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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가을 4(정치, 그리고 방송인)

두바퀴인생 2009. 10. 15. 22:26

 

 

우면산의 가을 4 (정치,그리고 방송인)

 

 

 

 

 

 

 

방송인 김제동씨가 KBS2 TV <스타 골든벨> 진행을 그만둔 데 이어, MBC <100분토론> 진행자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곧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방송계가 뒤숭숭하다. 유명 방송인·연예인 한두 명이 교체된다고 방송계 분위기가 바뀐다면 정상적인 일이 아니지만 그런 기류가 감지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가 탈락했고, 시사평론가 정관용씨가 진행하던 KBS TV와 라디오의 토론 프로에서 하차했다. 가수 윤도현씨도 KBS TV와 라디오 프로 진행자에서 밀려났다.

 

방송인들이 현정부의 정치이념과 같지 못하다면 언론이라는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권력을 가진 그들이 가만히 놓아 둘리가 없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본인들이 생각할때는 사전통보나 협의도 없이 갑자기 결정된 사실에 분하기도 하고 기분도 나쁠 것이다. 자신들이 그만두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그러나 그들 스스로도 이번 조치에 대해서 이미 마음속에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사고와 행동의 결과가 잊번사태를 불러올 곳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스스로 그만 두었다면 더욱 아름다운 일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입장은 바뀌놓고 생각해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또 한사람이 오랫동안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자체는 신진대사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흥미를 자아낼 수가 없다고 본다. 방송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종사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능력도 있고 진행을 재미있게 한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시간이 오래 갈수록 모든 것에 시청자들은 식상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사람을 발탁하여 새로운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신선한 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의 능력은 백지 한 장 차이이며 고인물이 썩듯이 너무 오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바람작하지 못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물론 김제동씨나 손석희 교수가 능력이 없거나 무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처럼 유능하고 위트가 넘치며 능숙능란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회자들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화를 하고 있으며 그 변화에 따라 생각도 바뀌고 행동도 바뀌어야 한다. 나이가 많다고, 오래되었다고 그 사람이 반드시 유능하고 똑똑하여 그 사람만이 해야 된다는 사고는 위험한 사고일 것이다. 누구나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긍적적으로 생각하자~~ 그리고 내가 미운사람을 용서하자~~


 

 


 

하나

이들은 정부에 비판적 논평을 하고 진보주의적 입장에서 토론을 이끌거나 사회참여에 적극적이었다. 정부로서 껄끄러운 처신을 해왔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2002년 1월부터 <100분토론>을 진행한 손 교수 역시 극우 보수 진영에 의해 교체 대상으로 지목돼 왔다. 특히 지난달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뉴라이트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손 교수가 유력한 ‘찍어내기’ 대상으로 꼽혔다.

MBC 측은 가을 프로그램 개편(11월)을 앞두고 손 교수의 하차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목적은 어디까지나 <100분토론>의 경쟁력 강화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너무 떨어진다. 손 교수는 지금도 여론조사에서 신뢰도·영향력 1위인 언론인이다. 회사 측은 경비 절감을 말하지만 2006년 프리랜서 선언 이후 그의 출연료는 회당 200만원으로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그보다 훨씬 많이 받는 방송인도 다수다.

자연히 정치적 외압설이 고개를 든다. 이에 대해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정권이 압력을 가했다는 것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분들, 대통령과 여당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확실한 팩트에 근거해서 비판하라”고 말했다. 마치 물증을 대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런 물증을 내놓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디어법 개정 과정에서 우리가 얻은 경험칙은 이 정권이 방송 장악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무리수를 쓸 용의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것이 종국적으로 일패도지(一敗塗地)의 길임에도 불구하고.

 

김제동. 1974년생으로 지난 수년동안 '느낌표', '말달리자'. '까치가 울면', '환상의 짝궁' 등의 진행을 맡아왔고 특히 그가 진행을 맡아온 오락프로의 대부분은 공익적 성격이 어느정도 가미되어 있는 프로그램들이라는 점이 눈길이 간다. 
 
무엇보다 김제동은 방송가에서 책을 많이 읽고, 공부와 사색을 많이 하는 연예인으로 잘 알려져있다. 또한 김제동의 방송가 입문 과정 역시 남다르다. 현재 맹활약중인 대다수의 주요 오락, 교양프로 MC들이 대개는 방송사 개그맨 공채출신이거나 기획사 오디션등을 통해 연예계에 입문한 사람들이다.
 
이와 대비해  김제동은 대구에서 대학가 각종 축제 MC를 비롯 야구, 농구 경기장 장내 아나운서등. 그야말로 밑바닥부터 경력을 쌓아 오늘에 이른 입지전적의 인물이기도 하다. 헌데 그러한 김제동에게 별안간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바로 지난 4년간 메인MC를 맡아온 KBS 오락 프로그램 ‘스타골든벨’에서 별안간 퇴출되었기 때문이다.
 
사회 현실 참여에 대한 보복적 성격이 짙은 김제동의 퇴출

과정은 석연찮은점이 많다. 김제동이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당시 노제 진행을 맡았던 점이라던가 그간 종종 해온 각종 시사성 발언들이나 강연. 그와같은 김제동의 일련의 행보를 보면 어떤 정치보복이나 괘씸죄일 가능성인 의혹이 너무나 깊다.
 
무엇보다 퇴출 통보 자체가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스타골든벨 녹화일인 12일을 불과 사흘 앞둔 어제 9일 갑작스런 퇴출 통보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방송가로서도 이례적인 일이고 무엇보다 KBS의 가을개편안이 아직 구체적인 일정과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시점에서 김제동 퇴출이 먼저 결정되었다는 것은 그 같은 의혹을 더욱 짙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지난 수년간 공중파 3사의 가을개편은 통상적으로 11월 또는 10월말경에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난 몇 달간 정치적 문제과 관련된 김제동씨의 몇몇 행보와 무관치 않은 정치보복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퇴출 통보가 있은 9일엔 김제동씨가 바로 노무현 재단 출범기념 문화제에 평소 친분이 있는 연예인과 함께 참가 하기도 했다. 연예인의 정치, 시사 발언에 관한 문제는 일단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자. 지금 이 자리에선 과연 이 시점에서 김제동 퇴출이 옳은일인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나라 방송 발전에 무슨 도움과 긍정적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것인지 그런 문제만 지적하기로 하겠다.

사실 김제동은 지금 우리나라 방송가에 보석과도 같은 존재다. 각종 오락프로마다 온갖 막말개그, 호통개그 - 그걸 개그라 할수 있는건지 자체가 필자는 의문이다.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한 인신공격성 발언이 난무하고, 도저히 시청자 입장에선 가족들과 함께 보기 낯 뜨겁고 비위 상하는 장면들이 연출되기가 일상인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공중파 3사 오락프로의 실상이다. 여기서 케이블 방송의 현실까진 뭐 더 말하고 싶지도 않다.
 
바로 그러한 진흙탕과도 같은 현실에서 김제동은 마치 하나의 연꽃처럼 바른 우리말 쓰기를 노력해 왔고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진행할때마다 출연자를 배려하는 방송진행자로 잘 알려진 사람이다. 인간적으로도 김제동이 방송가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강하고 예의가 바른 사람인지 이미 알려져 있을대로 알려져 있다.

도대체 이런 현실에서 바른생활 사나이 김제동을 퇴출시켜 가져올수 있는 방송의 발전이 무엇이며 오락프로의 진보는 무엇인가? 정작 막말개그, 호통개그로 늘상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특히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늘상 고압적인 자세로 방송중인 상황에서조차 출연한 후배나 신인 연예인들을 면박주고 인신공격하는 모습.
 
저런 프로그램과 저런 방송진행자들이 우리사회와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해악을 미치는지 정녕 모르는가. 누구누구라고 일일이 거명하진 않겠지만 바른생활 사나이 김제동이 퇴출된 지금 이 시간에도 그런 방송인들은 버젓이 공중파 3사는 물론 케이블까지 종횡무진하며 갖은 횡포를 부리고 있다.


▲  방송인 김제동과 가수 강산에가 9일 저녁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출범기념 콘서트-파워 투 더 피플(Power to the People)'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지 않을수 없는 문제는 바로 오락프로 전체의 저질화다. 특히 소위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난무하면서 그 경향은 갈수록 심해져갔다. 리얼 버라이어티란 프로그램 특성상 가상현실체험을 하든, 여행이나 풍물기행 같은 모습을 보여주든 출연자들은 대개 가식보담은 자신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주려 애쓴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그 정도가 지나치다. 이미 그 소위 가식없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행위들이 경쟁의 과열을 불러와 오히려 눈살 찌푸리게 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게 된다.
 
욕설, 막말 같은 문제야 이젠 아예 면역이 되다시피하고 갈수록 점차 엽기적이고 혐오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 하기까지 한다. 정말이지 저게 대한민국들 대표하는 톱스타 연예인들의 실제 모습이라면 이건 절망스러운 일이다.

차라리 요즘은 예전의 공익성이 약간 가미된 소위 인포테인먼트 형식의 오락프로들이 그립기까지 하다. 물론 오락프로그램도 다양한 장르가 있는 것이니 그중 어떤 한 장르만이 옳고 반드시 그런 방향으로만 제작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못하다.
 
그러나 지금 오락프로그램 저질화의 가장 근본적 문제는 리얼버라이어티의 범람에 그 원인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방향으로의 획일화도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그만큼 부족하고 고갈되어 있다는 방증도 된다.

그래서 지금 두가지 측면에서 김제동 퇴출에 통탄해 하고 있다. 가뜩이나 막말 방송인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나마 보석 같았던 바른생활 진행자 한 사람이 퇴출되었다는 점이 통탄스럽고, 리얼 버라이어티쪽의 획일적인 범람이 오히려 오락프로의 저질화를 가중시키고 있는데.
 
하필이면 항상 공부하고 연구하는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김제동을 쫓아냈다는데 어찌 분통이 터지지 않겠는가. 더욱이 이런것이 그 무슨 뉴라이트나 이명박 정권이 바라는 방송가 발전의 방향이라면 필자의 절망감은 이미 극에 달해있다.

 

 

역사책을 훑으면 숱하게 떨어지는 게 이런 고사다. 모든 나라, 모든 기업, 모든 조직의 수장이 듣기 싫은 소리에 귀를 막는 순간 망조에 빠져들었다. 우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명신 궁지기(宮之奇)가 나중에 유명한 사자성어가 되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을 일컬으며 길을 내주지 말라고 간했건만 왕의 귀는 이미 진 왕이 약속한 달콤한 꿀로 막혀 있었다.

한 개그맨이 4년간 맡아왔던 프로그램에서 급작스레 하차한다는 소식에 이 이야기를 떠올린 것이 단지 걱정을 사서 하는 할머니 마음 탓만은 아닐 터다. 앞서 인기 가수 누구도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음악 프로그램을 석연찮은 이유로 그만뒀었다. 또 다른 개그우먼은 인기 있는 라디오 시사토크쇼 진행자 자리에서 밀려날 뻔하다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대표적 TV 시사토론을 진행하는 아나운서 출신 교수도 곧 잘릴 거라는 얘기가 무성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애들도 안다. 지난 정권과 친했고 딱 그만큼 현 정권과 불편한 관계였다. 공교롭게도 그런 인물들이 줄지어 퇴장한다는 건 아무리 넘기려도 목에 걸린다. 이유야 다 있다. 오래 해서 바꿀 때도 됐고,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설명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으니 딱한 일이다.

가뜩이나 반으로 갈리고 나뉘어 제 주장만 늘어놓고 남 얘기는 들으려 하지 않는 우리 사회다. 그런 사고와 이념의 양극화는 가랑이가 갈수록 벌어져 걷기조차 힘들다. 이럴 때 연예인들이 섣부른 이념을 이야기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들에게 영향 받기 쉬운 청소년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토크쇼나 시사토론 진행자가 어느 한쪽에 기운 진행을 하는 게 반칙 행위인 것은 설명이 필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자리를 빼앗고 입을 틀어막겠다고 한다면 그건 더욱 위험한 발상이다. 프랑스 작가이자 정치인인 앙드레 모루아는 말했다. “우린 친한 사람들의 솔직한 말을 고맙게 받아들인다. 다른 사람의 솔직한 말은 거만하게 들린다.” 그게 인지상정인 거다. 여기에 동의한다면 남의 말을 듣고 노여워하기 전에 내 생각과 다르다고 남을 건방지다고 여겨본 적은 없는지 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보다 큰 권력을 손에 쥔 지도자일수록 더욱 그렇다. 친한 사람들로부터도 솔직한 말을 듣기 어렵게 하는 게 권력의 속성인 까닭이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게 건강한 사회다. 경위 없는 말로 세상을 호리는 사람이 있더라도 끝내 퇴출되고 마는 게 세상 이치다. 그런 걸(그렇다고 믿는 걸) 바로잡겠다고 나서는 건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잡는 것과 다름 아니다. 스스로 자신 없음을 내비치는 조급증일 따름이다. 듣기 싫은 소리도 참고 귀담아들을 부분이 있는지 따져보는 게 지혜요 용기다. 그런 지도자가 있는 조직과 기업, 국가의 미래가 밝은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많은 사람이 충고를 받지만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자는 현명한 사람뿐이다.” 고대 로마의 풍자시인 푸블릴리우스 시루스의 말이다.

이훈범 논설위원

                                              -서초동 퍼오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