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잠에서 깬 사자처럼 일어서라

"잠에서 깬 사자처럼 일어서라"
[참세상 2006-12-23 13:42]    
[해방을향한인티파다](40) -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를 읽고

미니

세상을 알아가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있을 건데 그 가운데 책이라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은 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 몇 권 읽지는 않았지만 그 가운데 기억에 많이 남는 책 하나가 하워드 진이 쓴 [미국민중사]입니다.
 

\[정보공유 라이선스 2.0:영리금지]
개척이라는 이름의 약탈
 

나는 처음 발견한 섬인 서인도 제도에 닿자마자 이곳에 대한 어떤 정보라도 얻기 위해 원주민 몇 명을 강제로 끌고 왔다. - 미국민중사1, 17쪽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찬양되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해서 쓴 글입니다.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자 선물과 먹을 것을 주어 호의를 베푼 아메리카인들에 비해 유럽에서, 오직 황금만을 찾아 온 무리들에게 아메리카인들은 약탈과 학살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1492-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닿은 해-라는 숫자를 기념하고 축하하며, ‘신대륙발견’이니 뭐니 하면서 기념하고 있으니 참 우스운 일입니다. 이것은 마치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나 일제의 조선 정복을 기념해서 잔치를 벌이고 춤을 추는 것과 같습니다.

 

이 체제는 심리적인 동시에 육체적인 것이었다. 노예들은 규율을 배웠으며, ‘자신의 분수를 알고,’ 검은색을 종속의 징표로 보며, 주인의 힘을 경외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욕구를 버리고 주인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이라 인식하도록 자신이 열등하다는 사고를 끊임없이 주입받았다. - 미국민중사1, 77쪽

 

아메리카인들에 대한 학살로 시작된 미국사는 곧바로 흑인 노예들에 대한 지배와 착취의 역사로 이어집니다. 피부가 검다는 것은 꽃 가운데는 하얀색도 있고 붉은색도 있다는 것처럼 아무런 가치를 담고 있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배자들은 피부색을 차이로 강제노동, 강간, 구타 등을 일삼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주일이면 교회를 다니며 하느님의 사랑을 외쳤던 거죠.

 

1830년의 [젊은 숙녀를 위한 책 The Young Lady's Book]에서도 “......어떤 생활조건에 처해 있더라도 무릇 여자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종과 순종의 정신, 유순한 기질, 겸손한 마음을 요구받는다”고 지적했다. - 미국민중사1, 205쪽과 218쪽

 

여성이 치마대신 바지를 입기 위해 용기와 ‘운동’이 필요하다면 이건 우습기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기도 하죠. 그런데 남성의 지배는 여성들의 행동과 생각, 말과 옷까지 지배하고 통제하려고 했던 겁니다. 존 토드라는 목사는 이런 말도 했답니다. “긴 드레스를 벗어 버리고 짧은 바지를 입게 되면 다리가 드러나게 되어 우아함과 신비감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

 

최상층 0.1퍼센트의 가구가 최하층 42퍼센트의 총합과 맞먹는 소득을 올렸다. 1920년대에는 매년 약 2만 5,000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에 사망하고 10만 명이 평생 장애인이 되었다. 뉴욕 시의 경우 200만 명이 화재 시 비상구가 없는 건물로 신고된 셋집에 살았다. - 미국민중사2, 52쪽

 

하워드 진이 “해석과 무관한 순수한 사실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던 것 마냥 역사를 서술할 때 누군가가 ‘나는 중립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을 풍요와 기회의 땅으로 설명한다면 그 때도 역시 과연 누구의 풍요와 기회인지 말해야 합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나오는 멋진 레스토랑과 자동차, 커다란 집들은 과연 누구의 것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미국을 이해한다는 것

 

미국의 지배계급은 미국 안에 있는 노동자, 여성, 이주민, 원주민들을 착취하고 억압할 뿐만 아니라 니카라과, 쿠바, 이라크, 발칸반도 등 세계 곳곳에서 온갖 노략질과 해적질을 벌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 지배계급의 이런 행동에 맞서 싸우며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 또한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미국사를 미국 지배계급의 역사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이라크 침략 중단을 요구하며 행진중인 미국인들
 

그렇다면 미국의 노동자, 여성, 흑인, 원주민 등 민중들의 역사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미국에는 미국 사회를 변혁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람들은 없는 걸까요? 미국도 변해야 한다면 미국을 변화시키는 힘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어제 치러진 매사추세츠 대학 100회 졸업식은 일종의 항의이자 평화를 요구하는 호소였다. 2,600명의 젊은 남녀는 장송곡의 북소리에 맞춰 “공포와 절망, 좌절 속에서” 행진을 벌였다. - 미국민중사2, 245쪽

 

당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의 존엄성을 기억하라. 호소하지도, 구걸하지도, 굽실거리지도 말라. 용기를 내 손을 맞잡고, 우리 옆에 서라. 우리와 함께 싸우자. - 미국민중사2, 282~283쪽

 

[미국민중사]가 제게 좋았던 것은 미국 민중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싸워왔는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자가 사건들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란 무엇인지, 역사를 어떻게 읽고 이해할 것인지에 관해서도 좋은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이런 저런 책을 읽다보면 ‘좋은 책이야’라는 경우가 있고 ‘이건 꼭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어’라는 경우가 있는데 [미국민중사]는 후자입니다. 1, 2권으로 되어 있고 분량도 많지만 읽고 나면 후회는 안 하실 겁니다.

 

잠에서 깬 사자처럼 일어서라

 

저들이 도저히 격파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수를 모아!

 

잠든 사이 떨어졌던 이슬방울을 털어내듯

 

너희 몸에 묶인 족쇄를 떨쳐내라-

 

너희는 다수이고, 저들은 소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