인, 국가유공자,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 무주택자 등이었다. 대부분 저소득자들이다. 이들에게 주변 시세의 50-70% 수준으로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은 4억 원, 하남은 3억4000만 원, 고양은 2억9000만 원 수준의 가격은 부담이다. 닥터아파트는 "제시된 분양가도 본청약이 있기까지의 물가상승 등의 사정 변경이나 발코니 확장비용을 감안하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에게 처음부터 3-4억 원이라는 분양가는 '그림의 떡'이었다는 얘기다.
또 정부의 주장대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집값 하락에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닥터아파트는 "보금자리주택은 서민주택, 임대주택단지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데서 기존 주택단지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主)가 기존 주택단지이고 종(從)이 보금자리주택"이라면서 "보금자리주택으로 기존 주택단지가 영향을 받는 것보다 반대로 보금자리주택이 기존 주택단지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전홍기 기자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된 서울의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 경기의 고양 원흥과 하남 미사 등 4곳은 서울 도심에서 12~18㎞ 정도 떨어져 있다. 30~40㎞ 이상 떨어진 2기 새도시들에 견줘 입지면에서 유리하다는 평을 듣는 대목이다. 여기에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15% 정도 낮게 공급될 계획이다. 수도권에서 내집을 장만할 엄두를 못 냈던 이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보금자리주택에 들어서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알아본다.
■ 처음 시행되는 ‘사전예약제’ 보고 또 보고 9월에 공급되는 보금자리 물량은 3만가구다. 이 가운데 임대를 제외하고 1만8천가구가 분양된다. 정부는 1만8천가구 가운데 80%인 1만2천가구를 사전예약 방식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보금자리주택에서 처음 시행되는 ‘사전예약제’는 현재의 청약시기보다 1년 전에 미리 입주예정자를 지정해두는 방식이다. 사전예약자가 예약당첨을 포기하지 않는 한 본청약에서 입주자로 확정된다. 사전예약 때는 아파트 물량이 한꺼번에 공급되므로 여러 아파트의 분양값, 입지 등을 비교한 뒤 3지망 아파트까지 청약할 수 있다.
청약자격은 그대로다. 보금자리주택은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이기 때문에 청약저축 무주택가구주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에게만 청약자격을 준다. 1순위는 저축 가입기간이 2년 이상이고 납입횟수가 24회 이상인 청약자이고, 2순위는 가입기간 6개월 이상에 납입횟수가 6회 이상인 청약자다. 동일순위 내에서는 납입횟수·저축총액·부양가족 수에 따라 당첨자가 결정된다.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는 청약자격 2순위인 6회차 납입을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오는 9월에는 사실상 청약하기 어렵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서울 우면·세곡지구 보금자리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저축 1순위 가입자가 총 45만5601명, 우면·세곡지구 보금자리주택 분양물량이 8천가구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지역은 1순위에서 예약신청이 마감될 확률이 높다.
입주자 선정은 ‘지역>지망>순위’ 순으로 결정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세곡과 우면지구는 서울지역 거주자에게 100% 공급되고, 고양 원흥과 하남 미사는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30% 우선 공급된 뒤 나머지 물량이 수도권 거주자에게 공급된다. 그다음은 신청자가 해당 지역을 몇 순위로 써냈느냐다. 청약저축을 아무리 많이 납입한 사람이라도 2지망으로 신청한 사람은 1지망 신청자에게 밀린다.
■ 자금여력 따라 공략 지역도 달라야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서울 강남 세곡·서초 우면지구이다. 두 지역 모두 강남권에 속하며, 교통편이 우수해 도심으로 출퇴근하기 쉽다. 서초 우면지구는 양재역(3호선)이 멀지 않아 강남과 종로로 오갈 수 있다. 강남 세곡지구 역시 수서역(3호선)과 복정역(8호선)에서 가깝다.
주변 집값이 비싼 만큼 15% 싸다 해도 분양가는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구는 3.3㎡당 평균 매매가격이 2611만원이고, 우면동의 평균 매매가격도 2195만원으로 높아 예상 분양가는 1800만원 정도다. 66㎡만 돼도 3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세곡 역시 마찬가지다. 근처의 수서동 평균 매매가격이 2000만원 선이라 보금자리주택은 3.3㎡당 1700만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자금여력이 되면서 강남권으로 출퇴근해야 하는 사람들이 지원해 볼 만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 지역은 최소 청약저축을 10년 이상 가입해 뒀어야 당첨 가능성이 있다”며 “판교 새도시 당첨자의 저축불입액 최저치가 1000만원 후반이었던 점을 감안하고, 이 지역이 판교보다 입지가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당첨 예치금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가격과 입지여건까지 모두 고려했을 때는 하남 미사지구가 가장 두드러져 보인다. 하남시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이 1061만원, 근처의 풍산동과 덕풍동은 1465만원이라 보금자리주택은 3.3㎡당 1000만원대 초반으로 예상된다. 올림픽대로가 있어 강남으로 진입하기 쉬울 뿐 아니라 근처에 강일·풍산지구가 있어 대단위 지구를 이루게 된다. 위례새도시 개발이 완료됐을 때 기대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
한편, 고양 원흥지구의 당첨자 최저 예치금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951만원이다. 보금자리 분양가는 3.3㎡당 800만원가량이다. 강남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고양시와 파주시, 서울 서부권 거주자들은 노려볼 만하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청약저축 납입횟수와 금액이 적은 사람은 원흥지구에 1순위로 지원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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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춘화 기자
지난해 14만6000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009년도에 보금자리주택을 사업승인(건축허가) 기준으로 14만5974가구를 공급해 계획물량 14만가구를 초과(104.3%) 달성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에서는 전체 공급량의 70.8%인 1만3328가구가 공급됐고,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29.2%인 4만2646가구가 공급됐다. 공급물량 14만6000가구에는 다가구·부도주택 등 매입 9900가구(6.8%)가 포함됐다. 지난해 승인된 주택은 오는 2012년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보금자리주택 이외에도 도심내 최저소득층이 시세의 30% 수준으로 임대료를 지불하고 거주할 수 있는 기존주택·소년소녀가정·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도 1만4145가구를 공급해 당초 목표량 1만3000가구를 초과 달성했다.
유형별로는 기존주택 전세임대 7820가구, 소년소녀가정 전세임대 1065가구, 신혼부부 전세임대 5260가구를 공급했다.
국토부는 올해에도 수도권 14만가구(보금자리주택지구 8만가구, 신도시·도심 등 6만가구), 수도권 이외의 지역 4만가구 등 보금자리주택 18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심내 최저소득층을 위한 맞춤형 임대주택인 다가구매입 주택 7000가구, 전세임대주택 1만3000가구를 공급할 방침이다./강영관 기자
서울내곡 등 6곳 제2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