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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고유가 시대,울고 웃는 자

 

 

[시론] 고유가 시대, 웃는 자와 우는 자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7-06-15 22:47 | 최종수정 2007-06-15 23:06 기사원문보기

솟구치는 기름 값 때문에 운전하는 사람이면 계기판 기름 표시가 밑으로 내려갈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생계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고,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승용차를 쓰는 사람, 집이 일터에서 멀어 운전하는 사람 등 사연은 제각각일 것이나 모두들 주유소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든다.

현실은 이렇듯 분명한데, 현실에 대한 해석과 처방은 정부와 정유업계, 그리고 시민들 사이에 극명하게 갈라져있다. 정부와 업계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논쟁하는 동안에도 소비자들의 시름은 커져만 간다.

이제 복잡한 논쟁은 접고 고유가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솔직하고 단순하게 문제를 풀어갔으면 한다. 우선 높은 기름 값을 유지하는 고유가 시대에 웃는 자가 누구며 우는 자가 누군지를 따져보자.

당연히 고(高)유류세 정책을 통해 세금을 많이 징수하는 정부와 ‘세금우산’ 아래서 적절한 이윤을 만끽하고 있는 정유업계가 전자(前者)에, 일반시민이 후자(後者)에 속할 것이다. 이제는 우는 자의 입장에 서서 우는 자의 문제를 풀어 주어야 할 시점이다.

우선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유류세 인하를 조심스럽게 검토해야 한다. 현재의 유류 값 수준은 서민 가계 지출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으며 물류비 급등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의 유류세는 관세·수입부과금·교통세·교육세·주행세·판매부과금·부가가치세 등 한 가지 품목에 온갖 세금종류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 후진국형(型)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 기회에 단순화하고 세목을 정리하는 절차를 밟아 자연스럽게 세제(稅制) 선진화와 세금인하의 길을 터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유명무실한 ‘복수 폴제(한 정유사 간판을 내걸고 여러 정유사 제품을 취급할 수 있는 제도)’와 같은 소극적인 방식보다는, 대형 석유 유통업체의 등장을 유도하는 제도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

즉 지금과 같은 4대 정유사 지배구조하의 시장을 제조업계 시장과 판매업계 시장으로 양분시키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유통구조의 개혁이 없이 역동성 있는 시장가격 형성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주유소 설립과 관련된 입지·시설 관련 규제들을 대폭 완화해 대형 주유 할인점이 등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대형 주유소 내지 유통전문 할인마트 주유소를 활성화시키고, 기존 정유사 중심의 주유소 구조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막강한 현금유동성을 확보한 대형점이 집중구매를 통해 정유업계보다 협상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대형점의 존립은 가격 경쟁을 통해 얼마나 많은 고객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유류 가격결정에 소비자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고 대폭적인 할인 경쟁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종국에는 석유 유통시장이 개방되고, 무한 자유경쟁체제로 돌입하여 진정한 의미의 시장체제가 가동되게 된다. 물론 지역형편과 도로 종별에 따른 유통형태의 차이는 자연스럽게 존재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방도와 국도에서는 소박한 ‘복수 폴제’가 가능할 것이고 유료인 고속국도상에서는 1개의 정유사 상표를 내걸고 판매하는 ‘단일 폴제’ 방식을 유지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유업계도 변해야 한다. 원유구입부터 시작해서 생산과 유통비용이 얼마인지, 가격 결정 구조의 투명성을 높여 소비자 신뢰를 얻는 것도 정유업계의 몫이다. 또 정제시설을 고도화하고 운전자로부터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을 교통안전과 같은 좋은 일에 투자하여 다시 돌려주는 기업윤리 실천도 어려운 고유가 시대를 함께 극복하는 지혜가 될 것이다.


[홍창의 관동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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