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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IT와 함께하는 희망 한국

IT와 함께하는 희망 한국

송관호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유난히 길고 더웠던 올 여름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어느덧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걸 보니, 성큼 다가온 겨울을 몸소 피부로 느끼게 된다.

옛 말에 빈자(貧者)는 여름나기가 쉽고, 부자(富者)는 겨울나기가 편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난한 사람에게 겨울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소년가장 등 우리사회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하고 힘든 시기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 폭등이나, 한미 FTA 같은 굵직한 현안에 밀려 오늘도 추운 겨울의 하루를 힘겹게 보내는 우리의 이웃을 돌아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요즘 우리의 삶이다. 추운 겨울 연탄 한 장에 의지해 추위를 견뎌내는 외로운 노인이나 어린 소년 소녀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건만, 겨울을 맞이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지원 없이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수가 2003년 129만명, 2004년 133만명, 2005년 142만명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기준을 조금 올려보면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현재 국내에서 최저 생계비 수준으로 생활하는 빈곤층의 수는 무려 700만명이 넘는다. 대한민국 국민 중 15%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빈곤층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교육 및 정보화의 기회를 잃어 빈곤층을 탈출 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버린다는 것에 있다. 최근 통계를 살펴보면 이 같은 현상이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정보통신부에서 실시하는 `정보격차실태조사'를 살펴보면,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의 인터넷이용률 및 PC보급률은 각각 44.2%와 53.4%에 불과하여, 전체국민 평균인 72.8%와 78.9%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정보화 격차는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지식정보가 공유되는 유비쿼터스 사회가 도래하게 되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어, 향후 큰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사회문제를 보는 사회 각계각층의 시각이 점차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보통신부에서는 이러한 정보화 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미래 전략에 대한 분석과 예측을 토대로 `디지털로 하나 되는 희망한국' 이라는 새로운 IT 가치를 제시했다. 이 새로운 IT가치의 3대 핵심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참여와 기회의 확대로 함께 하는 사회'이다.

즉 디지털로 하나되는 희망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 속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정보화의 은혜를 입을 수 있는 따뜻한 기회의 나라라는 것이다. IT 고도성장의 상징이었던 `정보통신 일등국가'라는 비전이 이제는 나눔과 하나 됨을 추구하는 `디지털로 하나 되는 희망한국'으로 바뀐 것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물론 진정한 의미의 `희망한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느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윌리엄 기브슨의 소설 `뉴 로맨서'에서 처음 등장한 `가상공간(Cyber Space)'이라는 단어는 수많은 객체가 네트워크로 인해 생성되고 유지되는 가상의 정보사회를 뜻한다.

즉 우리가 이상적인 미래로 꿈꾸며 추구하고 있는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유비쿼터스 미래사회는 현실 사회를 이루고 있는 하나 하나의 객체인 우리가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작용을 하지 못한다면 결코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우리는 각자에게 부여된 균형발전을 위한 사회적 책무를 이제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의무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올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한파와 폭설이 많을 것이라 한다. 어려운 경제사정과 추운 겨울바람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겠지만, 한번쯤은 거리의 구세군 종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보다 더 지치고 힘든 사람에게 마음 쓸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