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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남자,디지털기기 여자...

 

육아에 빠진 남자, 디지털기기에 미친 여자

쿠키뉴스 | 기사입력 2007-06-07 17:21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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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휴대전화 개발회사에 다니는 김모(36·경기도 성남시 은행동)씨는 회사에서 ‘가사왕’으로 통한다. 결혼 4년차인 그는 부서 회식이 있는 날이면 아기를 돌봐야 한다며 회사를 나선다.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한모(27·여·서울 구의동)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얼리어답터(최신 제품을 남들보다 빨리 써보길 좋아하는 사람)다. 한씨는 렌즈교환식카메라(DSLR), 게임기, 휴대용멀티미디어재생기(PMP)등 최신형 IT제품을 사지 않고는 못 배긴다. IT마니아로 소문나면서 동료들은 IT제품을 사거나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남자직원들을 제치고 한씨를 찾는다.

 

‘육아·미용=여성’, ‘디지털기기=남성’이라는 성역(性域)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최근 20∼30대 남성 직장인 9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8%가 자신을 엠니스(M-ness)족이라고 답했다. 엠니스란 ‘맨(man)’과 여성적인 특성을 의미하는 ‘니스(ness)’를 결합한 신조어로 양육, 미용 등 여성적 특징을 두루 갖춘 남성을 의미한다. 이들은 피부 관리와 외모 치장에 적극적이고 쇼핑도 즐겨한다.

 

의류업체 직원 안모(31·서울 상계동)씨는 대표적인 엠니즈족. 그는 “남자가 무슨 피부 관리냐”는 주변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토요일마다 피부 관리실을 찾는다. 안씨는 “야근과 회식이 잦아지면서 피부가 눈에 띄게 처지고 나이가 더 들어보여 피부 마사지를 받게 됐다”며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만 의류업체에서 일하다보니 피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피부 관리실을 운영하는 유모(36·여·서울 논현동)씨는 “2년 전부터 20∼30대를 중심으로 남성 고객이 늘기 시작했다”며 “지난해는 전체 손님의 15%, 올해는 30% 정도가 남성 고객”이라고 말했다.

반면 디지털기기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블로그, 미니홈피 등을 꾸미는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디지털카메라와 노트북과 같은 디지털기기 이용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DSLR의 여성 구매비중은 지난해 14.8%에서 올 들어서는 5월까지 17.8%로 증가했다. 휴대용게임기인 닌텐도DS는 구매자 중 34.7%가 여성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테크노마트 컴퓨터 매장에서는 12인치 소형 노트북 구매자 60% 남짓이 여성이다. 매장 관계자는 “소형 노트북은 2㎏미만으로 가볍고 성능도 다른 노트북에 비해 떨어지지 않아 휴대전화처럼 들고 다니며 카페나 야외에서 홈피 꾸미기 등에 활용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차윤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