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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는 요정들의 보호를 받고 있나?'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가 18일 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으로 내정했던 신정아 동국대 교수(35)를 광주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다. 또한 비엔날레 이사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신씨의 감독직 의결을 공식 취소하고 이사진이 전원 사태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신씨가 이미 미국으로 출국한 뒤 뒤늦게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해 오히려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특히 동국대 측도 내부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한진수 부총장)에 모든 것을 위임해놓고 방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비엔날레, 뒤늦은 사태수습
= 광주비엔날레 재단 측이 주장한 혐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또는 업무방해,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등이다. 비엔날레 관계자는 "신정아 씨의 가짜 학위 파문으로 광주비엔날레의 국내외적 위상과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킨 점을 들어 고발하게 됐다"며 "사기 혐의는 아직 감독 임명이 되지 않은 상태로 임금을 받지 않아 적용이 힘들지만 명예훼손 여부는 신중하게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씨가 이미 뉴욕으로 출국한 뒤 검찰에 고발한 것은 오히려 도피를 도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신씨의 출국 전인 16일 오전 비엔날레 측이 보도자료 등을 통해 검찰 고발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는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를 먼저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신씨의 학력 위조 사실 여부를 먼저 따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비엔날레 감독 선임에 앞서 동국대 교수 임용 과정에서 학력 위조 사실을 밝히기 위해 동국대 측의 참고인 조사, 신씨 본인의 소명자료 제출 등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신씨가 미국으로 출국해 진실 규명에 필수적인 본인 조사가 이뤄지기 힘들게 됨에 따라 검찰 수사 역시 동국대가 20일 밝히기로 한 진상조사 결과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듯 비엔날레 측은 이날 오후 긴급이사회를 열고 신씨에 대한 내국인 예술감독 선정 의결을 취소했다.
또 한갑수 이사장과 이사 27명 등 이사진 전원은 신씨 학력 위조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개시됨에 따라 신씨를 추천한 이사회 측 관계자들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 "동국대 내부에 보이지 않는 손"
= 동국대 진상조사위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1일 발표한 캔자스대 학력 조회 여부는 당시 기안문을 토대로 발표한 착오였으며, 예일대 최종 학력 조회만 이뤄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내부 기안문에는 학ㆍ석ㆍ박사 학위를 모두 검증하겠다고 기재해 놓고 실제로는 박사 학위만 했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지난 11일 '예일대와 캔자스대에 신씨의 학력 조회 요청 공문을 등기 항공우편으로 보냈다'는 동국대의 공식 발표 내용은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신씨의 도피성 출국과 함께 사태는 점점 꼬여가는 데도 동국대 측은 광주비엔날레 측과 달리 검찰 수사 요청에 아직까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동국대 교수회의 이종옥 회장은 "교수협의회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며 "교수협은 이번주 말로 예정된 조사위원회의 결과를 보고 추후 대응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직 이사장과 전 총장이 조사의 핵심 대상인 상황에서 동국대 조사위의 내부 조사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국대 교수는 "학위 검증과정만 봐도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빨리 마무리 지으려다 오히려 상처만 커진 꼴이 된 게 아니냐"며 "신씨가 몰래 출국한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만 봐도 여전히 조직 내부에 '보이지 않는 손'이 신씨를 보호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국대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 발표는 20일 예정된 이사회 회의 직후 이뤄질 예정이다.
[한배선 기자 / 이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