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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투구..

 

 

[독자편지] ■ ‘이전투구(泥田鬪狗)’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7-06-15 04:16 기사원문보기
헌법은 ‘그놈’이고 보수는 ‘별놈’이면, 대통령은?

지난 7일자 A35면에 “헌법은 ‘그놈’ 이고 보수는 ‘별놈’이면 간첩은 ‘형님’인가”라는 내용의 광고가 실렸다. 국민행동본부가 공산당에 의한 6·25 대학살 폭로 국민대회를 연다는 광고였는데, 이를 보고 “90 넘게 오래 살다 보니 별난 광고도 다 보는구나” 싶었다.

노무현 참여정권의 임기 말, 그리고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국회의원들의 싸움판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이전투구’ 그대로다. 개 두 마리가 아니라 수십 마리, 수백 마리가 함께 엉켜 흙탕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 같다. 흔히 함경도 사람들을 이전투구라 한다. 나도 이전투구인 셈이다. 왜냐하면 나도 함경도내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어찌하여 이전투구 판에도 못 드는가. 오죽 못났으면 ‘개판’에도 끼지 못할까.

또 흔히 말하기를 서울과 경기도 사람들은 경중미인(鏡中美人), 즉 거울에 비친 미인 같다 했고, 충청도내기들은 공산명월(空山明月), 즉 허공에 떠있는 밝은 달 같다 했다. 전라도내기들은 풍전세류(風前細柳), 즉 산들바람에 춤추는 버들가지 같다 했고, 경상도내기들은 석전경우(石田耕牛), 즉 자갈밭을 일구는 소 같다고 했다. 모두 다 듣기에 좋은 말들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들은 서로 싸우기만 하는가. 어찌하여 그들은 개처럼 집은 안 지키고 싸우기만 하는가. 대통령은 또 어찌하여 이 싸움판에 끼어들고 있는가. 그렇게도 할 일이 없다는 말인가. 그 싸움을 보고 말리지 않고 구경만 해도 백성들이 불만일 텐데 그 싸움에 끼어들다니 말이다.

더 나아가 대통령은 어떤 모임에서 “헌법은 ‘그놈’이고 보수는 ‘별놈’이다”고 했다는데, 그게 정말인가. 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대통령은 무엇인가. ‘참(眞)놈’인가. 아니면 ‘헛놈’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다. 지금 나는 너무 늙어서 글을 쓸 기력도 없고, 또 쓰고 싶어도 꾹 참기로 결심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 광고를 보고선 참지 못해 이렇게 글을 쓴다. 사람들이 “야, 너도 별 수 없구나. 이전투구에 끼어든 ‘개놈’이구나” 해도 할 수 없다.


[전택부 서울YMCA 명예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