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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DJ 훈수정치의 욕심

 

<사설>DJ 훈수정치는 시대착오적 욕심이다

[문화일보 2007-05-2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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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범여권의 정계개편 문제에 대해 하루가 다르게 노골적으로 ‘훈수 정치’를 서슴지 않는 것은 4년3개월 전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정계 원로로서 금도(襟度)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26일 동교동 자택으로 찾아온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나 “한나라당 후보에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자 “쏠림이 아니다. 상대없이 혼자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대선주자간 지지도가 나타내는 민심을 드러내놓고 평가절하한 것이다. ‘혼자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라는, 점잖지 못한 표현까지 동원한 것은 정치적 중립은 물론 ‘절제의 선(線)’도 넘어선 잘못이다.

 

DJ는 나아가 “범여권 단일정당이나 연합체가 안 되면 선거는 하나마나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범여권의 정계개편을 주문했다. 주문의 수위도 한동안은 “양당구도로 가야 한다”는, 다소간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지적이더니 결국 “사생결단(死生決斷)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범여권의 지지부진한 정계개편 논의를 책망하면서 구체적인 방향까지 직접 제시하다시피 했다. ‘훈수’의 차원도 넘어선 듯싶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지사가 20일 동교동을 방문했을 땐 “북한측이 손 전 지사에게 적극적인 것 같다”며 ‘북측의 긍정적 평가’까지 인용했다. DJ는 이렇듯 아직도 현실 정치에 대해 시대착오적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손 전 지사, 김혁규 의원, 정 전 의장이 동교동을 찾아 DJ의 훈수를 들은 데 이어,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가 28일,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29일, 이어 이해찬·한명숙 의원도 주내 ‘동교동’을 찾을 계획이라고 한다. DJ는 범여권의 대선 판짜기를 진두지휘하는 ‘대선 사령탑’처럼 행동하고, 범여권 예비주자들은 그런 DJ의 훈수 한마디씩을 듣고 그것을 금과옥조인 듯 받드는 장면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DJ를 의식해 노무현 대통령은 19일 “대세를 거스르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DJ의 ‘도로 민주당’식 정계개편에 동조한 셈이니 범여권은 그대로 ‘상왕(上王) 정치의 자장(磁場)’이 되고 있다. ‘정치 개혁’은 이제 구호로도 남아 있지 않다.

 

DJ는 햇볕정책과 북한 핵실험과의 상관관계를 자성하고 자중해야 한다. 수단·방법이 어떻든 지역감정과 이념대결 구도를 복원시켜서라도 햇볕정책을 계승할 대선 주자를 내세우겠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