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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을 달리며 삶을 노래하다.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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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을 달리며 삶을 노래하다.3

두바퀴인생 2019. 6. 14. 04:07







북한강을 달리며 삶을 노래하다 3



         

                                   양수리 물의 정원 양귀비 꽃밭 전경



제3차 장거리 주행


6월 2일 일요일. 3차 장거리 주행을 실시했다. 



                                


이번에는 남양주 순환도로를 주파하기로 했다. 예비 밧테리와 열쇄를 잘 챙기고 얼음과 음료수도 준비하고 블랙박스와 스피커 보조밧테리도 챙기고 아침 6시 경 호평동을 출발했다. 매일 다니던 금곡역과 사능역을 지나 왕숙천에 들어서니 탁트인 하천변 자전거길이 나타났다. 아침 태양이 찬란하게 비치고 강변의 시원한 바람이 빰을 어루만지고 지나간다. 


작년에 전기자전거를 처음사서 달린 이후 다시 두번째로 가는 길이다.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교량 공사를 하는 곳도 보인다. 그동안 왕숙천변 자전거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고 왕숙천 물도 조금 깨끗해진 느낌이다. 강 주변 군데군데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오염돤 물이지만 열심히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주변 지역에서 흘러나오는 폐수와 오수를 정화하지 못하고 그냥 흘러보내는 바람에 왕숙천이나 중량천은 냄새와 악취가 심하게 나고 강바닥은 각종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다. 주택이나 아파트, 건물을 지을 때 정화시설 설치를 하지만 대부분 정화기능이 저조하고 형식적인 구조라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가 하천으로 흘러든다. 오폐수 처리 시설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여 오.폐수를 그냥 하천으로 흘러보내는 경우 법적으로 강력한 처벌이 병행되어야 하지만 아직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오염된 물고기를 먹은 철새들이 죽어가고 죽은 바다 거북이 배속에는 플라스틱이 가득한 모습이 뉴스에 보도되었다. 지구의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실감하고 있지만 개인이 하는 행동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길바닥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은 스스로 하늘을 보고 침을 뱉는 것이다. 흰두루미, 재두루미 등 여러 철새들이 왕숙천에 군데군데 앉아서 먹이 사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왕숙천 고수부지 산책길겸 자전거길옆에는 노란꽃을 비롯하여 갖가지 꽃들이 군락을 이루어 꽃밭이 조성되어 아름다운 모습을 이루고 있다. 자전거길 주변 정비나 운동 기구 설치, 공연장, 주차장, 꽃밭 조성,왕숙천 정화 노력 등 지자체에서 무척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이고 주변 주민들이 이곳을 열심히 이용하고 있는 듯하다. 넓은 꽃밭을 지금이 아니면 보기 힘들기에 사진도 몇 장 찍었다.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왕숙천 자전거길은 달리기에 좋다. 주민들은 건강을 위하고 몸매를 가꾸기 위해 부지런히 걷고 달린다. 지나온 세월 동안 권력과 재물,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온 지난 인생, 몸 속에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쌓인 화기와 분노, 배신, 억울함 등이 가득찬 분노의 덩어리가 몸 곳곳에서 종양으로 암덩어리로 자라고 있을 지 모른다. 그것을 떨쳐내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은 전장에서 부상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온 병사처럼 지친 육신을 추스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을 집에서 사능역까지 10킬로미터, 사능역에서 12킬로 정도 달리다보니 어느새 한강이 나타났다. 왕숙천은 거의 평지를 달리다보니 자전거 전기 소모도 적고 다양한 주변 경치를 구경하면서 달릴 수 있었다. 


              





한강에 들어서니 서울에서 출발한듯 한 젊은이들이 줄지어 달린다. 도농, 팔당 등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자전거 도로를 따라 열심히 걷고 있다. 


전방 주행등을 켜고 가는 사람은 나 뿐이고 모두가 빨리 달리기 내기를 하는 모습같다. 음악을 들으며 주변 경치를 즐기면서 달리는 사람도 나 뿐인 것 같다. 경쟁하며 빨리 달리고 남에게 보이려는 주행은 사고로 연결될 확율이 높다. 그래서 인생을 즐기다가 죽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인가. 문득 헝거리 참사가 생각난다.

















덕소와 팔당대교 인근의 한강변 자전거 도로는 탁트인 전경이 일품이다. 강폭이 넓고 건너편 조정경기장과 강변 수목지대, 수초, 여울을 이루어 흐르는 강물이 어울려 한폭의 그림을 이루고 있다. 자전거 도로 옆에는 넓은 잔디밭과 운동기구, 꽃밭, 산책길, 벤치 등 각종 시설이 잘 설치되어 있다.


팔당대교 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 언덕과 숲, 마을 길을 달린다. 주변 산하는 만물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여 무럭무럭 힘차게 자라고 성숙되어 가고 있으며 꽃을 피우고 잎이 무성해지고 견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 산천이 가쁜 숨을 쉬고 있는 듯하다.


젊은이들이 무리를 지어 지나간다. 젊은 남여가 혼합되어 달려가는 데 젊은 여자의 뒷모습이 내눈을 끈다. 날렵하고 늘씬한 중간키 몸매에 머리는 뒤로 묶고 헬멧을 쓰고 고글을 쓴 모습으로 달려가는 뒷모습은 보기에 너무 좋아보인다. 남자 친구에 전혀 뒤지지 않고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에서 젊음의 열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군복, 경찰복, 비행기 승무원 유니폼 등 많은 유니폼이 있지만 사람은 제복을 입었을 때 그 사람의 본레의 모습은 감추어진다. 마치 화장을 한 여성처럼 잠티와 주름이 사라지고 미모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아름다움이란 인간의 눈을 흐리게 하고 영혼을 마비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도 나이가 들어서야 겨우 깨닫게 되었다. 아름다움에 너무 빠져들지 말고 사물이나 인간의 본연을 깨닫는 능력, 이것이 바로 사람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위기시에도 정확한 상황 판단과 냉정함을 잃지 않는 성숙함은 스스로 많은 책을 통해서 배우고 사색하고 탐구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만 허용되는 특권일 것이다.  






디어 북한강 철교에 도착했다. 그 웅장한 모습은 변함이 없다. 철교에 녹쓸어 있는 부분은 일부러 정비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으나, 그것이 아니라면 녹쓴 부분을 긁어내고 페인트칠을 다시 했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오래된 철교의 역사성을 나타내려고 그냥 두는지 모르겠으나 어느날 갑자기 철교가 무너지는 불상사가 나지 않을까 하는 것은 나의 기우에 불과한 것일까.


양수리 시내는 무척 많이 변하고 있는 듯하다. 춘천과 마찬가지로 가장 낮은 지대의 도시로 호반의 도시다. 양수리에서 북한강 좌측편 금남리 방향은 다니는차량도 많고 음식점, 카페, 찿집, 모텔도 많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으로 경치도 좋고 불륜에 빠진 남녀가 가장 많이 찿는 곳으로는 최고의 장소다. 


그러나 우측 강변으로 난 길은 다니는 사람이 뜸하고 차량도 적다. 한적한 강변에 별장이 즐비하다. 다니는 사람이 적어 음식점은 그리 번창하지 못하고 연인들이 찿는 찿집이나 모텔, 재력가들이 만들어 놓은 수상스키장, 박물관 등이 강변에 있는 곳이다.


양수리의 두물머리에도 변화가 많고 사람들이 많이 찿아오기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듯하다. 사람들이 찿아오도록 무언가 지방민의 재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지자체에서 무엇이던지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강원도 화천군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데, 산천어 축제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관광객이 몰려들게 되자 부수적인 사업도 벌여 화천군민들의 재정적인 수입이 무척 늘었을 것이다. 옛날에는 양구나 마찬가지로 한적한 시골 마을로 군인들이 외출 나와서 뿌리는 돈으로 겨우 삶을 유지했다. 그래서 양구나 화천은 전방 중에서도 오지 중에서도 오지였다.


그러나 사람이 가난할 때는 굽신거리지만 일단 돈을 벌면 점차 거만해지는 법이다. 초창기에 초빙하여 문학마을을 만들고 홍보에 이용하던 유명 소설가를 쫓아내고 산천어를 학대하는 조롱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 남이 가니 나도 가는 인간의 허영심이 만들어낸 것이 산천어 축제다. 그만큼 겸손함이 사라졌고 자만심이 늘어났다는 증거다. 내 생긱에는 산천어 축제로 큰 부를 쥐게 된 화천군의 번성기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다.
















1년 만에 북한강 철교를 두 번째 구경하게 되었다. 북한강 철교 지나 휴게소에서 사진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북한강 철교를 되돌아와서 금남리 방향으로 들어섰다. 물의 정원 근방을 지나는데 주변에 빨간 꽃들이 만발한 밭이 있고 사진 작가들인지 여러 사람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관상용으로 조성한 양귀비꿏밭이라 했다. 내가 가던 6월 첯주가 앙귀비꿏들이 한창 피는 중이었고 1~2주간 절정을 이루는 기간인 모양이다.  


금남리를 지나는 길은 강변쪽에 나무가 적어 거의 그늘이 없이 따가운 태양이 내리 비치는 길이라 중간에 그늘을 찿아 잠시 음료수를 마시고 다시 출발, 고개를 넘어 지나다가 중간에 편의점에서 얼음과 음료수를 보충하고 밧테리도 갈고 다시 새터 방향으로 출발했다. 


새터에서 마석으로 가는 길은 긴 오르막을 한참 올라가야 한다. 오전의 뜨거운 태양은 아스팔트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그 열기가 얼굴에 달려든다. 밧테리가 생생한 덕분에 쉬지 않고 계속 달린다. 마석 방향에서 내려오는 젊은 자전거족들이 신나게 달려 내려간다. 젊음이 좋다는 것은 겁없이 달리는 무지한 용기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드디어 정상 터널에 도착했고 터널을 지나 내려가다 마석역을 지나서 천마산역 방향으로 달렸다. 저 멀리 순대국밥 집이 보인다. 지난번처럼 국밥을 시키고 두 그릇은 포장해달라고 했다. 순대국을 손주 녀석들을 포함 식구들이 모두 좋아하기 때문이다. 주행거리는 대략 60킬로미터. 앞으로 한 달에 두번 정도 장거리를 달리기로 했다.





혼자 자전거를 타고 장거리를 달리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인생과 너무나 닮은 것인지도 모른다. 오르막은 힘들게 오르고 내리막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마치 우리 인생이 그런 것처럼 성공을 위해 오랜 기간 젊음을 다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여 성공의 길로 가지만 추락은 한순간에 당하는 것처럼 말이다. 오르기도 천천히 내리막길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는 마음의 자세를 배운다. 


자전거를 타는 것은 인생사와 닮아서 비싼 자전거를 사서 타면 가볍고 잘나가지만 보통 자전거는 느리고 무거워서 잘 나가지 않는다. 이는 처음 출발부터 금수저와 흙수저의 인생 여정과 마찬가지다. 같이 비교하면서 달리는 동호회 회원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비싼 자전거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래도 정상에 도착하는 것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차이가 나고 정상에서 추락하는 것은 각자의 생각과 사고의 차이에서 벌어지는 현상일 것이다. 그래서 가진자들은 자신의 부를 이용하여 부귀와 영화를 누리고 남에게 자랑하고 큰 소리치며 자신만만하게 살게 되는 것이다. 백년도 못살면서 천년을 살 것처럼 사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포함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허상이요 거품이며 아침 안개나 빰을 스치는 봄바람 같은 것이다. 


요즘 인기 드라마 <녹두꽃>을 즐거본다. 대사 중에서 전봉준이 한 말 "병사는 피흘려 죽고, 장수는 피말려 죽는다"는 말이 마음 속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수많은 민초들이 동학의 꿈을 성취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고 이 땅의 흙으로 돌아갔다. 그들의 정신과 육신이 썩어 꽃을 피우는 날은 오늘날까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들의 처절했던 삶이 이념과 사상의 대립 속에 분단과 빈부차에 대한 분노를 느끼며 오늘을 사는 우리들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나는 북한강 자전거길을 달리며 삶을 노래하고 있었다.(끝)



* 주말(토, 일, 공휴일) 자전거 주행 동반자를 찿습니다.

   조건 : 1, 주말에 시간이 자유로우신 분 2~3인

            2.  남양주시 일대 지역 근방에 거주하시는 분 

            3. 나이는 50~60대로 자전거를 빨리 달리지 않고 천천히 즐겨타시는 분

            4. 지정된 날짜와 시간, 장소에서 만나 같이 일정 구간 동행 주행

            5. 모든 경비는 각자 부담/ 모든 사항은 협의 후 결정


망자는 비밀 덧글로 이름, 나이, 성별, 거주 지역, 휴대폰 연락처, 최종 경력 등을 기록하여 주시면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