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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 청문회,그러나 의미를 남겼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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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 청문회,그러나 의미를 남겼다...

두바퀴인생 2007. 7. 20. 07:03

 

 

[사설] 불완전 청문회, 그러나 의미를 남겼다

중앙일보 | 기사입력 2007-07-20 00:11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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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어제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에 대한 검증 청문회가 열렸다. 이는 한국 정치사상 처음이며 정치 선진국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청문회는 기본적인 진실규명 기법(技法)의 한계로 불완전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심장(深長)한 의미를 남겼다.
 

 이제 한국에서 대통령이 되려는 이는 진실 앞에 발가벗어야 한다. 많은 정치·정책 토론회뿐 아니라 가혹한 검증의 터널을 또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공직을 꿈꾸는 우리의 젊은 세대는 도덕적인 자기 관리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걸 실감할 것이다. 이제 한국은 최대 건설회사 사장을 했다고, 서울시장을 했다고, 영부인 역할을 했다고, 당 대표를 했다고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는 사회가 더 이상 아니다. 이회창과 김대업이 남겨준 값진 유산이다.

 

 이 후보는 추궁당했다. 형님과 처남의 땅 매입 자금을 세인이 궁금해 하는데 왜 그들을 세상 앞에 세우지 않는지, 재산목록 1호인 금싸라기 땅에 대해 그렇게 모를 수 있는지, 그리 재산이 많은데 소외계층에 대한 기부는 얼마나 했는지, 추궁당했다. 그는 결국 형님과 처남에게 진술을 설득해 보겠다고 물러서야 했다. 박 후보도 답해야 했다. 논란의 인물 최태민 목사에 대한 세평에 왜 그렇게 무감각한지, 대기업 회장이 공짜로 지어준 성북동 집에 대해 세금은 냈는지, 박정희 전 대통령 집무실에 남겨져 있던 6억원은 어떻게 받았는지, 답해야 했다. 박 후보도 영남대 재단 관련 회사가 육영재단에 기부금을 내게 된 사실이 잘못됐음을 시인해야 했다.

 

 검증위원들은 나름대로 준비에 애를 쓴 것 같다. 언론 보도를 찾아내고, 시각 자료를 만들고, 도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성의는 보였으나 냉철함과 정교함에서 미숙했다. 질문은 폐부를 찔러야 했으나 갈비뼈 부근에서 멈췄다. 위원들은 이 후보의 도덕성을 더 파고들어야 했다. 선거자금을 폭로한 비서관을 도피시킨 유죄 판결에 대해, 검찰 출두를 거부하고 출국한 형 이상은씨에 대해, 따지고 물었어야 했다. 박 후보에 대해 위원들은 ‘귀족성’을 더 추궁했어야 했다. 아버지 집무실에서 나온 거금 6억원을 그가 그대로 가져도 되는 건지, 왜 항상 세금 누락은 실무자의 착오에 불과한 건지, 물었어야 했다.

 

 청문회가 끝난 지금 국민의 마음엔 여전히 답답함이 있을 것이다. 귓전에 남은 것은 후보들의 주장뿐이다. 어느 정도 진실인지 국민은 후보의 표정과 분위기, 그리고 세상의 사리(事理)로 판단해야 할 판이다. 몇몇 사안에 대해 검찰 수사가 남아 있지만 수사가 모든 걸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국 진실은 국민의 상식적인 시선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국민은 이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지도자를 뽑는 것은 이토록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