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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북한강을 달리며 삶을 노래하다 1




북한강을 달리며 삶을 노래하다 1


                           

                                                                소양강 처녀상


지난해 6월에 전기자전거를 구입한 이래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다리 근력이 약해져 일반 자전거로는 갈 수 없었던 곳을 여러 곳을 여행할 수 있었다. 사실 젊은 시절이면 모르겠으나 이제는 나이가 들면서 약간만 오르막을 만나면 처음에는 멋모르고 억지로 다녔지만 결국 멀리 가지도 못하고 나중에 오르막에는 끌고 다니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자전거로 단거리 평지를 주로 다니고 장거리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기자전거를 구입하고 나서 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이곳 호평동 주변 일대는 물론, 남양주 순환도로, 남한강, 북한강, 의암호 순환도로, 왕숙천 상류 종점 등 나의 체력으로 일반 자전거로는 감히 생각도 못했던 지역을 여행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사진으로만 보던 아름답고 기억에 남을 자전거 여행지를 답사하게 된 것은 오로지 전기자전거 덕분이다. 사실 젊은이들에게는 전기자전거를 권장하고 싶지도 않고 다리 근력이 왕성한 때라 일반자전거로 어디던지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거나 다리가 다소 불편하거나 근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전기자전거를 권해드리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다. 전기 자전거가 일반 보통 자전거에 비해 비싸지만 그 가격의 몇 배가 넘는 가치와 기쁨을 나에게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전기자전거를 구입할 경우 직접 매장을 방문하여 구입하는 것을 권장한다. 나중에 부품 구입이나 정비를 위해서이다. 전기자전거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자전거를 구입해야 한다. 너무 무겁거나 밧테리 주행거리가 너무 짧거나 부품 구입이나 정비가 불가하다면 고가의 자전거를 오래 터지도 못하고 고장나면 당장 버려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쉽다. 그래서 나는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인터넷을 샅샅이 검색하여 구입했다.

첯째, 가격이 적정할 것. (너무 싸거나 비싼 것 지양)

둘째, 펑크 염려가 없는 통타이어.

셋째, 무게는 가급적 가벼울 것.

넷째, 밧테리 최대 주행거리는 가급적 장거리가 가능한 것을 선택.

다섯째, 국내에서 부품 구입과 정비가 가능할 것.


작년 6월, 전기자전거를 구입한 이래 지금까지 약 5,500킬로미터를 주파했고 앞으로 이 기록은 계속 경신될 것이다. 매일 새벽 15킬로미터 정도를 달리고 앞으로는 한 달에 한 두번 장거리 운행을 할 예정이다. 



직장인이나 사회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퇴직한 후 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아침 운동을 권장하고 싶다. 누구나 퇴직 후에는 장기간 사회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 등으로 지친 몸을 회복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당장은 방황하고 공허감에 빠지기 쉽다. 자신 주변의 사회관계망이 일시에 사라지기 때문에 이제는 아무도 찿지 않는 혼자라는 고독감과 허탈감의 늪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자신의 지위와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허릴없이 사무실을 차리고 친구와 동기들을 끌어모아 놀이터를 제공하거나 남의 사무실이나 기웃거리고 바둑이나 장기 등 잡기로 소일하거나 현실 정치를 비판하고 불평분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무언가 돈벌이르 한답시고 자영업이나 다른 사업을 구상했다가 겅험도 없이 시작했다가 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 저것도 안되니 불법이나 탈법을 궁리하거나 남에게 사기를 칠 궁리를 하는 경우도 많다. 동창회나 항우회, 동호회 활동에 열중하다가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정신적, 금전적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골프나 여행은 비용이 만만치 않고 대부분 등산을 하는 사람이 많으나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또 퇴직 후 일정한 목적 없이 방황하다가 술로 외로움을 달래거나 가족을 괴롭히거나 밖으로 나돌면서 음주가무로 세월을 보내는 경우 정신과 육체를 망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행동하는 경우가 많고 남에게 봉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50대가 넘어서거나 퇴직 후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처음에는 알 수 없으나 얼마간 시간이 지나다보면 매년 정신과 육체가 급속도로 망가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장기간 사회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쌓여 몸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는 것이다. 눈이 침침해지고 잇빨이 하나둘 무너지고 얼굴에는 주름이 깊게 패이고 오장육부 곳곳에는 종양과 암덩어리가 번식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적절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노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그러다가 급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 만나는 것과 저녁 음무가무를 피하고 지금의 생활 리듬을 대폭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부모님의 땅이 있는 고향을 찿아가 농사를 지어도 적응이 쉽지 않고 육체적 피로와 노후가 불안하다. 깊은 오지 산속에 들어가 움막을 짓고 자연인이 되는 경우도 있겠으나 그것은 극단적인 최후의 방법이다. 고성 산불을 보면 산속이라고 안심할 수도 없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도시를 벗어나 인근 위성도시로 나가 자연과 가까이 하면서 공기도 좋고 물도 맑고 교통도 편리하고 생활편의 시설이 발달한 곳을 선택하여 이사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등산도 좋고 달리기, 걷기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이 유산소 운동인데, 운동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으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몸에 활력과 역동성을 살려주는 방법으로는 아침 운동이 그중에서도 아침 자전거 타기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전거 타기는 유산소 전신운동으로 신체 각부위에 많은 활력을 준다. 



나는 아침마다 호만천 근방 운동기구에서 몸을 푼 다음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사능역 방향으로 주행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호만천 옆 공터에서 또 몸을 푼다. 때로는 일주일에 한 두번씩 손주들이 학교가는 시간에 맞춰 아파트 공터에 기다리다가 손주들을 태우고 가기도 한다. 서로 뛰어와서 먼저 타겠다고 다툰다.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하기도 한다. 할아버지가 기다리는 줄 알고 아침마다 뛰어와서 찿는다. 기둥 뒤에 숨어서 기다리다가 깜짝 나타나 놀라게도 한다. 그래서 같이 학교로 가면서 자전거에 태워 가는데 그것이 재미있는 놀이가 되었다. 아마 손주들에게는 어린 시절 아침에 학교 가는데 할아버지가 가끔 자전거를 태워주던 기억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지난 4월 17일, 오랜 고민 끝에 작년에 구입한 같은 종류의 전기자전거 '쉐보레 21M'을 추가로 1대 더 구입했다. 이틀만에 배송이 왔고 처음보다 능숙한 솜씨로 자전거를 점검하고 앞바구니, 앞뒤 흙받이, 전선 연결부위 테이핑 고정, 앞뒤 조명등 달기, 블랙박스 설치, 후사경 장착, 브레이크 조정, 페달 조립 등 점검 및 정비를 했다. 가정 먼저 기존 밧테리와 호환되는 지를 점검했고 호환에는 이상이 없었다. 앞뒤 바퀴가 모두 통타이어라 빨리 마모되는 뒷바퀴의 마모 속도를 줄이기 위해 소형 나사못을 돌아가며 5센티 간격으로 여러개 박았다. 



1차 장거리 주행

새 자전거를 산 기념으로 그동안 미루던 장거리 주행을 결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난 5월12일, 일요일에 춘천을 다녀오기로 했다. 평일에는 전철을 이용할 수 없고 토.일요일, 공휴일에만 전철로 자전거 휴대 이동이 가능하다고 하여 일요일을 선택했다. 


자전거 이동에 사고가 많다고 철도청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모양인데, 매우 근시안적인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방안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전거 장려 정책과는 거리가 먼 가장 안이하고 무식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평일에는 전철을 이용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나중에 호평역사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청춘열차는 평일이나 주말, 공휴일 언제라도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열차표는 역사에서 직접 발급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예비 밧테리 등을 준비하고 지난 5월 12일 일요일 새벽 첯차로 전철을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일요일이라 사람들도 적고 자전거족도 몇 안되는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데 대부분 춘천에 도착하기 전에 중간에서 모두 내렸다. 경춘선 주변 산하는 푸른색으로 옷단장이 한창이다. 오늘은 예비밧테리도 배낭에 지참했으니 남춘천역에서 출발 - 춘천역 - 의암호  순환도로 - 신매대교 - 의암댐 - 강촌 - 가평 - 청평 - 대성리 - 마석 - 천마산역 - 호평동까지 주파하기로 했다. 총 이동 거리는 약 70킬로미터 정도 된다.


드디어  첯차로 남춘천역에 도착했다. 남춘천역에 내려 잠시 준비를 마친 다음 춘천역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공지천에서 의암호 산책길로 들어서서 왼쪽으로 의암호 호반을 바라보며 달렸다. 호수 한가운데 멀리 중도가 보이고 그사이 중도로 들어가는 새로운 다리도 만들어져 있었다. 호반길이 거의 끝날 무렵 춘천역을 지나고 한국 전쟁 당시 춘천지구 전투에서 승리한 유엔군과 국군, 그리고 학도의용군 등의 각종 전적비와 소양강 처녀상이 서 있는 호반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곳 춘천도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섰다. 남춘천역과 춘천역사가 거창하게 새로 신축되었고 도로와 건물이 변하여 길찿기도 그리 쉽지가 않다. 공지천 이디오피아 찿집은 변함없이 옛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고 옆에는 한국 전쟁 16개국 참전국 중 하나인 이디오피아 나라를 소개하는 기념관도 건립되어 있다.


꼭 1년 만에 다시 찿아온 의암호 호반길이다. 소양 제2교도 작년 모습 그대로다. 우측의 춘천 시내에서 가장 높은 봉화산도 숲이 무성하게 자랐다. 소양 제2교를 지나 두미르마을 아파트를 지나 소양 중.고교와 강원교육청 방향으로 계속 달렸다. 중도는 하중도와 상중도 그리고 고구마섬이 연결되어 있어 다음에는 새로난 춘천대교를 지나 가보기로 했다. 



     



드디어 신매대교가 나타났다. 신매대교를 지나면 북한강 종주길 종점이다. 신매대교를 지나 북쪽으로 약 5킬로미터 정도 올라가다가 다시 되돌아 강촌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번 한번 다녀간 아는 길이라 자신감도 생기고 주변 경치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달렸다. 그런데 새로산 자전거의 출력이 먼저 산 자전거보다 좀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직 길들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다. 


그래도 열심히 달리면서 물위에 멋있게 만들어진 나무다리길도 지나고 캠핑촌, 어린이 극장 등을 지나면서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달렸다. 아침 태양은 찰랑거리는 물결에 흔들리며 은빛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자전거길 옆 감자밭에는 감자꽃이 하얗게 피었다. 날씨는 무척 좋은 날씨로 아는 길이라 아무런 걱정 없이 달렸다.  

 

소양교도 변함없고 의암호도 변함없다. 이처럼 세월은 지나도 산천은 그대로 변함없이 그 자리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번 뉴스에는 소양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사람을 만류시킨 제2군단 항공대 중사 이야기가 뉴스에 나왔다. 소양교에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더러 있는 모양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살아도 살기가 싫은 사람,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사람들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을까. 대부분 약자인 그들은 주변의 강자들에게 정신과 육체를 유린당하고 삶의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약자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은 아닌듯 하다. 최고의 권력자, 최고의 기업가, 지식인, 유명 연예인 등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가 많다. 유명인이 되고 자신은 반듯하게 살아왔지만 그의 권력과 재물에 기생하면서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인간들에 의해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면 스스로 양심적인 가책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의 죽음에 일말의 양심적 가첵도 느끼지 못하는 인간들도 많다. 권력이 무엇이고 재물이 무엇인가. 어쩌면 그것은 거품같은 허상인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에는 인간이 아닌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듯하다. 사람인지 동물인지 구분이 안가는 삶을 사는 사람, 권세와 재물에 눈이 멀어 불법과 탈법 등 패악을  저지르는 인간, 자신의 잘못을 거짓말로 부정하는 뻔뻔한 인간, 자신만의 편향된 사상과 이념에 빠진 원리주의자, 관용과 타협을 모르는 독재자, 약자에게 군림하고 강자에게 아부하는 인간,  권세와 재물로 자신의 말초적 만족을 취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영혼과 육체를 유린하는 자, 이런 종류의 인간들은 고대부터 우리 사회에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인간의 마음 속에는 누구나 비슷한 동물적 유전자가 전이되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역사의 오류를 반복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유전자의 진화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의암호의 나무 다리는 물위에 반사되는 태양의 반짝임과 더불어 그대로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곳을 지나갈 때도 속도를 높여 달려야 직성이 풀리는 게 젊음이들인 모양이다. 커브에는 여김없이 자전거 바퀴 자국이 어지럽게 남아 있다. 강촌 방향에서 올리오는 젊은이들이 줄지어 달려온다. 소리를 지르며 남녀가 섞여 손쌀같이 지나간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빨리 달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젊은 시절 나 자신을 보는 듯하다. 물론 젊은 시절 자전거 하이킹 한번 제대로 못하고 자랐지만 이 세상이 무서울 것이 없는 것이 젊음이다. 앞날이 모두 자신의 세상인 것처럼 느껴지고 빠른 속도로 달려도 별로 무서움이 없는 시절이다. 문제는 개죽음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것이다. 매년 자전거 사고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강촌을 지나 올라오는 자전거족들의 다리에 힘이 들어보인다. 아무리 젊음이라도 오르막을 지속적으로 올라가다보면 육체적인 한계에 도달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면 다시 원기를 금방 회복하는 것이 젊음이다. 전기자전거라고 다리 힘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르막은 물론 평지에사도 지속적으로 페달을 밟아주어야 한다. 

     


    



드디어 강촌에 도착해서 편의점에 들렀다. 편의점 앞에는 중년 나이로 보이는 자전거족 몇 사람이 앉아 웃고 떠들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목소리가 유난히 커서 주변이 다 들릴 정도다. 난 얼음과 음료수를 사서 나오면서 그들이 세워둔 자전거를 유심히 살펴보니 지난번 호평동 콩나물 국밥 집에서 보던 외제 자전거였다. 가격이 천만 원대를 웃도는 고급 자전거다. 돈 좀 가진 인간들이라 그래서 남 눈치 안보고 목소리가 큰 모양이었다. 자본주의 사회는 가진놈들의 목소리가 큰 것이기 때문이다. 


각종 모임이나 동창회, 향우회를 나가면 권세가 높고 재산이 많은 인간들이 목소리가 크고 회장, 부회장, 총무 등 다 해먹는다. 퇴직 후 우연히 고향 친구를 만나게 되어 중학교, 고교 동창회, 향우회 등에 나갔는데 나중에는 후회를 했다. 그런 모임에는 권력가, 정치가, 검/경찰, 교수, 조폭, 기업가, 중견기업 사장, 고위 공무원, 다단계 사업자 등 소위 시회적으로 좀 출세했다는 놈들의 놀이터였고, 집으로 매번 날아오는 모임 및 회비 독촉 편지가 끊임없이 날아온다. 퇴직 후 그런 모임에 나가는 것을 나는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런 모임에서 만난 선.후배가 서로 돕고 이끌어주는 관계가 형성되어 사회 활동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사람이나 정치인, 기업가, 직업상 영업직이라면 모르겠으나 퇴직 후 갈곳이 없다고 쓸데없이 그런 모임에 나갔다가는 내돈내고 눈치보며 밥먹고 모임 내내 말한마디 못하고 기부금이나 회비나 독촉받고 돌아오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기를 당하거나 이용당하는 경우도 많다.











강촌을 지나 갈대숲이 무상한 강변길을 한참 달렸다. 나무 다리가 길게 만들어진 북한강옆 자전거도로도 일품이다. 그런데 나무 그늘이 거의 없다. 이 구간은 숨이 막혀 빨리 지나가고픈 마음이 절실하다. 군데 군데 팬션 민박집, 찿집 등이 보이고 보트를 타고 물놀이를 즐기는 선착장이 여려 곳이 보인다. 난 한여름에 가족들과 이런 곳에 한번도 오지 못했다. 차도 밀리고 인간들이 우굴거리는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격 폭리에 진저리가 나기 때문이다. 


드디어 멀리 가평 철교와 다리가 보이고 다리밑 물놀이 선착장 근방에서 오르막길을 올라 가평 다리에 들어섰다. 가평역을 지나 시골길을 한참 달리니 서울 방향에서 오는 젊은이들이 무리를 지어 무섭게 달려온다. 편의점에 들러 얼음과 커피를 사서 보온통에 담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디. 날씨가 더운지라 10킬로미터도 가지 못하고 시원한 그늘이 보이면 잠시 쉬어 가는 게 보통이다. 청평 유원지를 지나 청평댐 아래 넓은 평지에 도착하였다. 평지 잔디밭에는 모형 비행기를 만들어 날리는 장사꾼들이 여럿 진을 치고 있다. 계속 서울에서 출발하여 올라오는 젊은이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밧테리 눈금이 하나 남았고 깜박인다. 최대한 갈 수 있는 데까지 달려본다. 계기판에는 주행거리는 55킬로미터를 지나고 있었다. 


다리밑 그늘에서 잠시 정차하여 추진력도 딸리고 다리도 피곤하여 밧테리를 교환하기 위해 베낭에서 새밧테리를 꺼내 교체하려고 했더니, 아뿔사! 자전거 밧테리를 자전거에서 분리하는 열쇄를 집에서부터 빠트리고 온 것이다. 이걸 어쩌나! 눈앞이 캄캄했다. 이걸 끌고 호평동까지 갈 수도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대성리역까지 가서 전철을 타기로 했다. 다시 출발하여 깜빡이는 눈금을 바로보며 불안한 마을을 안고 1단으로 천천히 갔다. 완전 방전이 되면 끌고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생각날 때 바로 조치하지 않으면 대부분 잊어버리는 경우가 최근에는 더하다. 늙어가는 증거인가?  강변길을 달려 깜박이는 눈금을 불안하게 바라보면서 겨우겨우 대성리역에 도착했다.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에 대성리역에서 전철을 타고 호평동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