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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미래사회

인터넷의 미래

인터넷의 미래

서병조 정보통신부 정보보호기획단장
시간을 뜻하는 헬라어에는 두 가지 단어가 있다.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가 그것이다.

`크로노스'는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이요 일련의 불연속적인 우연한 사건의 궤적을 뜻하고 `카이로스'는 구체적인 사건의 순간, 감정을 느끼는 순간, 자신의 존재 의미를 느끼는 역사적 순간이다. 영어에서 히스토리컬(historical)과 히스토릭(historic)의 차이와 같다.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의 삶이 크로노스의 삶에 머무르지 않고 카이로스의 삶이 되기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다. 사고의 지평이 자신의 세대만에 국한되지 않고 다음 세대까지 미치는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본능의 한 표출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 일상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버린 인터넷은 컴퓨터들이 자원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서로 대화를 나누게 하자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인터넷의 기원이 된 미 국방부 첨단연구지원국의 아르파넷(ARPAnet)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렌스 로버츠와 분산네트워크의 제안자인 폴 배런의 만남도 인터넷 역사에 있어서 결정적인 시간의 한 토막이라고 할 것이다.

시간이 흘러 인터넷은 LAN과 PC의 등장으로 네트워크에 포함되는 컴퓨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컴퓨터 이용도 메인프레임 시대에서 1인 1PC 시대로 넘어오게 된다. 이 시기에 인터넷이 그 동안 다른 경로를 통해 발전해 온 하이퍼텍스트와 만나 월드와이드웹(WWW)이 탄생했다.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도 등장하는 제네바의 유럽소립자물리학연구소(CERN)의 팀 버너스 리가 그 주인공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건들에 힘입어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이제는 우리 삶의 필수품이 되었다. 월드와이드웹을 명명했던 1980년대 말 그는 오늘날의 인터넷을 상상이라도 했을까.

한글의 창제에서 보듯이 우리 민족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데도 탁월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도구를 가져다 쓰는데도 우수하다. 인터넷이 그 한 예일 것이다. 각종 선거와 거리 집회, 월드컵 응원, 인터넷 뱅킹, 인터넷 미디어 등 인터넷의 활용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단연 앞서 가고 있다. 인터넷이 갖고 있는 리좀(rhizome) 구조와 비대면성이 어쩌면 우리 정서에 딱 맞아 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은 새로운 세계관과 사고방식,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소통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터넷의 미래는 한국 사회의 미래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3년간 국내의 저명한 학자와 전문가 집단들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의 미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300여명의 철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 경제학자, 문화학자들이 참여했다.

그 동안 연구를 통해 인터넷 활용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이 한국인의 일상생활, 대인관계, 업무방식 변화 등에 미칠 영향을 20가지 메가트렌드와 79가지 미래 변화로 정리했고, 보다 구체적인 변화의 내용과 정책대안들을 모색 중이다.

관심이 있는 독자는 한길사(2006)에서 펴낸 `메가트렌드 코리아'와 서울대학교출판부(2006)에서 펴낸 `IT는 한국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읽어보시길 권한다. 그 안에 한국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인터넷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2008년 OECD IT장관회의 장소를 서울로 결정했다. 지난 10월 OECD 정보통신위원회는 캐나다, 프랑스, 포르투갈과 한국의 경합 끝에 서울을 개최지로 결정했고 이사회의 최종결정만 남겨놓고 있다.

1998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개최된 IT장관회의에서 전자상거래에 관한 새로운 국제규범의 초석을 만든 이래 10년 만에 IT장관들이 다시 모여 인터넷의 미래를 전망하고 이에 대한 협력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논의에 있어 한국이 그 중심에 서있다.

인터넷의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인터넷의 미래는 이럴 수 있겠다,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라는 논의에 있어 유리한 위치에 있다. 최근 고령화 사회, 후기정보화 사회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면서 미래사회에 대한 연구와 대책 마련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금년 들어 `새로마지' 플랜 2010, 비전 2030 등이 제시됐다.

미래를 열어 가는 정보통신부는 미래정보전략본부를 중심으로 11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을 미래주간으로 선포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창조할 미래와 그 미래로 가는 열쇠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 동안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국제심포지엄도 개최할 예정이다. 인터넷의 미래에 한국의 미래가 담겨있다.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