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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가을 26 (흐르는 강물처럼...)

두바퀴인생 2009. 11. 26. 12:39

 

 

우면산의 가을 26 (흐르는 강물처럼...)

강은 물이 흐르는 길이다. 하늘에서 내린 비가 바다로 흘러가는 경로이며 고유어로는 가람이라고 한다.
 
강은 육지 위를 흐르면서 각지에 생명체에 필요한 수분을 공급하며, 육지를 침식하여 흙,암석 조각들을 하류로 이동시키고, 민물고기가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등의 역활을 한다.
 
인류의 문명은 강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세계 4대 문명은 유프라테스,티그리스 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나일 강 유역의 이집트 문명, 황하가 유역의 황하 문명, 인디스 강 유역의 인더스 문명이다.
 
강은 인류가 극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였다. 홍수는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였고 역사적으로 모든 나라의 제왕들은 치산치수를 국가 정책의 최대 과제로 삼아 정국을 운영하였고 그 성공 여부에 따라 왕권의 부침도 가져왔다. 현명한 군주는 지혜로운 신하를 두어 치산치수를 성공적으로 이루었으며 그것은 나라의 평안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한국의 하천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국가하천, 시도지사가 관리하는 지방1,2급 하천이 있다. 국가하천과 지방1급하천을 직할하천, 지방2급 하천을 준용하천이라 한다.
 
한국의 하천은 분수령이 동해안 쪽으로 지우쳐 있어 둥해로 흘러드는 하천은 짧고 급류가 많으나, 서쪽으로 흘러드는 하천은 완만하고 길다. 대개의 하천은 경사가 극도로 완만하여 평원하천을 이루며, 오랫동안 침식으로 하류에 침식분지와 범람원, 제방 등이 발달하고, 상류에는 하안단구를 이루는 곳이 많다. 계절에 따라 강수량 분포가 고르지 못하여 우량의 변화가 매우 커서 하천의 개발 이용이 곤란하여 특히 하기의 집중적인 호우는 화강암 산지에서 풍화된 토사의 유출이 많아 이것이 하저에 퇴적되면서 홍수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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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강을 지배한 자가 세상을 지배했다. 강물은 무심히 흘렀지만 인간은 생각이 많았다. 무한한 물에 유한한 욕망과 야심, 분노와 좌절을 수없이 떨궜다. 고구려는 광개토왕과 장수왕 때 한강 유역을 장악하며 전성기를 호령했다. 백제의 근초고왕은 영산강 일대에 잔존하던 마한을 정복함으로써 통치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법흥왕과 진흥왕의 신라는 낙동강 유역의 가야를 삼키고 고구려와 백제한테서 한강을 빼앗음으로써 한반도 주도권 쟁탈전에 끼어들 수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영산강을 얻지 못했다면 견훤을 두고 후삼국을 통일할 수 없었을 테고, 백제의 의자왕은 금강을 지키지 못했기에 그것의 또 다른 이름, 백마강의 낙화암 전설을 만들어야 했다.

강물은 무심히 흘러흘러 지난날의 성패와 영욕을 모두 바다로 희석해 냈지만 인간은 여전히 강물에서 세상을 지배하려던 선조들의 욕심을 다투고 있다. 물과 인연 깊어 청계천으로 만족할 수 없던 권력자는 역사 속 영웅들의 근거지가 됐던 강들을 하나로 잇는 대역사를 꿈꿨으나 경쟁자들의 필사적 저항에 뜻을 접었다. 잠시 강을 빼앗기는 것도 치명적인데 어찌 영구한 지배를 그에게 허락할 수 있으랴. 장구한 강물도 씻어내지 못한 그 이름이 영원토록 대운하에 새겨지는 걸 어찌 두고 볼 수 있으랴.

권력자도 물과 모진 인연이기에 물러날 수만은 없었다. 영웅이 떠난 세월의 더께 속에 야위어만 가는 강줄기를 바라보며 자신의 몸에서 힘이 새어 나가는 무력감을 느꼈으리라. 그조차 기름기 잔뜩 낀 고지혈 강물을 맛보며 자신의 피부 밑에서 동맥경화가 진행돼 가는 위기감을 가졌으리라. 네 개의 강이 하나 되어 흐르게 할 뜻은 꺾였으되 영웅의 발자취를 되찾을 수 있는 강물은 살려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겼으리라.

권력자는 '4대 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에서 외쳤다. 그것이 강을 살리는 길이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영웅들을 형상화한 보를 만들어 마른 강줄기를 살찌우겠노라고. 그 옆엔 자전거 길과 산책길, 요트 선착장, 놀이시설처럼 요모조모 '청계천식 키치'들로 가득 채우겠노라고. 그래서 사람들이 찾고 돈을 떨어뜨려 국토의 젖줄이 건강해지는 만큼 지역경제도 근육을 키우겠노라고. 텃밭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경쟁자들은 절망 속에서 '4대 강 죽이기 절망 선포식'을 열었다. 그들도 외쳤다. 강물을 보로 막으면 수질이 악화되고 결국 강을 죽일 거라고. 밑 빠진 독처럼 강물에 던져 넣어야 할 돈을 못 가진 자들을 위해 쓰는 게 나을 거라고.

강 바닥 파고 물 가두는 한 가지 일을 놓고 누구는 강을 살린다 하고 누구는 강을 죽인다 하니 강가의 백성들은 어지럽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분명한 거다. 강을 살린다는 건 곧 자신을 살리는 길이요, 강을 죽인다는 것 또한 자신을 죽이는 길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란 거다. 결국 세상을 차지하기 위한 강물 지배권 다툼이란 얘기다.

정말 강이 살지 죽을지는 지금부터 정해질 일이다. 삽 없이 첫 삽질이 떠졌고 삽자루는 권력자가 쥐었다. 이제는 그가 제대로 강을 살려내는지 지켜봐야 한다. 불도저에 깔리는 생태계는 없는지, 강물에 떠내려가는 예산은 없는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그래서 팔자에 없던 레저단지가 될 새만금과 조력발전소가 된 시화호, 고추 말릴 때나 쓸모 있다는 지방공항 꼴이 되기 전에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권력자가 진짜 강을 죽인 예도 정말 있었다. 페르시아 건국의 시조 키루스 대왕이다. 자신의 애마가 강에 빠져 죽자 그는 강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365개 수로를 뚫어 강물을 뽑아버렸다. 강물은 바다에 닿기 전에 말라버렸다. 이런 일을 막을 건 처음부터 강을 죽이는 일이라 반대하던 사람들이 아니다. 강이 살아야 살 수 있는 강가의 백성들이요, 누가 강을 지배하건 조상이 살았고 후손이 살 산하에서 뿌리 내리고 살아야 할 이 땅의 백성들이다. 무심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말이다.

이훈범 논설위원
 

 


 
 후대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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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창극] 지금 국회는 알 수 없는 미래의 결과를 놓고 팽팽히 맞서 있다. 4대 강 사업 때문이다. 양측의 주장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한쪽은 수질개선과 용수 확보를 위해 반드시 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반면, 반대쪽은 수질은 더 악화될 것이고 용수 확보는커녕 홍수가 나면 큰 재앙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쪽은 강을 친환경적으로 아름답게 정비함으로써 국민의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다른 쪽은 물을 여러 곳에 가둠으로써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팔당댐으로 인해 양평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겨울 기온이 더 낮다거나, 댐 주변이 습기로 인해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주장이다. 반면 서울의 한강 두 곳에 수중보를 설치했으나 그것으로 인해 서울의 생태계에 변화는 없었고 오히려 한강의 넉넉한 강물로 환경과 조건이 더 좋아졌다고 반박한다.

아무도 미래를 앞질러 가보지 못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이 사업을 하고 난 후 우리의 강줄기들이 더 쓸모 있고 아름답게 변했다면 “그때 반대에 못 이겨 사업을 안 했더라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고 정말 생태계에 변화가 온다면 “그때 좀 더 강하게 반대할 걸”이라고 후회할 것이다. 여기에는 전문가들도 도움이 안 된다. 그들도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이 가장 온당할까. 우선 환경과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경우라면 국토를 가꾸고 다듬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잘사는 나라, 선진국일수록 국토 구석구석에 사람의 손길이 안 간 곳이 없다. 물론 자연상태로 보존해야 할 곳은 당연히 보존해야 한다. 국립공원이나 그린벨트 같은 곳은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자산이 된다. 그러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땅, 우리가 능력만 있다면 살기 좋고 보기 좋게 가꾸어야 한다. 그것도 선진국이 되는 길이다. 그 점에서 극단적 환경론자들의 주장은 경계해야 한다. 도롱뇽 몇 마리를 살리자고 떼를 쓰는 바람에 몇천억원을 날리는 그런 어리석음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4대 강 사업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반드시 바람직한 것이냐의 문제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토목공사에 돈을 들이는 것이 이 시절 과연 최적의 사업이냐고 묻는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미래지향적인 곳에 자원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 경쟁력을 좀 더 확보할 수 있는 곳에 우리의 힘을 모아야 한다.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이라든지, 기술혁신, 또는 기초적 연구 등에 집중투자가 있어야 미래가 있다. 금융위기로 빚어진 경제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돈을 풀어 사업을 일으켜야 한다면 그 용처가 좀 더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지금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안전망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먹고 사는 데 우선 쓰자는 주장이 있다. 소위 복지파, 좌파들의 주장이다. 나는 4대 강 사업이 복지파들의 '쓰고 보자'는 식의 발상보다는 나은 대안이라고 보지만, 우리의 미래 경쟁력을 고려할 때 가장 적절하고 시급한 사업인가에는 회의를 갖고 있다.

이런 사업은 미래와 연결되어 있는 사업이다. 그 수혜자나 피해자는 다 미래의 후손들이다. 어떻게 하면 후손들에게 아름답고 편리한 땅을 유산으로 물려줄 것인가의 문제다. 이는 정쟁거리가 될 일이 아니다. 이념의 문제도 아니다. 민주당 출신의 지자체장들은 대통령과 함께 기공식에 참석해 웃고 있는데 그 당은 국회에서 예산심의를 보이콧하는 이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러니 모든 문제가 국회로 가면 정쟁으로 변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면 다음 선거는 해보나 마나이니 무조건 막아야 한다' '대통령의 치적으로 남겨야 할 성역사업이니 밀어붙여야 한다'는 주장들은 모두 정파적이며 근시적이다.

우리는 누구나 미래를 모른다. 그러나 과거가 현재에 연결되어 있듯이 현재는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현재를 제대로 살면 제대로 된 미래가 오게 되어 있다. 그것이 역사다. 현재의 바른 마음, 합리적인 판단이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이런 사업은 바로 그런 마음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한 곳을 시범적으로 해보고 그 결과를 봐가며 확대 여부를 결정하면 좋을 것이다. 재앙인지 축복인지 금방 현실 체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 부족한 영산강과 낙동강부터 시작한 후 성공하면 한강과 금강으로 확대해도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얼마든지 여야의 지혜를 모을 수 있다. 우리 후대에게 물려줄 땅에 관한 일이니 당연한 일 아닌가.

문창극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