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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과 글로벌 경영

 

 

Editor Column |회장님과 글로벌 경영

[이코노믹리뷰 2007-05-27 00:09]

난센스 퀴즈.
 

국내 대기업들은‘글로벌 경영’의 중요성을 언제 가장 뼈저리게 느낄까. 답은 회장님이 곤경에 처해 있을 때…. ^ ^

 

대기업 총수가 곤경에 빠지면 한결 같이 글로벌 경영이 문제가 된다. 한화가 그랬고, 현대차가 그랬고, 두산이 그랬고, 삼성이 그랬다.

 

문제 제기는 언론으로부터 나온다. 처음에는‘글로벌 경영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기사가 나오고 좀더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글로벌 경영공백 현실화’란 보도가 등장한다. 이런 저런 내용으로 포장돼 있지만 기사의 전체적인 뉘앙스는 한 마디로 말해 회장이 조속히 경영에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승연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언론은 “일상적인 경영활동은 큰 지장이 없겠지만 야심 차게 추진해온 글로벌 경영은 차질을 빚게 됐다”고 보도했다.

 

총수 거취에 그렇게 영향을 받는다는 글로벌 경영이란 무엇인가.

 

글로벌 경영의 사전적 의미는 국경을 초월해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경영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해외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투자를 하고, 공장을 짓는 것이 글로벌 경영의 전부는 아니다. 이런 것들은 글로벌 경영을 추진해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외형적인 부산물들이다.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경영은 인재관리, 다양성 관리, 커뮤니케이션, 핵심가치, 원칙 등을 글로벌화시키는 것이다.(LG경제연구소 주간경제 846호)

 

총수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글로벌 경영에 비상등이 켜진다면 그건 본질적인 글로벌 경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결정권자 부재(不在)로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주춤거리거나 연기될 수는 있다. 심지어 다 성사됐던 일이 무산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영에 큰 차질이 생겼다고 난리법석을 떠는 건 왠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이 정작 안타까워하는 건‘글로벌 기업’의 문제다. 글로벌 경영이 시스템이고 프로세스인 데 반해 글로벌 기업은 존재론적이며 가치의 개념을 담고 있다. 글로벌 경영을 잘하고 있다 해서 자동적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는 건 아니다. 원대하고 아름다운 경영철학과 비전을 갖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그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물의를 일으켰던 기업들은 모두 국내에서 열 손가락에 드는 곳이다. 이들 기업은 한결 같이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다짐(?)을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총수들이 이런 저런 잡음을 일으키면 이 같은 다짐은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할 뿐이며, 여기에 바로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설령 글로벌 경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호소가 먹혀 들어가 ‘옥중경영’기간이 짧아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기업 이미지는 이미 땅에 떨어졌는데….

 

일본이‘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난 배경엔 일본 3대 기업가의 경영철학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한다.(포스코경영연구소) 일본을 살린 3대 기업가는‘마쓰시타 고노스케’‘혼다 쇼이치로’‘이나모리 가즈오’인데 이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윤리경영과 사회책임경영을 중시했다는 점이다. 이 중 마쓰시타는 이미 1933년에 기업의 사회적 사명을 천명했다. 사회로부터 존경받은 경영인과 그 경영인이 이끌어 가는 글로벌 기업이 있었기에 일본은‘잃어버린 10년’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크건 작건 총수들의 일탈(?)행위는 이제 국민들의 눈앞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사회에 영(令)이 서고, 기업이 성숙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대물림 경영’을 펼치고 있는 2세, 3세 경영인들의 사명과 책임은 막중하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라고 자부하고있는 우리나라는 언제나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을 갖게 될 것인가.

 

강 혁 편집장 (kh@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