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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우리들의 슬픔

노대통령 한마디의 5대 오류

<시론>盧대통령 한마디의 5대 오류
[문화일보 2006-11-2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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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하겠다.” 이렇게 다잡은 노무현 대통령의 28일 국무회의 공언은 줄잡아 다 섯 줄기가 예사롭지 않다.
 

첫째, 헌법 수호책무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인식부터 걱정스럽다.

 

노 대통령은 ‘헌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 ‘굴복’을 말문으로 삼았다 - “국회에서 표결을 거부하고 표결을 방해하는 것은 명 백히 헌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다. 그런데 어제 헌법재판소장 임 명동의안을 철회했다. 굴복한 것이다.” 적시한 그대로 직전 27일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지명을 철회 한 전후의 심경을 가급적 크게 들리게 하자는 뜻은 두루 짚인다.

 

그렇더라도 ‘헌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와 ‘굴복’을 함께 말하는 것은 대통령의 화법일 수 없다.

 

헌법을 준수·수호해야 할 대통령의 책무는 헌법 제66조 2항과 제69조 명문이 아니더라도 법치국가 원리가 먼저 말해준다. 전효 숙 지명 철회와의 관련 여부를 불문하고 위헌·불법행위라면 노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걸고 맞서야 한다. 그 위헌과 불법을 앞두 고 굴복을 말한다면 그 자체로 법치국가 원리가, 또 헌법 명문이 부여한 의무의 심각한 위반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전효숙 사태 그 위헌 원죄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또 버 릇같은 남탓이다.

 

돌이켜 노 대통령이 8월16일 전효숙을 헌재소장에 지명하고 8월2 2일 국회 임명동의 요청 때까지는 또 코드인사냐라는 논란이야 어떻든 그 자체가 헌법을 어긴 것은 아니었다. 국회가 동의하면 전효숙은 잔여 3년 임기의 헌재소장으로 2009년 8월25일까지 그 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일을 노 대통령이 뒤틀었다. 국회에 임명동의 요청한 지 사흘 만 인 8월25일 그의 사표를 수리하고 3+6, 9년 임기로 늘려주려 하 면서 헌법 제111조 4항 명문을 뒤튼 것이다. ‘재판관 중에서 임 명한다’는 헌재소장 선임 명문을 어겼으면서 그래도 헌법을 거 론한 노 대통령이다 - “헌법과 국민이 준 기회여서 중도진보 성 향의 헌재소장 임기를 최대한 확보해주고 싶었다.”(9·28, MBC 토론) 노 대통령도 ‘전효숙 헌법재판관+헌재소장’의 ‘인사청문+임명 동의’ 요청으로 바꾸는 등 절차의 잘못을 고쳐보려고 기를 써왔 다. 전효숙 인사가 혹 관철되고 또 이를테면 6년이 다 가기 얼마 전 쯤 노 대통령과 비슷한 헌법관의 어느 대통령이 다시 사표받 으면서 헌재소장 임명동의를 요청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 ‘ 전효숙의 3+6+6년’이 안된다면 바로 그 이유로 ‘전효숙 3+6년 ’은 어불성설이다. 노 대통령은 ‘전효숙 9년’ 표결 방해를 위 헌이라 했지만 국회에서 방해받지 않고 그 표결이 강행된다면 그 게 먼저 위헌이다.

 

셋째, “인사권이 사사건건 시비걸리고 있어 대통령의 권한행사 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언급은 어폐가 있다. 대통령 인 사권은 주권, 곧 민심을 좇아 헌법과 법률에 의해 행사돼야 한다 . 민심과 헌법·법률을 벗어난다면 인사권도 뭐도 아니다.

 

넷째, 대통령직과 당적 관계에 대한 인식도 좀은 뒤틀려 있다 - “현재 대통령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은 당적과 대통령직 두 가지뿐이다. 당적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몰리면…아주 불행한 일 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직보다 당적을 먼저 말한 것도 어색하지만 직전 제16대 국 회의 탄핵소추로부터 구해준 헌재의 2004.5.14 결정문 한 구절을 빌리면 ‘당적 포기 = 불행’은 더 어색하다 - “대통령은 여 당의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행정권을 총괄하는 행정부 의 수반으로서 공익실현의 의무가 있는 헌법기관이다…자신을 지 지하는 국민의 범위를 초월하여 국민 전체에 대해 봉사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 면 좋겠다”는 대목 역시 듣기 민망하다. 혹…그야말로 혹 임기 를 다 마치지 않는다 해도 그 첫번째는 이미 아니다. 역대 대통 령 중 이승만 - 윤보선 - 박정희 - 최규하까지는 임기를 다 마치 지 못했고 이후 전두환 - 노태우 - 김영삼 - 김대중은 다 마쳤다 .

 

무엇을 기준으로 ‘첫번째’라고 했을까. 혹…아직 9.9%쯤 남았 다는 지지층의 누선(淚腺)을 자극하려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