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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역사 1253 : 로마 제국 958 ( 로마 제국과 기독교 6 )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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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역사 1253 : 로마 제국 958 ( 로마 제국과 기독교 6 )

두바퀴인생 2023. 7. 1. 03:12

로마의 역사 1253 : 로마 제국 958 ( 로마 제국과 기독교 6 )

 

 

 

로마 제국과 기독교 6

두번째는 할례다. 사전에는 '남자 생식기의 표피를 짤라내는 종교적인 관례'라고 설명되어 있다. 유대교도에게 할례는 신과의 계약을 맺는 증거이고, 태어난 28일째 되는 날 하도록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갓난아기라면 모를까 어른 남자한테 할례를 하면 엄청난 고통과 많은 출혈이 따른다. 유대인은 선민사상 때문에 타민족에게는 적극적으로 포교를 하지 않았으나까, 할례 대상을 유대인 사이에 태어난 갓난 사내아기로 한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족과 인종를 초월하여 누구한테나 문호를 개방한 기독교는 사정이 달랐다.

<사도행전>에는 로마군 백인대장이었던 코르텔리우스의 개종을 이야기한 대목이 있다. 하지만 1세기 중엽의 로마 시민권자였던 이 남자에게 할례를 강요했다는 기록은 없다. 초기 기독교회의 사도들은 할례주의자였던 모양이다. 실제로는 할례를 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었던 게 아닐까. 어쨌든 기독교회는 할례의 관습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사람도 환영했다. 따라서 당연한 일이지만, 새로 신자가 된 사람은 대부분 성인이었을 것이다. 이런 현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사실상 할례는 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할례를 하지 않아도 되다는 점은 로마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인 효과를 발휘했을 게 분명하다. 로마인은 예로부터 할례를 혐오했다. 유대 민족에 대한 경멸감의 절반은 바로 할례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유대교도에게 할례를 금지시키고 범죄자에게 할례를 시키는 방법으로 할례가 갖는 의미를 떨어뜨리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

이처럼 원래부터 혐오감을 품고 있었던 일인데다 자신들보다 한 단계 아래라고 생각하는 유대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관습이고 더군다나 격렬한 통증까지 따르는 할례를 하지 않아도 돤다니까, 로마인의 기분이 어떠했는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앙의 길로 들어서려면 나름대로 입교 의식이 필요하다. 그리스 - 로마의 종교에는 입교 의식이 없기 때문에, 기독교는 더욱 입교 의식이 필요하다. 또한 할례는 폐지한다 해도 그 자리를 무언가로 메우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독교도 입문에 세례 의식을 생각해낸 사람은 어쩌면 천재인지도 모른다. 할례같은 고통도 없고 피도 나지 않고 아무런 고통도 없다. 일신교이기는 하지만 타종교도 인정한 미트라교에서는 자기 몸에 상처를 내지 않고 소를 죽여 그 피로 입교 의식을 치른다. 그런데 기독교 입교 의식은 머리에 물을 끼얹을 뿐이다. 소박하고 천진하고 평온하고 게다가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그래서 기독교의 문지방이 낮이진 것이 당연해 보인다.

세번째로 든 제국의 공직과 병역의 의무를 기독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성 바울은 공동체에 대한 의무라 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인간의 몸에도 많은 부분에 있어서 각기 다른 기능을 하고 있듯이 그리스도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는 우리 공동체도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바지하는 많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인 이상 타고난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정을 잘 하는 사람은 행정관, 가르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은 교사, 설교를 잘하는 사람은 설교사를 하면 된다.>

이것은 기독교도라도 로마 제국 공직에 취임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인간 사회는 윗자리에 서는 사람이 없으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성 바울은 '권위에 대한 의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각자는 모두 윗 사람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의 가르침은 신 이외에는 어떤 권위도 인정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권위는 신의 지시에 따라 권위가 된 것이다. 그런 권위에 복종하는 것은 결국 현세의 모든 권위 위에 군림하는 신에게 복종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로마 제국도 전혀 껄꺼러울 일이 없을 것 같다. 로마 제국의 어떤 권위도 인정하지 않는 유대교도의 생황방식에 비하면, 기독교회의 유연성에는 그저 경탄할 수밖에 없다. 맨 위에 있는 것은 유일신이라는 조건을 붙여 현세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 권력의 세습까지도 인정하는 사고방식이야말로 기독교가 결국 권력자 계급에 받아들여진 첯번째 요인이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