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세계 IT M&A 동향

세계 IT M&A 동향

김용균* 김정환**

최근 M&A(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세계 M&A 거래 규모는 2000년 한때 34,000억 달러라는 역대 최대 규모까지 성장했었으나, 곧 이은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려 급격하게 위축되고 말았다. 그러나 최근 IT를 비롯한 세계 경기가 점차 회복되고 버블 붕괴 이후 주요 업체들의 수익성과 현금 유동성이 회복되면서 M&A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IT 산업에서도 M&A 바람이 크게 불고 있으며, IBMOracleCisco 등 세계적인 글로벌 IT 기업들은 최근 M&A를 통한 적극적인 투자 전략으로 신흥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본 고에서는 최근 IT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요 M&A 추세와 사례들을 분석해 보았다.

I. 서 론

최근 M&A(Merger & Acquisitio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신문 지상에서는 연일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합병에 대한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IT 산업에서도 2004년부터 SBC-AT&TVerizon-MCI 등 미국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의 초대형 M&A를 비롯해 Oracle-PeopleSoft, Symantec-VERITAS 등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빅딜이 주요 신문 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했으며, 2006년 들어서도 Alcatel-Lucent 합병, Nokia-Siemens 조인트벤처 설립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시장 재편 움직임이 점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분석 기관들은 2006 M&A거래 규모가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이처럼 M&AIT 기업들에게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버블 붕괴 이후 한 차례 숨을 고른 IT 산업이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시장 구조 재편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 규제 완화와 컨버전스 추세로 경쟁은 점차 심화되고, R&D와 같은 투자 비용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고객들의 통합 및 니즈 변화로 경쟁 법칙이 변화하고 있어, 불필요한 사업부를 정리하거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여 확실한 시장 리더로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다음에서는 주요 IT 분야별로 최근 IT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M&A의 발생 원인과 동향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IT 업체들이 고려해 볼 수 있는 간단한 시사점을 제안하였다.

 

II. 주요 IT 분야별 M&A 동향

1. 통신 서비스

최근 세계 통신 서비스 산업의 M&A 바람이 거세다. 특히 미국에서는 양대 지역전화 사업자(RBOCs) SBC Verizon이 장거리 통신사업자인 AT&T MCI를 각각 인수하여, 미국 통신 서비스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고 있다. 미국 연방법원의 독점금지법에 근거한 회사 분할 판결에 따라 1982 AT&T는 장거리 통신 서비스 사업을 담당하는 AT&T 7개의 주요 지역전화 사업자로 분리되었으나, 1996년 통신법 개정 이후 분리되었던 여러 지역전화 사업자들이 재결합하기 시작하여 현재 미국 유선 통신 서비스 시장은 AT&TVerizonQwest 3강 구도로 재편되기에 이르렀다. (그림 1)은 미국 유선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의 M&A 변천 과정을 요약한 것이다.

미국 주요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 지분을 확보하고 있던 지역전화 사업자들의 인수합병으로, 미국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도 마찬가지로 통합이라는 큰 물결을 거스를 수 없게 되었다. 2004 Cingular Wireless AT&T Wireless를 인수하여 미국 제1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로 올라섰고, 같은 해 Sprint Nextel을 인수하여 오늘날 미국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은 CingularVerizon WirelessSprint/Nextel 3강 구도로 재편되었다.

이와 같이 최근 통신 서비스 산업에서 대규모 M&A가 증가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① 시장 포화로 선진국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② 기술 진보와 규제 완화로 국가/업종간 경계가 철폐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계 통신 서비스 시장은 최근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포화 및 성장률 둔화를 경험하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과거 통신 서비스 사업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음성 서비스 매출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성장을 주도했던 데이터 서비스 매출마저도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게다가 규제 완화로 특히 유선통신 사업자들은 이제 이동통신사업자방송사업자인터넷 업체 등과도 경쟁하게 되면서 경쟁은 점차 심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서비스 가격 경쟁으로 매출과 이익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 1>는 세계 주요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의 매출 성장률 추이를 분석한 것이다.

최근 진행된 통신 서비스 M&A 거래들은 ① 규모 확대를 위해 동종 업체들끼리 결합하는「사업 규모 확대형」, ② 이종 산업에 신규 진출하기 위한「신산업 진출형」, ③ 타 지역/국가로 진출하는「사업 지역 확장형」 등 크게 3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업 규모 확대형 M&A는 경쟁자 수를 줄여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중복되는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SBC-AT&T, Verizon-MCI, at&t-BellSouth M&A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신산업 진출형 또는 사업 지역 확장형 M&A는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거나 교차 판매를 통해사업 영역을 확대하여 매출 시너지 효과를 증대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넓게 보면 서로 다른 경영 자원을 가진 이종 산업 업체들끼리 시너지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M&A도 이 유형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사업 지역 확장형 M&A로는 Vodafone Telefonica, 신산업 진출형 M&A로는 Softbank ntl을 예로 들 수 있다.

2. 통신 장비

IT 버블 붕괴와 함께 거의 실종되었던 통신 장비 산업 M&A 거래는 최근 경기 회복과 더불어 차세대 네트워크 관련 투자가 증가하면서 2004년부터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일례로, 기업 성장 전략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M&A를 활용하는 Cisco Systems의 최근 M&A 거래 실적을 살펴보면, 2001 2건으로 급락했던 M&A 건수가 2004년에는 IT 버블 이전 수준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4년부터 IT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며 차세대 네트워크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와 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 동 산업 분야에서 M&A를 촉진하는 여러 가지 배경 요인들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최근 통신 장비 산업에서 M&A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① 통신 장비를 구매하는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이 서로 통합되어 판매 가능 시장(addressable market)이 점차 작아지고 있고, 2000년 이후 통신 산업의 기술/시장 무게 중심이 유선통신에서 이동통신으로 전환되면서 통신 장비 산업의 구조 변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 장비 산업에서는 휴대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반 소비자가 아닌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제품이 공급되므로, 고객인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이 서로 통합되어 그 숫자가 적어지게 되면 이들에게 장비를 공급하는 통신 장비 업체들 역시 도미노 효과처럼 연쇄적으로 통합될 수밖에 없다. 휴대폰 생산 비중이 높은 NokiaMotorolaSamsung이나 기업용 네트워크 장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Cisco와 달리, 총 매출에서 통신 서비스 사업자 의존도가 높은 AlcatelLucentNortel의 경우 주 고객인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의 통합은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동통신으로 기술/시장의 무게 중심이 옮겨가면서 산업의 경쟁 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점도 최근 M&A를 부추기고 있다. < 2> 와 같이, 2000년 이전 세계 통신 장비 산업에서는 LucentNortelAlcatel 등 유선통신 장비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했으나, 2000년 이후에는 유선 통신 Capex(Capital Expenditure)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NokiaMotorolaSamsung 등 이동통신 장비 업체들이 유선통신 장비 업체들을 제치고 업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유선에서 무선으로, 음성에서 데이터로의 변화는 벌써 옛 말이 되었으며, 유무선 통합통합융합 등 컨버전스가 최근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키워드이다.

통신 장비 산업은 전통적으로 A&D(Acquisition & Development)1) M&A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장 경쟁 구도를 일시에 뒤바꾸는 대형 업체들 간의 전략적 빅딜형 M&A 사례가 증가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Ericsson Marconi 인수, Cisco Scientific Atlanta 인수, Alcatel-Lucent 합병, Nokia-Siemens의 이동통신 인프라 장비 사업 부문에서 조인트벤처 설립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A&D M&A가 일반적인 통신 장비 산업에서 최근 이러한 전략적 빅딜형 M&A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유무선 통합통방융합 등 기술/시장/제도의 컨버전스 추세가 점차 가속화되면서 산업의 본질적인 경쟁 구조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적응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간에 명암이 엇갈리면서 그 결과가 M&A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잠재적 인수 대상 업체로는 JuniperRedbackTellabsCIENASonus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Juniper는 단기적으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고 경영진도 스톡옵션 발행일자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어 어느 때보다 M&A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Tellabs가 최근 매물로 나왔지만 제품 포트폴리오가 매력적이지 않아 관심을 가지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잠재적 인수 업체로는 CiscoEricssonMotorolaHuawei가 있으며, 이 중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Ericsson Motorola가 후보 업체로 가능성이 높다. Nortel은 메가급 M&A를 성사시킬 재정적 여력이 없는 상태이며, 너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인수 대상 업체로서도 매력도가 떨어진다. Huawei는 미국서유럽 장비 업체를 인수하여 선진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고 싶어 하지만, 적성 국가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미국 업체 인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용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Cisco에 대항하기 위해 Nortel-Avaya-Alcatel-Siemens 등이 최근 조인트벤처 설립을 논의중이다.

 

3. 소프트웨어

통신 서비스 다음으로 ICT 분야에서 가장 M&A 거래가 활발한 분야는 소프트웨어이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다른 IT 분야 업체들과 비교하여 일반적으로 자본 규모가 작아 소규모 A&D M&A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Symantec-VERITAS 인수, Oracle-PeopleSoft 인수, 사모펀드의 SunGard Data Systems 인수 등 수십 억 달러의 초대형 소프트웨어 M&A 사례가 이어지면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단순 기술 습득 목적이 아닌 산업 경쟁 구조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M&A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대형 M&A가 증가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① 소프트웨어 스택 레이어 간의 통합업그레이드유지보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다 적은 수의 공급자로부터 폭넓은 솔루션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의 니즈 변화와 ②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현금 유동성 향상을 예로 들 수 있다.

 

지금까지 메이저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각자 독립된 시장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해왔다. 예를 들어Microsoft OS와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에서 Oracle은 데이터베이스, SAP ERP, Symantec은 보안 등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신들의 고유 영역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제품도 구비하여 이른바 소프트웨어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가리켜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스택 전략이라고 부른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이처럼 연관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스택 전략으로 선회하게 된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고객 니즈 변화 때문이다. 기업들은 여러 업체들의 각기 다른 수 많은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여 사용하다 보니, 소프트웨어 간의 데이터 공유 및 통합이 어려워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유지보수 비용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최근 기업 IT 관리자들이 한 업체로부터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함께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메이저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이러한 추세에 따라 확보하고 있지 않은 소프트웨어 제품/역량을 빠른 기간에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M&A를 선택하고 있다.

또한, 버블 붕괴 이후 성장보다는 재무안정성을 중시한 경영을 해온 결과,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현금 유동성이 향상되어 대형 M&A를 성사시킬 수 있는 충분한 투자 여력을 확보하게 된 점도 최근 대형 소프트웨어 M&A가 증가하게 된 배경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뚜렷한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해 경쟁에 뒤처지는 업체들을 이른바 소프트웨어 빅 4 업체들(Microsoft, IBM, Oracle, SAP)이 인수하는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서비스 업체인 Societe Generale의 분석에 따르면, Cognos, BEA Systems, Check Point, Epicor, Hyperion, QAD 등의 업체들은 메이저 업체들에 인수합병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 반도체

전통적으로 반도체 산업 M&A는 팹리스(fabless) 업체들이 주도해 왔다. 이 말은 다시 말해,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또는 파운드리 업체들의 M&A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최근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하여 세계 주요 IDM들은 전략적 제휴 체결과 조인트벤처 설립은 물론, 인수/합병/분사/사업부 매각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경쟁력 약화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유럽 IDM들이 M&A와 같은 전략적 대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Infineon 2000 Siemens에서 분사된 이후, 2006 5월 메모리 사업 부문을 또 다시 분리해 Qimonda를 설립했다. Philips 2006 8월 자사의 반도체 사업 부문 지분 80.1%를 사모펀드에 매각했으며, 2004 Motorola로부터 분사한 미국의 Freescale 2006 9월 사모펀드에 LBO 방식으로 매각되었다. STMicroelectronics NOR 플래시 메모리 사업 부문의 파트너를 찾고 있다. M&A에 큰 관심이 없던 IDM들이 이렇듯 최근 적극적으로 사업부 매각 또는 전략적 제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주된 이유는 반도체 산업 성장률은 감소하고 반도체를 구매하는 고객들(컴퓨터, 통신장비, 이동통신 등)은 점점 통합되어 가고 있는데 R&D 또는 제조비용은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도체 업체들은 이제 불필요한 사업부를 정리하여 비효율성을 제고하거나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R&D 비용을 예로 들어보자. 고객들이 원하는「고성능/저전력/저가」의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려면 고밀도 집적은 필수적이고, 따라서 보다 진보된 제조 프로세스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반도체 디자이너들은 과거와 달리 단순 칩 설계가 아닌 H/W S/W를 결합한 플랫폼 설계를 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2006년 반도체 디자인(90nm) 비용은 2002(180nm) 대비 5배나 증가했다. 이는 반도체 재설계 또는 설계 실패 비용이 예전보다 더욱 비싸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반도체 업체들은 증가하는 비반복적 엔지니어링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규모를 늘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 실패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반도체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최소 3억 달러의 R&D 예산이 필요하고 매출액의 20% 정도를 R&D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반도체 업체의 매출액이 15억 달러는 되어야 한다. 따라서 매출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앞으로 증가하는 R&D 예산을 감당해 내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 된다.

 

이제 30억 달러 이상이나 드는 첨단 팹 구축 비용을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업체는 몇 되지 않는다. 앞으로 65nm 이하 초미세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Infineon은 이제 더 이상 자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스토리지 반도체 업체인 LSI Logic도 올해 자체 팹 8개를 매각하여 팹리스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림 7) IntelSamsungTexas InstrumentsFreescaleSTMicroelectronicsHynixInfineonMicronAMDQualcomm 10개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R&D/매출액」비중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수치에서 보듯이 반도체 산업에서 R&D 비용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반도체 산업에서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R&D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의 상위 업체들을 중심으로 산업 집중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산업은 이미 전 산업 가운데 산업 집중도가 높은 편이며, 그 중에서도 IDM과 같이 설비 투자가 많은 분야에서는 앞으로 M&A를 통해 산업 집중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4> DRAM 산업의 통합 추이를 분석한 것이다.

5. 인터넷

A&D M&A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터넷 분야에서도 최근 메가급 초대형 M&A의 바람이 뜨겁다. 이러한 추세를 주도하고 있는 업체로는 eBay, Yahoo!, Google, IACI 4개 업체를 예로 들 수 있다. 2001년부터 2006년 상반기까지 이들 4개 업체들이 수행한 M&A 실적은 약 125건에 총 28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이들 4개 업체들은 막대한 시가총액과 현금 보유액을 바탕으로 핵심 사업 이외의 다양한 분야 및 지역으로 사업을 넓혀 나가는 이른바 확장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인터넷 분야 M&A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Amazon, CNET, Monster, News Corp, Viacom, Microsoft 등 그 밖의 인터넷 업체 또는 전통적 미디어 업체들도 인터넷 M&A에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인터넷 분야에서 최근 M&A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① 인터넷 업체들의 막대한 현금 보유 능력 향상으로 투자 여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② 이 투자 자금을 기반으로 핵심 사업 이외의 다른 분야나 지역으로 성장확장 전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Yahoo! Google은 단순 검색 사이트 업체가 아닌 인터넷 토털 솔루션 업체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진화에는 M&A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인터넷 M&A를 주도할 테마는 크게 6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모바일 인터넷이다. 특히 와이브로/WiMAX와 같은 브로드밴드 기술과 휴대용 인터넷 기기의 보급은 현재 1% 이하에 불과한 모바일 인터넷 사용을 크게 증대시킬 것이고, 이를 통해 관련 인터넷 업체들의 수익 기회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둘째, 온라인 광고 타겟팅 솔루션이다. 온라인 광고 타켓팅 솔루션에서는 검색자에게 GPS와 같은 기술을 이용해 현재 위치 근방의 검색 결과를 우선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광고 수익을 얻는 마이크로 타겟팅과 PC에 저장된 쿠키나 검색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행동을 분석하여 이와 관련된 검색 결과나 광고를 노출시키는 방법이 있다.

 

셋째, 기존 로컬 상거래 사이트이다. 구직/부동산/중고차 등의 아이템은 그 특성상 현지 로컬 취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아이템의 경우 각각의 로컬 사이트를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Bay의 부동산 사이트 Rent.com 인수, Monster의 우리나라 온라인 구직 사이트 Jobkorea 인수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넷째, UCC(User Created Content)이다. 이제 이러한 UCC 관련 사이트가 인터넷 상에서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는 가장 대표적인 장소가 되어감에 따라, 업체들은 관련 M&A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04 CNET Webshots 인수, 2005 News Corp. MySpace.com 인수가 대표적인 예이다.

 

다섯째, 국제 지역 확장이다. 중국은 2010년이면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36%를 차지해 세계 최대의 인터넷 사용자 국가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세계 주요 인터넷 업체들은 중국의 막대한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성장성이 높은 지역/국가로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 Yahoo!의 중국 Alibaba 10억 달러 투자, eBay의 우리나라 Auction 인수 등이 그 예이다.

 

여섯째,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의 인터넷 마이그레이션이다. 이러한 추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Google이다. Google의 온라인 워드 프로세싱 애플리케이션 업체 Writely의 인수는 이러한 최근 경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III. 맺음말

세계 주요 글로벌 IT 업체들이 최근 M&A를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국내 IT 업체들에게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앞으로 중단기적으로 IT 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소수의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시장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우리나라 중소 IT 업체들로서는 글로벌 IT 업체들의 시장 구조 개편 움직임에 새로운 생존 전략을 수립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M&A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족한 자원과 역량을 가장 빠른 시간에 조달할 수 있는 경영 전략이다. M&A는 분명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잘만 활용하면 기업의 경쟁력을 단기간에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으나,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기업의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도 초래될 수 있다. 그 동안 국내 기업 경영자들은 기업을 사고 파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해 왔고, 이에 따라 국내 M&A 거래 규모는 전세계 M&A 거래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 IT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 중에 하나는 매출액 규모나 시가총액 기준으로 봤을 때 삼성LG 등 이른바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이들을 뒷받침하는 변변한 2군 업체 층이 너무 얇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는 Qualcomm과 같이 벤처로부터 시작해 세계 유수의 IT 업체로 올라선 IT 벤처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한 나라의 IT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도 필요하지만, 이들을 뒷받침하는 중소벤처 기업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며, 막대한 투자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국내 IT 중소벤처 기업에서도 이제 매출액 1조 원 이상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업체가 나와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국내 IT 산업이 당면한 또 다른 문제는 창업에서 성장 및 퇴출로 이어지는 기업생태계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창업 보육 단계 투자는 그런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지만, 어렵게 키워낸 벤처 기업들이 중소기업으로 그리고 대기업으로 성장 발전하거나, 성장 한계에 다다른 기업들이 다른 기업에 매각되어 투자가 선순환되지 않는다면 국내 IT 산업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국내 IT 업체들도 M&A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고 장단점을 올바르게 이해하여 활용한다면 M&A가 국내 IT 산업 경쟁력 강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참 고 문 헌>

[1]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세계 IT M&A 동향과 시사점, 2006 6

[2]    Buckingham Research, Investors Guide to Telecom M&A, September 18, 2006.

[3]    Citigroup, Telecom Equipment - Whos Next: M&A Cheatsheet, June 21, 2006.

[4]    Global Insight, Vendor Shake-Down and Shake-Up, September 19, 2006.

[5]    Societe Generale, Global Software, September 13, 2006.

[6]    Morgan Stanley, Semiconductors - The Urge to Merge, September 13, 2006.

[7]    Nomura Securities, Semiconductor sector, September 26, 2006.

[8]    Citigroup, The Outlook for Internet M&A, August 18,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