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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안되는 이유가 뭔가?

 

도대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안되는 이유가 뭔가

[칼럼] 지지 못 얻으면 서슴없이 권력을 넘길 수 있어야만 한다
입력 :2007-05-18 11:48:00     |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e-mail
▲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 2007 데일리서프라이즈 
그렇게 먼 과거의 일은 아니지만, 올초 정치권의 한 원로인사와 우연히 점심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원래 정치권 인사들과 만나는 것 자체를 그닥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이런 만남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그래도 만난다면 주로 야당 인사들과 만났다. 지리멸렬 상태인 여당은 구심점이 사라진지 오래여서인지, 아니면 나를 이른바 친노(親盧)인사로 분류해서인지 이런 식의 만남 자체가 없어진지 거의 2년은 넘은 것 같다.

이 나라 정치의 아이러니는 친노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을 친노인사로 자기들 멋대로 분류해놓고서는, 그런 친노인사와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은 주로 야당인사들이며, 여당에서 오히려 백안시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작은 일이지만, 이 나라 정치가 빚어내는 인간관계의 축소판을 보는듯 해서 나 자신의 일이면서도 어떨 때는 기분 묘할 때도 있다.

각설하고, 내가 연초 만났던 이 원로인사는 매우 예외적으로 여권 인사였다. 그것도 여권의 최고위직을 역임했던 분이기도 하다. 족보로 따지면 까마득한 언론계의 선배이기도 해서 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분이 벌컥 화를 내는 일이 벌어졌다.

대략 내가 이런 얘기를 했을 게다. 여권이 심각하게 분열돼 있어서 이런 저런 수순이 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이 높다. 올바른 길을 간다면 한나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가능성이 낮다고 집권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도 있다. 아마도 이 대목이었을 것으로 기억된다.

화를 낸 그 원로인사는 "한나라당이 재집권한다는 말을 쉽게 해선 안된다. 그런 사고방식은 잘못이다. 한나라당의 재집권은 역사의 후퇴이며 악몽이다. 한나라당의 재집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 있다는 말을 쉽게 해서는 안된다"고 자신이 화를 낸 이유를 설명했다.

거기에 마주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좋은 이야기로 설명하고 말았지만, 이 에피소드는 현재 이른바 범여권을 관통하고 있는 사상의 일단이란 점에서 한번 논의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런 사고방식은 틀린 사고방식이다. 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안 된다는 것인가. 물론 나도 여전히 이 나라 최대의 비극인 광주학살범 전두환과 민정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이 집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나의 도덕적 판단이며, 나의 주관적 판단이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고, 그들이 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를 지지한다면 집권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게 민주주의 아닌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가 후퇴한다는 주장에 나도 동의한다. 특히 박근혜가 집권한다면 그건 엄청난 역사의 퇴보다. 박근혜란 자연인이 나빠서가 아니라,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갖고 있는 역사성 때문이다. 어떤 정신 나간 이들은 이명박을 노무현 대통령과 동치시키기도 하더라만, 이명박 역시 굳이 비교한다면 박정희와 비교해야 한다. 박정희의 ‘무대뽀’ 불도저 정신은 이명박이 이었다고 한다면, 다른 부정적 유산들은 박근혜가 이었다고 보면 대략 맞을 듯하다.

그런 차원에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는 것도 역사적으로 보면 퇴행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집권은 역사의 후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나의 판단이며, 나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판단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이 나라에는 많이 있다. 그들이 다수이고, 그들이 투표에 더 많이 참가하면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이다. 그건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나는 한나라당이 필패한다고 보는 사람이지만, 오히려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도 있으며, 집권한다고 큰 비극이 발생한다고 보지는 않고 있다.

한나라당의 집권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나와 범여권의 생각이 일치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범여권과 나의 사고지평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도 괜찮다는 사고방식이 매우 정치공학적인 이합집산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그게 범여권의 이른바 통합파 인사들의 가장 커다란 잘못이며,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다. 열린우리당으로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바깥으로 튀어나간 사람들이 어제의 동지들을 배신하는 정도를 넘어서 등에다 칼을 꽂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으니 어떻게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범여권이 한나라당을 한번 이겨보려면,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되,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일이 실패할 경우 서슴없이 권력을 한나라당에 넘길 수도 있어야만 한다. 아닌 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한다는데, 쿠데타라도 일으킬 능력을 갖고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인지.

정치의 분석은 공학적 수단과 틀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치의 주체가 그래서는 안된다. 어리석어 보이지만 바른 길을 가는것, 둘러가는 것 같지만 제대로 된 길을 가는 것. 그것이 바로 그나마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범여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4년여를 통해서 살아 있는 사례를 보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도대체 해법을 바로 코 앞에 두고 저 멀리 허황된 신기루를 찾아 헤매는 어리석은 사막의 캐러번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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