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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사기꾼에 놀아난 한심한 사회지도층

[사설]사기꾼에 놀아난 한심한 사회지도층
[세계일보 2006-12-0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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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의 사기사건’으로 불리는 제이유그룹 사건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불거지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부적절한 처신에 분노마저 느끼게 된다. 정치인을 비롯해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 검찰, 경찰, 공정위 등 소위 힘깨나 쓴다는 국가기관의 고위간부나 직원이 제이유와 직간접으로 검은 관계를 맺거나 그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서민을 등친 사기사건에 대한 정치인과 공직자의 연루나 비호는 죄질이 중한 만큼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로 그 죄상을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
 

공직사회의 부패도 문제지만 사회지도층 인사와 시민단체 대표나 간부 등도 제이유의 병풍 역할을 맡아 사실상 공범관계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들은 자세한 내용을 몰랐다고 발뺌하거나 자신도 피해자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부인·변명에 급급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수십만명에 달하는 피해자 대다수가 이름 석 자만 대면 알 수 있는 사회지도층 인사나 연예인 등 유명인사를 신뢰하고서 제이유에 투자한 것으로 판단할 때 이들은 적어도 제이유의 ‘얼굴마담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제이유 측에서 명절 때마다 이들에게 굴비나 갈비세트 등을 선물했다는데 이런 특별 대접이 무엇을 말하는가.

 

제이유의 부정한 돈을 기부받은 시민단체나 사회·문화단체 등도 ‘적법하게 회계처리했다’, ‘사업목적에 맞게 사용했다’고 항변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제이유의 행적이 밝혀지면서 이들의 항변은 성경을 읽기 위해 촛대를 훔쳤다는 변명처럼 공허하게 들린다. 피해자의 눈물 젖은 그 돈을 되돌려 주어 자신들의 결백함과 순수성을 입증해야 한다.

 

현역에서 은퇴한 사회지도층이나 저명인사들이 사회공동체 등에서 봉사·헌신하는 아름다운 생활로 생의 후반부를 마감하는 선진사회와는 대조적으로 말년까지 이익을 좇아 헤매는 추한 모습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