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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식탁위의 세계대전

식탁 위의 세계대전
[한겨레 2006-11-24 19:12]    

[한겨레] 광우병·GMO파문속 시장개방 압력

“먹거리 안전 포기못한다” 거센 저항

 

먹거리의 세계화가 재앙적 질병의 세계화를 불러오고, 이에 따라 각국의 ‘먹거리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DDA) 등 세계 농업시장 개방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안전한 식탁과 먹거리 주권을 지키려는 ‘저항’도 그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광우병의 인간감염(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공포는 10년 넘게 계속되며 통상마찰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수입금지 10년 만인 지난 5월 제한적으로 영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지만, 리콜 사태가 벌어지는 등 혼란은 여전하다.

 

지난해 12월 2년여 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일본에서도 수입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는 등 공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1996년 영국 정부가 광우병의 인간감염 가능성을 인정한 뒤 여태껏 180여명이 인간광우병으로 숨졌다. 학자들은 인간광우병이 창궐하면 한 나라에서만 수십만명이 죽어 나갈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지고 있다.

유전자조작 식품(GMO) 논란도 진행형이다. 생산비가 적게 든다는 이유로 미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번진 유전자조작 작물에는 유럽연합이 강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유럽연합은 인체와 환경 유해성에 대한 미검증을 이유로 1998년부터 유전자조작 식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2004년 수입금지가 일부 풀렸지만 개별 국가들의 자체 금지와 까다로운 표시·통관절차, 소비자 외면이 뒤따랐다. 미국 농민 수입의 3분의 1이 수출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답답해진 조지 부시 대통령은 2003년 유럽 정상들을 향해 “유전자조작 식품으로 점심을 함께 들자”고 감정 섞인 말을 던지기도 했다.

 

2003년 미국·캐나다·아르헨티나가 제기한 무역분쟁 사건을 심리한 세계무역기구 분쟁조정패널은 지난 21일 유전자조작 식품의 유해성은 가리지 않은 채 수입금지가 “과도하게 연장됐다”며 제소국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높은 유럽에서 미국산 농산물이 설 자리는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이 세계무역기구 등을 통해 아시아 나라들을 압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먹거리를 둘러싼 마찰은 농산물 자체의 안전성뿐 아니라 정치적 목적, 테러 이용 가능성 때문에도 커지고 있다. 친미 성향을 띠어가는 이웃 소국 그루지야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봄 그루지야의 주요 수출품인 포도주와 광천수에 위생 문제가 있다며 수입을 중단했다.

 

러시아는 또 내년부터 유럽산 육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유럽연합은 “정당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조처”라며 정치적 목적이 있는 행동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세계화 진행과 농수산물 무역 증가에 따라 먹거리를 둘러싼 논란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