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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겨울철 자전거 주행 풍경 2

겨울철 자전거 주행 풍경 2

 

 

 

 

 

 

지난 19일,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이곳 남양주 호평동을 하얀 천지로 바꾸어버렸다. 지난 17일에는 코로나 3차 접종을 맞았고, 의사가 3일 간은 격렬한 운동과 음주를 금지하라고 말했다. 다음날 토요일부터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라 이참에 푹 쉬기로 했다. 또 일요일에는 눈까지 내려 자전거 주행도 불가능해졌기에 쉴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면 고지대나 비탈진 언덕 위에서 사는 경우, 사람이나 차량이 이동하는 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젊은이들이야 모르겠지만 도보로 걸어가야 하는 나이든 사람들은 미끄러질 활률이 높기 때문에 골절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관리원이라도 있어서 제설 작업이라도 열심히 한다면 모르겠으나, 관리원도 없는 곳이라면 내 집 앞의 눈도 치우지 않는다.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 이런 사회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인도의 눈을 치울 사람은 없다. 이런 비탈진 길을 노인들에게는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높아서 전망 좋고 경치 좋은 게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 호평동에서 금곡역까지 이어진 자전거 도로에는 응달이 많아 눈이 한 번 내리고 나면 잘 녹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산책하는 사람들이 밟아 눈이 다져진 상태라 더욱 잘 녹지 않는다.

 

2년 전에 눈이 일주일 간격으로 폭설이 내려 남양주시 자전거 도로 담당자에게 제설 작업을 요청했는데, 처음 한두 번은 제설 작업을 하더니 나중에는 눈이 저절로 다 녹을 때까지 감감무소식이었다.

 

아마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여 그럴 것이라 생각했지만 처음에는 하더니 안 하는 이유를 상상해보았다. 구리시가 담당하는 왕숙천은 우선적으로 제설 작업을 한 모양이다. 그러나 남양주시가 담당하는 자전거 도로는 대략 50~60킬로미터 정도 거리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산책하는 한강, 팔당, 조안리, 마석 쪽에 치중하고 이곳 금곡~ 호평동 구간은 사람들이 적어 우선 순위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자전거 도로 난간에는 남양주시에서 "강설시 자전거 주행은 위험하니 자제해달라"고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눈 내릴 때 자전거는 타지도 않지만, 눈 내린 다음에 바로 제설 작업을 해주면 산책하는 사람이 밟지도 않고 응달은 빨리 녹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 빠른 제설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서 그럴 것이라 생각되지만 제설 작업 우선순위가 떨어지니 말을 돌려 "위험하니 타지 말라"는 것처럼 보인다. 

 

눈이 내린 후 이틀 후, 월요일 기온도 오르고 그동안 눈이 어느 정도 녹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자전거를 타고 나갔는데, 금곡역까지 응달은 눈이 이제야 약간씩 녹고 있고 바닥은 눈과 얼음물이 녹으면서 철벅거리는 상태였다. 햇빛이 비치는 양지쪽은 대부분 녹았고 퇴계원역을 지나 태능 화랑로를 가는 동안 눈은 대부분 녹았다. 

 

태능 입구역에서 토스트와 오뎅을 사먹고 중량천에 들어서니, 이곳도 눈이 거의 다 녹고 다리밑이나 응달 부분에는 약간의 흔적만 남아 있다. 똑섬을 지나 잠실 대교를 경유하여 구리 한강시민공원까지는 대부분 양지지만 자전거 도로의 눈을 치운 흔적도 보인다. 사능역, 금곡역까지 제설 작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양지라 대부분 녹았다. 

 

그런데 금곡역에서 호평동까지는 응달에는 눈이 아직 녹지 않아 그대로 얼어 있는 상태였다가 오후가 되니 이제야 조금씩 녹고 있었다. 중량천과 한강의 자전거길을 담당하는 지자체는 양지쪽이지만 이렇게 열심히 논을 치우는데, 남양주시는 눈을 치우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강설시에는 위험하다면서 자전거를 타지 말란다. 그러나 주민 복지를 위한다면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면 응달 부근에 염화칼슘이나 제설 도구라도 도로 옆에 비치해두면 주민들이 치울 수도 있을 것이다. 눈이 잘 녹지 않는 이런 응달에 대한 집중적인 제설작업이 절실한 이유다. 산책하는 사람들도 엉금엉금 걸어가고 자전거는 주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틀 동안 타지 못했던 것이다. 

 

 

 

 

 

 

아파트 제설 작업도 제설 장비도 부족하고 염화칼슘도 비치하지 않고 있다. 아침에야 관리원 아저씨들이 힘들게 제설 작업을 하는데, 장비를 비치하면 주민들 중에서 시간이 허락되는 사람이 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2년 전에는 염화칼슘을 비치해두었지만 포장을 뜯어서 살포하는 아무런 장비도 없이 포대 채로 형식적으로 비치하더니, 40킬로 1포에 만원인 넘는 비용으로 예산이 많이드니까 이제는 그것조차도 비치하지 않고 있다. 

 

다져진 다음에 눈을 치우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사람들이 밟거나 차량이 지나가면 단단하게 다져지고 밤새 얼면 얼음으로 변하기도 한다. 요즘은 넘어져 골절되어 다쳐서 병원을 가도 코로나로 경황이 없는 병원에서 응급 환자도 대접도 못 받은 현실이다.

 

 

 

 

 

 

아파트 현관 입구에는 눈이 내리면 맨 먼저 눈을 치워야 한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아 입구에는 우선적으로 눈을 치우는 게 당연하다. 차량이 다니는 도로를 우선적으로 치우는 게 아니다. 사람이 도보로 다니는 보도를 우선적으로 치우고 아파트 입구, 경사지, 응달 지역을 우선적으로 치워야 하는 것이다. 관리실 입구와 각 동 현관 입구에는 제설 도구도 비치하고 시간이 되는 주민들이 스스로 눈을 치우도로 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내 집 앞의 눈을 먼저 치우는 사회적 분위기는 실종된 지 오래다. 남을 배려하는 배려심도 상실된 지 오래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심, 그것은 사회적 자본을 쌓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의 현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