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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자 A35면에 “헌법은 ‘그놈’ 이고 보수는 ‘별놈’이면 간첩은 ‘형님’인가”라는 내용의 광고가 실렸다. 국민행동본부가 공산당에 의한 6·25 대학살 폭로 국민대회를 연다는 광고였는데, 이를 보고 “90 넘게 오래 살다 보니 별난 광고도 다 보는구나” 싶었다.
노무현 참여정권의 임기 말, 그리고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국회의원들의 싸움판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이전투구’ 그대로다. 개 두 마리가 아니라 수십 마리, 수백 마리가 함께 엉켜 흙탕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 같다. 흔히 함경도 사람들을 이전투구라 한다. 나도 이전투구인 셈이다. 왜냐하면 나도 함경도내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어찌하여 이전투구 판에도 못 드는가. 오죽 못났으면 ‘개판’에도 끼지 못할까.
또 흔히 말하기를 서울과 경기도 사람들은 경중미인(鏡中美人), 즉 거울에 비친 미인 같다 했고, 충청도내기들은 공산명월(空山明月), 즉 허공에 떠있는 밝은 달 같다 했다. 전라도내기들은 풍전세류(風前細柳), 즉 산들바람에 춤추는 버들가지 같다 했고, 경상도내기들은 석전경우(石田耕牛), 즉 자갈밭을 일구는 소 같다고 했다. 모두 다 듣기에 좋은 말들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들은 서로 싸우기만 하는가. 어찌하여 그들은 개처럼 집은 안 지키고 싸우기만 하는가. 대통령은 또 어찌하여 이 싸움판에 끼어들고 있는가. 그렇게도 할 일이 없다는 말인가. 그 싸움을 보고 말리지 않고 구경만 해도 백성들이 불만일 텐데 그 싸움에 끼어들다니 말이다.
더 나아가 대통령은 어떤 모임에서 “헌법은 ‘그놈’이고 보수는 ‘별놈’이다”고 했다는데, 그게 정말인가. 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대통령은 무엇인가. ‘참(眞)놈’인가. 아니면 ‘헛놈’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다. 지금 나는 너무 늙어서 글을 쓸 기력도 없고, 또 쓰고 싶어도 꾹 참기로 결심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 광고를 보고선 참지 못해 이렇게 글을 쓴다. 사람들이 “야, 너도 별 수 없구나. 이전투구에 끼어든 ‘개놈’이구나” 해도 할 수 없다.
[전택부 서울YMCA 명예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