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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미래사회

3만 달러,747 그리고 SW...

 

 

 

3만달러,747 그리고 SW

전자신문 | 기사입력 2007-08-23 10:41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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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이다. 당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국내 최대 자바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석해 “SW는 지속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매력적 산업”이라고 했다. 이듬해 4월에는 노준형 정통부 장관이 한 케이블TV에서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SW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라면서 “부존자원이 없고 인적자원이 풍부한 우리의 여건을 고려할 때 SW산업은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두 정통 장관 모두 SW가 우리 경제의 미래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SW산업 위상은 초라하다. 7000억달러가 넘는 세계 SW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안팎이다. 앞으로도 크게 높아질 것 같지 않다. 반면에 글로벌 기업의 입김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SW의 세계 시장 규모는 휴대폰과 반도체보다 훨씬 많다. 부가가치도 크다.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SW의 부가가치는 62.7%로 27.4%의 제조업보다 3배 정도 높다. 수익성도 타산업을 압도한다. MS의 수익성은 국내 대기업의 몇 배다. 몇십만원 하는 통신장비가 제어 SW를 탑재하면 가격이 몇 배 이상 뛴다. 이것이 SW의 힘이다. IBM·노키아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잇따라 SW기업으로 변신하는 이유기도 하다. 노 장관의 지적처럼 사람이 전부인 우리가 국가차원의 새 성장산업을 찾는다면 SW만 한 게 없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SW는 한 번 만들면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추가 생산과 재사용이 가능하다. 제품 개발과 판매, 서비스에 이르는 과정에서 많은 고용이 창출되기도 한다.

 

 이러한 산업적 효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전반의 프로세스를 개선, 고효율의 시스템 사회를 만드는 데 SW가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이다. 도로·항만·네트워크만이 인프라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SW는 중요한 인프라다. 이 때문에 SW는 소득 3만달러를 넘어 4만, 5만달러의 견인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몇 년 전부터 SW강국 코리아를 기치로 내걸며 산업 육성에 애면글면하고 있지만 아직 곳곳에서 역부족이다. SW업계 맏형격인 IT서비스업체는 여전히 전문화와 거리가 먼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러 있고, 패키지 업체들은 매출 1000억원 달성도 힘겨워 하고 있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임베디드와 공개SW도 갈 길이 멀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세계적 SW국가로 비상할 수 있으며 SW로 소득 3만달러를 열 수 있을까. 마침 정통부도 이를 주제로 오늘 각계 전문가를 모아놓고 대토론회를 갖는다니 어떤 말들이 오갈지 기대된다. 사실 글로벌 기업이 꽉 잡고 있는 현 판세로는 SW강국 코리아가 그야말로 난망이다. 무언가 새로운 판이 필요하다. 모든 기기가 컴퓨터로 변하는 다이버전스는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누구나 컨버전스를 외친다. 그러나 조만간 다이버전스 같은 새로운 물결이 유행할 것이다. 이때에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이 분야에 연구와 투자를 집중하면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다음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며칠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뽑힌 이명박의 주요 공약은 ‘747’이다. 연 7% 성장을 통해 10년 내에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 세계 7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국제과학 비즈니스 도시 같은 것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SW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하기는 노 대통령도 SW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았다. SW를 직접 개발했다는 그지만 취임 3년이 지난 2005년 말에야 한 행사에서 “SW가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다”며 “대한민국을 IT강국에서 SW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SW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정책이 쏟아졌다. SW가 소득 3만달러 견인차가 되고 글로벌 SW기업이 나오려면 우선 SW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야 한다. 특히나 대선주자를 포함한 오피니언 리더들이 깨달아야 한다. 자, 이제 누군가 이명박 후보에게 SW의 중요성을 가르쳐주자.

 

◆방은주 논설위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