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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하여 선을 이루는...

 

 

[과학칼럼] 합(合)하여 선(線)을 이루는 사회

디지털타임스 | 기사입력 2007-06-15 06:02 기사원문보기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기술사업단장

 

우주기술(ST:Space Technology)은 방송통신ㆍ위성항법시스템 등 미래 산업을 이끌고 갈 첨단기술의 집합체로 우주기술을 개발하면서 수많은 파생 신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우주기술은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이기도 하고 국가 위상을 상징하기도 한다. 19세기와 20세기가 각각 바다와 하늘을 지배하는 국가가 강국이었다면 21세기에는 우주를 장악하는 국가가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이러한 우주기술의 총아인 인공위성의 조립 시험을 하기 위해서는 첨단 시설과 연구 기자재들이 필요하다. 인공위성 개발을 위해서는 먼지가 거의 없는 대형 청정실에서 위성을 조립하고 시험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위성시험동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시설을 이용하여 국내에서 개발되는 인공위성의 조립 및 환경시험들을 수행하고 있다.

 

1995년 아리랑 1호 개발을 위하여 이 시설을 처음 만들었을 때, 외국의 기술자들은 국내의 기술만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이 시험시설에 대한 우려를 많이 했었다. 특히 국내에서 개발하는 광학위성을 위해서는 외국의 일반적인 인공위성 조립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청정도를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해선 차별성 있는 설계 및 공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많은 걱정과 우려 속에 국내의 청정관련 소규모 업체들과 협의하면서 국산화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막상 위성시험동을 건설하고 운용을 해보니,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청정도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국내 반도체 기술 덕분이었다.

 

반도체 제조 공정 중의 중요한 하나가 청정도였기 때문에, 부가적으로 국내업체들의 기술도 많이 발전했고, 그 덕분에 인공위성 시험시설은 국내의 기술만을 이용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작년 11월에 우주환경을 모사하여 인공위성을 시험할 수 있는 직경 8m, 길이 10m의 대형열진공 챔버를 순수 국산화 기술로 저렴하게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국책사업으로 수행된 차세대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개발과정에서 국내에 제조업체들이 초전도 토카막 진공용기 개발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발비용을 지불했고, 요소기술들을 확보하여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렇게 한 분야에서 개발된 기술은 다른 분야 개발에 도움을 주게 된다. 심지어 실패한 연구결과도 다른 연구를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자레인지나 안전운전을 위한 자동차 ABS (Anti-Lock Break System) 브레이크 등은 항공우주분야에서 개발된 많은 기술들이 일상 생활에 적용된 예다. 하지만, 거꾸로 일반에서 개발된 작은 기술들이 모여서 우리나라에서 인공위성을 직접 개발 할 수 있는 초석이 되기도 한다.

 

1960년대 미국이 아폴로 계획을 통해 사람을 달에 보낸 것은 뛰어난 한 두 사람 천재과학자가 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합심으로 이루어낸 성과였다. 내가 지금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서 그 일을 수행하다 보면, 그런 것들이 모여서 항공우주분야 등에 우리 사회의 주요한 기술이정표를 달성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과 땀의 결실로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어느새 해상도 1m급 이하의 위성들도 국내 기술로 개발할 수 있는 외국인들도 부러워하는 위성개발 선진국에 진입한 그런 나라가 된 것이다.

 

금번에 정부에서 새롭게 추진하는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통해 우주기술 분야에서의 또 한번의 도약과 발전을 기대해 본다. 하늘과 우주와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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