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마을
산다는 게 무언지......5 본문
산다는 게 무언지......5
짙어가는가을

우리 아파트 나무들도 가을색이 완연하다. 사계절이 다양하게 변하는 한반도는 인간들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고대 고인돌이 한반도에 무수히 많이 산재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살기좋은 땅에서 살 수 있는 우리들은 어쩌면 축복받은 민족인지도 모른다. 하느님이 이스라엘 민족에게 약속해주었다는 팔레스타인 지방은 한반도 만큼 살기좋은 곳도 아니다. 그들 민족에게 약속한다면 한반도가 가장 적잘한데 하느님은 그것을 몰랐을까. 종교적인 거짓과 가식과 감언이설로 가득찬 성전들은 모든 종교가 그러하듯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는 것이 사실이다.

11월도 하순을 향해 미련없이 달리고 있다. 흘러가는 세월은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에게 똑같이 무섭도록 공평하다. 아마 이 세상에서 세월만큼 공평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세월은 공평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길거리의 낙엽은 떨어져 쌓이고 바람에 휘날린다. 자전거 도로에도 낙엽이 쌓여 자전거가 지나가면 "사각 사각" 하면서 눌리는 소리가 가을의 운치를 다해주고 있다.

이번주부터 영하의 날씨가 시작되었고 찬바람이 불면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진다. 지난 월요일 팔당대교를 돌아오는데 바람막이를 두 개나 입었는데도 한기가 스며들어 몸을 떨었다. 산책하는 사람이나 자전거 타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내 블로그에는 방문자가 적다. 난 방문자 수에 별로 관심이 없지만 방문자가 많아지면 책임감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난 고차적인 철학이나 고매한 지식, 폭넓은 식견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또 남의 글을 인용해서 내 글처럼 쓰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재물과 권력에 관심은 있어도 진정한 더불어 다같이 잘 살아가는 사회구현이나 국민을 위한 목민 정신을 가진 사람이 드물다.
또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평가하고 더 낳은 미래를 구현해보고자 하는 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다. 그래서 내 블로그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진이나 글이 아니기 때문에 방문자가 적다. 그냥 내가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을 담아 일기처럼 내 삶의 흔적으로 남기고 싶을 뿐이다.
블로그 방문자를 늘리고 싶다면 잘생긴 여자 옷벗은 몸매 사진이나 섹스나 연예 사진이나 이야기, 맛난 음식 조리, 옷이나 보석 등 명품 소개, 육아, 연예인 숨은 이야기, 야한 동영상 등을 올리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사람들이 말초적인 자극을 원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성인군자인척 해도 알고보면 대부분 동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내 블로그에는 동물처럼 수준 낮은 사람은 빨리 떠나고 방문하지 않을 것이다.
만두전골

사능 자전거 가게에서 가까운 곳에서 은행나무가 곱게 물들은 길을 따라가면 손만두 전문점이 있다. 어느날 가게 사장과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삼거리 곰탕집에 사람들이 가득차 있어 자리가 없어서 손만두 전문점으로 갔다.
손만두 전문점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고 조용했다. 이래도 장사가 될까. 그래도 장사가 되니 계속 영업을 하는 것이겠지. 우리는 손만두 전골을 시켜 먹었는데 별난 맛도 아닌 보통이었다.

입구에 무척 고급스러 보이는 소나무가 있는데 보통 소나무가 아니다.

올해 주행목표 2만 킬로미터를 달성하다.
11월 16일에는 올해 주행 목표인 2만 킬로미터를 넘어섰다. 하루 70킬로미터로 달리면 300일이면 2만 1,000킬로미터가 된다. 금년에 눈이나 비가 와서 주행 못한 날이 거의 60일이 넘는데 나머지 날에 거의 매일 주행한 셈이다.
여름내내 북한강 제초작업을 하면서도 매일 70킬로를 달렸고, 어떤 날에는 양수리와 국수역을 돌아오면 거의 100킬로미터를 넘게 달리기도 했다.
한해에 2만 킬로미터를 주행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직선 거리가 거의 1만 킬로미터인 미국의 워싱턴을 왕복한 셈이다.
내 자전거는 모타, 밧테리 2개, 기타 비상 공구, 내 몸무게를 합하면 거의 100킬로그램이 넘는다. 그래서 자체 무게가 무거운 자전거라 요철을 지나갈 때 충격이 엄청나 바퀴가 버티기 힘들다. 그 무게와 충격을 견디지 못해 뒷 휠이 두번이나 파손되어 교체했고, 브레이크 패드와 체인, 스프라켓을 2~3달에 한번씩, 모타에 연결된 구동부분은 5,000킬로미터마다 분해해서 구리스를 교채 하는 등 정비를 부지런히 했다. 페달 크랭크 톱니도 교체했고 브레이크 로더도 교체했다.
거의 매일 아이유 고개와 팔당대교 남북 양안 오르내리막길, 그리고 깔딱고개를 넘나들다보니 그만큼 빨리 기능이 떨어져 정비해야 했다. 이것은 자전거와 모타 수명을 늘리거니와 안전 주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비다. 주행하다가 펑크가 나서 고생했던 일, 체인이 끊어져 고생했던 일도 있었다.
공도 타는 것이 두려워 자전거 도로만 주행했다. 화악산도 못가고 호명산 카페도 가지 못했다. 벗고개와 서후고개를 넘어 중미산 정상을 경유, 옥천을 거쳐 남한강을 돌아 오는 공도 주행을 한 것 외에는 특별히 공도를 주행한 곳은 없다.
금년 5월부터 10월까지 평일에는 거의 매일 마석과 새터를 거쳐 북한강 도로 제초작업에 집중했고, 작업 후 양수리에서 열심히 막국수를 먹었고 북한강 철교와 팔당, 깔딱고개를 넘어 옷가게나 사능 가게로 오는 코스가 대부분이었다.
겨울을 대비하여 방한화도 준비했고 핫빽 깔창도 준비했다. 장갑은 작년에 사용하던 발열장갑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옷가게에서 산 겨울 옷을 하나씩 꺼내서 입고 방한 토시와 두건도 준비했다.

고교 동기를 만나다.

청춘열차
지난 19일에는 대구에서 서울 아들집에 볼 일이 있어 올라온다는 고교 동기를 만나기로 했다. 이 날은 자전거 주행을 포기하고 하루를 비워 만나기로 한 서울역으로 호평역에서 청춘열차를 타고 용산에 도착하여 전철로 바꿔타고 서울역으로 가기로 했다.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가는 날이라 설레기도 했고 변화된 서울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오늘따라 자전거 타기에도 너무나 좋은 날씨다. 친구를 위해 하루를 봉사하는 심정으로 집을 나섰다.
남대문 칼치구이집으로 갈까, 아니면 삼각지 대구탕집으로갈까, 아니면 서울역 2층 음식점에서 간단히 먹을까. 무슨 메뉴를 좋아할까. 술은 먹을까. 나는 옛날 생각만 하고 갖은 상상을 하면서 청춘열차를 타고 한강변 경치를 구경하면서 깊은 상념에 잠겼다. 마치 서울로 수학여행을 가는 소년처럼 말이다.
오늘따라 따사로운 가을 태양이 강렬하게 대지를 비치고 있었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한강은 가을을 노래하는 듯했다. 철로변 곳곳에는 각종 공사가 한창이다. 한강변은 전망이 좋아 아파트든 건물이든 고가에 거래되기 때문에 지가가 비싸고 선호도가 높아 건물이 들어서기 바쁜 장소다.

한강변 풍경

옥수역 근방을 지나고 있다.

용산역
서울에서 만니기로 한 친구는 고교 시절 같은 반으로 친하게 지내던 친구인데 고교 시절 얼굴에 여드름이 많아 친구들이 별명을 '멍게'라고 지었다. 졸업 20주년에 만나고 다시 25년이 지나서 만나는 것이다.

서울역 구청사
전화를 했더니 역사 2층 곰탕집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래 멀리가기 어려운 모양이구나. 만나기로 한 장소인 서울역 2층이 아니라 3층에 있는 곰탕집을 겨우 찿아 갔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의 음식점은 맛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비싸다는 점이다. 기다리다 겨우 자리가 나서 앉아서 기다리는데 바로 곰탕이 나왔다. 혼자서 곰탕을 천천히 먹고 있는데 곧 도착한다는 친구가 한참 늦게야 도착헸다. 자리 시간을 많이 차지하고 있어 주인에게 미안했다.

곰탕. 맛이 없었다. 비추
한참을 천천히 먹으면서 기다리다가 친구가 나타났다. 손을 흔들어 반갑게 맞은 친구의 모습은 많이 변해 있었다. 어쩌면 이 친구를 살아 생전에 두번다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덮어쓴 백발의 얼굴은 매일 병원이나 약국에 안가는 날이 없다고 했다. 미리시킨 곰탕은 이미 식었고 친구는 먹는둥 마는둥 몇 숫갈을 먹더니 차마시러 가자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역사 앞에는 각종 종교 단체와 알 수 없는 단체들이 천막을 치고 자리를 차지하고 마이크를 들고 소리를 지르는 등 혼잡스럽다. 모두가 자신과 무리의 더 많은 재물과 부귀영화를 위해 날뛰는 것이지 진정으로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천국도 없고 지옥도 없다. 더 많은 신도를 끌어모아 헌금을 받아 종교 왕국을 건설화겠다는 탐욕만 가득해 보인다.

서울역 건너편 옛날 대우빌딩은 아직도 짙은 밤색깔을 띠고 굳건히 서 있다. 세계를 주름잡던 대우그룹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김우중씨의 신화는 아직도 우리들에게 많은 영감과 교훈을 주고 있다. 세계를 누빈 그런 빛나는 역사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들이 번영을 누리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은 주인이 바뀌었겠지만 저 건물을 보는 이마다 과거 대우그룹을 상상할 것이다.

우리는 서울역을 나와서 옆에 있는 스타벅스로 갔으나 젊은 사람들이 무척 붐비고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노트북을 펴놓고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많았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셔야 부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한국의 젊은이들, 이런 번잡한 곳에서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젊은이들의 남을 배려하지 않는 염치없는 세태가 한심했다. 빈자리가 없어 우리는 그곳을 나와서 한강로 변에 있는 작은 커피전문점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서울역 신청사
커피는 내가 사기로 했기에 친구는 카페인 없는 커피, 나는 초코라떼를 시켰다. 우리는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30분 점도 이야기하다가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면서 일어섰다.
이제는 옛친구를 만나도 옛날처럼 술을 마시거나 2차, 3차는 없이 식사만 하고 차나 한잔 마시고 헤어지는 것이 대반사라고 했다. 기타 노년에 접어든 고교 동기생들의 우울한 소식만 접하고 보니 부귀영화가 반드시 인생의 행복을 가져주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해주었다.
자기는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하여 우리는 지하철 입구에서 헤어졌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친구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나는 4호선 지하철을 타고 용산역으로 2시 청춘열차표를 예매하고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역사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용산 역사는 갈때마다 변화하는 모습이 다양하다.
물론 지금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앞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언젠가는 지옥행 열차를 대부분 타겠지만, 인간관계가 복잡하여 삶이 고될수록, 권세와 재물에 욕심이 과할수록, 사람은 빨리 늙어가고 불행한 노후를 보내다가 이 세상을 하직하는 것이 다반사일 것이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는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 것이 없으니 마음이 너무 편하다. 산다는 게 무언지 알 수 없다. 가을 태양은 지옥의 서울 대지 위를 강렬하게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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