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마을

세계화 3.0시대 주인공 본문

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세계화 3.0시대 주인공

두바퀴인생 2007. 5. 27. 17:52

 

[정진홍의소프트파워] 세계화 3.0시대의 주인공이 되자

[중앙일보 2007-05-26 05:14]    
광고
[중앙일보 정진홍] "세계화 1.0 시대에 변화의 동력이 국가였고, 2.0 시대에는 기업이었다면, 3.0 시대의 변화 주체이자 동력은 개인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그의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한 말이다. 70년 전인 1937년 스탈린은 극동 연해주에 살고 있던 고려인들을 강제로 열차에 태워 허허벌판 중앙아시아에 짐짝 부리듯 흩어 놓았다. 세계화 1.0 시대 변화의 동력이었던 국가가 작고 약하다 못해 아예 망했기에 망국의 개인들은 변화와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쩔 도리 없이 휘둘려 고스란히 그 피해를 뒤집어 쓴 것이다. 하지만 고려인들은 그 와중에서도 잡초처럼 살아남았다. 그리고 다시 그들 가운데 몇몇은 바람에 흩날린 민들레 홀씨처럼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유라시아 대륙의 극서(極西)에 위치한 이른바 발트 삼국까지 흘러들어갔다.
 

하지만 망국의 고통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야 했던 고려인들의 강제 이주가 있은 지 70년이 지난 오늘, 이른바 세계화 2.0 시대의 변화 동력이자 주역인 기업들의 판세에서 보자면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고려인들을 강제로 열차에 태워 짐짝만도 못하게 취급했던 소비에트 정권의 본거지였던 모스크바의 관문인 셰레미치예보 공항은 삼성과 LG의 평면TV에 점령됐고, 현대기아차의 붉은색 '리오'가 마치 진주군처럼 공항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문제는 세계화 3.0 시대의 개인이다. 이 문제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 나는 70년 전 고려인들이 겪었던 세계화 1.0 시대 통한의 역사를 가슴에 품고 극동에서 극서로의 여행을 결심하고 결행했다. 동시에 정말 놀랄 만한 속도와 파워로 커 가고 있는 한국 기업의 세계화 2.0 시대의 현주소를 직시하면서 세계화 3.0 시대의 개인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유동하는 현실 속에서 고민하기 위해 70년 전 고려인들이 흩날려 갔던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인 발트 삼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난 열흘간 라트비아의 리가, 리투아니아의 빌뉴스, 그리고 에스토니아의 탈린을 둘러보았다. 마지막으로 탈린의 남서쪽 바닷가 끝에 위치한 에스토니아의 여름 수도라 불리는 파누에서 짧지만 긴 여운의 여행을 정리하며 이 글을 적기 시작했다. 새벽 3시가 조금 넘었는데 벌써 동이 터 온다. 여명(黎明)이다. 묘한 하늘빛과 물빛이 서로 어울리고 교차하며 또 다른 하루, 아니 새로운 미래를 열기 시작한다.

 

이미 우리는 그 새로운 미래인 세계화 3.0 시대에 접어들었다. 국가와 기업의 조직력보다 개인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소중한 시대다. 이 시대를 제대로 주인으로 살려면 먼저 세계화 1.0 시대의 관념의 지도를 머릿속에서 지워 버려야 한다. 정말이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세계화 3.0 시대의 지도는 국경선의 구획이 아니라 창조적 역량의 분포다. 미국에서 하는 일의 많은 부분을 인도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프리드먼이 언급했듯 이제 더 이상 어디에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극동과 극서의 경계조차 없다. 이 글도 에스토니아에서 쓰이기 시작해 러시아 공항에서 전송돼 서울에서 보지 않는가. 또한 세계화 2.0 시대의 기업 판도에 안주하지 말자. 지금 살 만하다고 안주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새롭게 도전하고 끊임없이 모험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개인들이 스스로의 잠재된 위대함을 깨워 세계화 3.0 시대의 전사로 나설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남 따라하지 말고 자기만의 독창성을 창조의 무기로 삼아 세계화 3.0 시대의 진정한 주역이 되어 보자. 세계화 3.0 시대는 나와 당신이 모험하길 유혹하고 있다.

정진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