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마을
우면산의 가을 26 (흐르는 강물처럼...) 본문
우면산의 가을 26 (흐르는 강물처럼...)
여명
최근 우리나라는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로 전국이 갈등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모든 것이 역사가 증명하겠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나라를 망치기 위해 벌이는 사업은 없다. 어떤 사업을 추진하는 데 반대가 없을 수는 없다. 단지 그러한 반대의견을 겸허하게 수용하여 갈등을 얼만큼 봉합해 나가면서 강력한 추진을 하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과거 박정희 시절에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지금보다 더 많은 반대 의견이 있었다.
당시 야당의 김대중과 깅영삼은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사 현장에 드러누워 시위를 하였다. 일부 사람은 지금에서야 그들의 반대가 건설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건설 시기 문제로 이야기 하고 있다. 경부선보다 교통이 낙후된 호남권으로 건설하지 않는다는 문제로 반대가 극심하였다. 모든 것이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기 전에 자신들의 이기심에서 출발한다는 문제와 기득권이 추진하는 사업이 만약에 성공한다고 치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것을 우려한 속내일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 환경,생태계 파괴를 대부분 이야기 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도 마찬가지려니와 한강변 개발도 반대가 심하였다. 청계천 복원시 반대한 사람도 많았다. 그 엄청난 민원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도심에 생태하천을 조성하여 다른 나라에서 견학을 오고 있을 정도이니 성공한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반대하던 그들은 지금 경부고속도로,한강변,고속철,청계천을 뻔뻔스럽게도 잘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4대 강들이 죽어 가고 있다. 낙동강은 물론이고 영산강은 식수로도 사용이 불가할 정도로 썩어가고 있다. 지금 상태의 유속과 유량으로는 그대로 계속 방치한다면 썩은 하천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의 하천들은 토사가 흘러내려 강상이 높아지고 유속이 느려졌으며 유량도 줄어들어 하천으로 그 기능을 상실한 상태이며 각 지천과 중소 도시에서 무단 방류하는 정화되지 않은 많은 오폐수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구상의 가장 큰 문제는 물부족이라고 하지 않는가! 한국의 하천은 생명수와도 같다. 항시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하천을 살리지 않으면 앞으로 물도 수입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죽어가는 4대 강들의 근본적인 치유로 죽어가는 강을 살리고 생태계를 복원시키며 자연환경을 되살리는데 좋은 결과를 초래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대안 제시도 없는 무조건적인 반대는 국력을 낭비시키고 갈등만 부추기며 역사의 흐름을 지체시키는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각자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투명한고 반듯한 추진으로 국민 모두에게 기쁨을 주는 사업이 되길 바랄 뿐이다. 이대통령의 재임간 역작이 될 것이며 후대의 역사는 그 공과를 분명히 평가할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반대 시위하는 야당
강물은 무심히 흘러흘러 지난날의 성패와 영욕을 모두 바다로 희석해 냈지만 인간은 여전히 강물에서 세상을 지배하려던 선조들의 욕심을 다투고 있다. 물과 인연 깊어 청계천으로 만족할 수 없던 권력자는 역사 속 영웅들의 근거지가 됐던 강들을 하나로 잇는 대역사를 꿈꿨으나 경쟁자들의 필사적 저항에 뜻을 접었다. 잠시 강을 빼앗기는 것도 치명적인데 어찌 영구한 지배를 그에게 허락할 수 있으랴. 장구한 강물도 씻어내지 못한 그 이름이 영원토록 대운하에 새겨지는 걸 어찌 두고 볼 수 있으랴.
권력자도 물과 모진 인연이기에 물러날 수만은 없었다. 영웅이 떠난 세월의 더께 속에 야위어만 가는 강줄기를 바라보며 자신의 몸에서 힘이 새어 나가는 무력감을 느꼈으리라. 그조차 기름기 잔뜩 낀 고지혈 강물을 맛보며 자신의 피부 밑에서 동맥경화가 진행돼 가는 위기감을 가졌으리라. 네 개의 강이 하나 되어 흐르게 할 뜻은 꺾였으되 영웅의 발자취를 되찾을 수 있는 강물은 살려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겼으리라.
권력자는 '4대 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에서 외쳤다. 그것이 강을 살리는 길이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영웅들을 형상화한 보를 만들어 마른 강줄기를 살찌우겠노라고. 그 옆엔 자전거 길과 산책길, 요트 선착장, 놀이시설처럼 요모조모 '청계천식 키치'들로 가득 채우겠노라고. 그래서 사람들이 찾고 돈을 떨어뜨려 국토의 젖줄이 건강해지는 만큼 지역경제도 근육을 키우겠노라고. 텃밭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경쟁자들은 절망 속에서 '4대 강 죽이기 절망 선포식'을 열었다. 그들도 외쳤다. 강물을 보로 막으면 수질이 악화되고 결국 강을 죽일 거라고. 밑 빠진 독처럼 강물에 던져 넣어야 할 돈을 못 가진 자들을 위해 쓰는 게 나을 거라고.
강 바닥 파고 물 가두는 한 가지 일을 놓고 누구는 강을 살린다 하고 누구는 강을 죽인다 하니 강가의 백성들은 어지럽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분명한 거다. 강을 살린다는 건 곧 자신을 살리는 길이요, 강을 죽인다는 것 또한 자신을 죽이는 길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란 거다. 결국 세상을 차지하기 위한 강물 지배권 다툼이란 얘기다.
정말 강이 살지 죽을지는 지금부터 정해질 일이다. 삽 없이 첫 삽질이 떠졌고 삽자루는 권력자가 쥐었다. 이제는 그가 제대로 강을 살려내는지 지켜봐야 한다. 불도저에 깔리는 생태계는 없는지, 강물에 떠내려가는 예산은 없는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그래서 팔자에 없던 레저단지가 될 새만금과 조력발전소가 된 시화호, 고추 말릴 때나 쓸모 있다는 지방공항 꼴이 되기 전에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권력자가 진짜 강을 죽인 예도 정말 있었다. 페르시아 건국의 시조 키루스 대왕이다. 자신의 애마가 강에 빠져 죽자 그는 강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365개 수로를 뚫어 강물을 뽑아버렸다. 강물은 바다에 닿기 전에 말라버렸다. 이런 일을 막을 건 처음부터 강을 죽이는 일이라 반대하던 사람들이 아니다. 강이 살아야 살 수 있는 강가의 백성들이요, 누가 강을 지배하건 조상이 살았고 후손이 살 산하에서 뿌리 내리고 살아야 할 이 땅의 백성들이다. 무심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말이다.
이훈범 논설위원
광고 | |||
아무도 미래를 앞질러 가보지 못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이 사업을 하고 난 후 우리의 강줄기들이 더 쓸모 있고 아름답게 변했다면 “그때 반대에 못 이겨 사업을 안 했더라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고 정말 생태계에 변화가 온다면 “그때 좀 더 강하게 반대할 걸”이라고 후회할 것이다. 여기에는 전문가들도 도움이 안 된다. 그들도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이 가장 온당할까. 우선 환경과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경우라면 국토를 가꾸고 다듬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잘사는 나라, 선진국일수록 국토 구석구석에 사람의 손길이 안 간 곳이 없다. 물론 자연상태로 보존해야 할 곳은 당연히 보존해야 한다. 국립공원이나 그린벨트 같은 곳은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자산이 된다. 그러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땅, 우리가 능력만 있다면 살기 좋고 보기 좋게 가꾸어야 한다. 그것도 선진국이 되는 길이다. 그 점에서 극단적 환경론자들의 주장은 경계해야 한다. 도롱뇽 몇 마리를 살리자고 떼를 쓰는 바람에 몇천억원을 날리는 그런 어리석음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4대 강 사업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반드시 바람직한 것이냐의 문제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토목공사에 돈을 들이는 것이 이 시절 과연 최적의 사업이냐고 묻는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미래지향적인 곳에 자원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 경쟁력을 좀 더 확보할 수 있는 곳에 우리의 힘을 모아야 한다.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이라든지, 기술혁신, 또는 기초적 연구 등에 집중투자가 있어야 미래가 있다. 금융위기로 빚어진 경제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돈을 풀어 사업을 일으켜야 한다면 그 용처가 좀 더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지금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안전망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먹고 사는 데 우선 쓰자는 주장이 있다. 소위 복지파, 좌파들의 주장이다. 나는 4대 강 사업이 복지파들의 '쓰고 보자'는 식의 발상보다는 나은 대안이라고 보지만, 우리의 미래 경쟁력을 고려할 때 가장 적절하고 시급한 사업인가에는 회의를 갖고 있다.
이런 사업은 미래와 연결되어 있는 사업이다. 그 수혜자나 피해자는 다 미래의 후손들이다. 어떻게 하면 후손들에게 아름답고 편리한 땅을 유산으로 물려줄 것인가의 문제다. 이는 정쟁거리가 될 일이 아니다. 이념의 문제도 아니다. 민주당 출신의 지자체장들은 대통령과 함께 기공식에 참석해 웃고 있는데 그 당은 국회에서 예산심의를 보이콧하는 이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러니 모든 문제가 국회로 가면 정쟁으로 변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면 다음 선거는 해보나 마나이니 무조건 막아야 한다' '대통령의 치적으로 남겨야 할 성역사업이니 밀어붙여야 한다'는 주장들은 모두 정파적이며 근시적이다.
우리는 누구나 미래를 모른다. 그러나 과거가 현재에 연결되어 있듯이 현재는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현재를 제대로 살면 제대로 된 미래가 오게 되어 있다. 그것이 역사다. 현재의 바른 마음, 합리적인 판단이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이런 사업은 바로 그런 마음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한 곳을 시범적으로 해보고 그 결과를 봐가며 확대 여부를 결정하면 좋을 것이다. 재앙인지 축복인지 금방 현실 체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 부족한 영산강과 낙동강부터 시작한 후 성공하면 한강과 금강으로 확대해도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얼마든지 여야의 지혜를 모을 수 있다. 우리 후대에게 물려줄 땅에 관한 일이니 당연한 일 아닌가.
문창극 대기자
'시대의 흐름과 변화 > 생각의 쉼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면산의 겨울 1 (세계 대변혁의 시나리오, World Shock 2012 ) (0) | 2009.11.30 |
---|---|
우면산의 가을 27 (부패공화국, 총체적 탐욕과 비리) (0) | 2009.11.27 |
우면산의 가을 25 (부정부패에 대하여...) (0) | 2009.11.24 |
우면산의 가을 24 (공영방송은 개선되어야 한다) (0) | 2009.11.23 |
우면산의 가을 23 (혼돈과 갈등의 시대...) (0) | 2009.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