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마을
전기자전거에 대한 허실 7 본문
한참을 달린 끝에 국수역에 도착했다. 국수역에서 내려 자전거 도로를 검색했지만 국도만 나타난다. 국도쪽으로 가다가 아무래도 이상하여 다시 되돌아와서 가게 주인에게 자전거 도로를 물어보았다. 알고보니 바로 역 앞을 지나가는 자전거 도로를 내가 찿지 못하고 헤멘듯하다.
양수리는 지대가 낮은 곳으로 양수리 서쪽 끝단 튀어나온 지역을 '두물머리'라고 부른다. 두물머리는 일반적으로 두 강물이 머리를 맞대듯이 만나 하나의 강으로 흐르는 곳의 지명으로 사용되는데, 합수머리, 두머리, 이수두(二水頭), 양수두(兩水頭) 등으로도 불린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兩水里)에 위치한 남한강과 북한강이 하나의 강으로 합쳐지는, 한강으로 흐르는 지점을 뜻하기도 한다. 두물머리는 물안개가 많고 두 강의 합류 지점이라 힘이 합쳐지는 곳으로 찿는 사람이 많다. 연인들, 고민이 많은 사람, 외로움을 느끼는 정년 퇴직자, 슬픔을 달래기 위해,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며, 두 강물에 흐르는 기를 받기 위해, 힐링을 위해서도 찿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특히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절경이라 한다.
나는 이 철교를 여러번 이곳을 지나다니면서 바라보았던 적이 있다. 넓은 북한강을 가로질러 멋있게 서 있는 이 철교는 자전거 도로 교량으로 바뀐 뒤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보고 나도 꼭 저 철교 위를 달리고 싶었다.
좌우에 펼쳐진 광활한 풍경은 나를 매료시켰고 일반 자전거로는 도저히 이곳까지 올 수가 없어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다. 북한강 위를 달리는 자전거족들의 사진을 보며 무척 부러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이 철교 위를 달리고 있다. 주변의 경치는 내 눈을 호사롭게 만들고 도저히 믿기 않을 현실을 직시하고 달라진 나의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현실에 안주하고 도전을 멈추었다면 이런 꿈을 이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도시의 찌들은 삶을 벗어나 맑은 강물과 푸른 산하를 바로보며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힐링도 되고 기분도 업되어 삶의 활력과 생동감을 더해주는 것이다고 생각한다.
주변 경치와 감회를 느끼며 사진도 찍고 공기도 마음껏 마셨다. 이런 호사를 누구도 대신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구름이 햇빛을 가리는 가운데 3번째 주행하는 길이라 이제는 길도 잘 알고 주변 경치를 샅샅이 살피면서 천천히 달렸다. 얼음물을 큰 보온통에 담아 왔기에 편의점을 굳이 찿을 이유가 없다. 남들은 모양낸다고 바구니를 달지 않았지만 나는 자전거에 바구니를 달고 다닌다. 그 바구니에는 음료수와 간단한 정비 도구, 윤활유, 걸레, 청소용 솔, 블랙박스 밧테리를 담아 다닌다. 바구니를 달고 다닌다고 우습게 불 지 몰라도 니에게는 필요한 바구니다.
요즘은 자전거용 상의에 뒷주머니를 달아 무엇을 넣어다니는 모습을 본다. 베낭도 없고 바구니도 없다. 가벼운 자전거에 빠른 주행을 위해 그렇게 제작되어 나온 모양이다. 차려 입은 폼은 완전히 유명한 세계적인 자전거 선수 암스트롱과 비슷하다.
인간은 원래 빨리 달리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죽음을 불사하고 한밤중에 자동차 경주를 하는 젊은이도 있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아직 젊고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경쟁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누군들 남에게 지고 싶겠느냐마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는 말을 이해하는 날이 오면 그날이 바로 '삶의 이치를 깨닫는 날'이다고 생각된다. 사람들이 삶의 이치를 깨닫는 그 날은 대부분 임종을 앞둔 몇 시간 전이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북한강변 쉼터에서
세 번째 길이지만 나는 이곳 쉼처 벤치를 좋아하게 되었다. 바로 북한강 물가에 가장 인접한 시원한 그늘이다. 나무도 무성하고 사람도 없는 한적한 곳이다.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강물을 바라보는 마음은 너무나 시원하다. 나는 길을 달리다가 시원한 쉼터에 먼저 가던 사람이 쉬고 있으면 그냥 지나친다. 사람을 마주치기도 싫고 말을 걸고 아는채를 하고 싶지도 않다. 지나온 그동안의 삶에 너무 지친 탓인가, 아니면 인간에 너무 마음이 상한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 인생의 감회를 강가에서 새삼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 강물은 설악산 오대산, 방태산에 내린 비가 수많은 인골이 썩어 있는 흙 속에 스며들어 계곡이나 골짜기 물이 되고 그 물이 내린천으로 흘러들어와 현리, 인제를 거쳐 소양댐으로 흘러간다. 소양댐에서 다시 의암댐, 청평댐을 지나, 북한강을 이룬다.이 물은 다시 양수리의 두물머리를 거쳐 팔당댐으로 들어간다. 그 물이 다시 한강을 거쳐 서해로 흘러가는 것이다. 강변의 수목을 자라게 하고 물고기가 자란다, 한강과 서해의 물로기가 모두 인간을 포함한 동물, 식물이 썩어 유기물이 되어 물에 녹아들고 인간이 버린 각종 쓰레기와 오수가 흘러가서 물고기의 먹이감이 되고 우리는 그런 물고기를 다시 잡아 먹는다. 대부분의 갑각류는 하천과 바다의 바닥 청소부인데, 썩은 물고기는 물론 해초류, 모래층 유기물, 조개류, 다른 갑각류 등을 먹고 사는 데, 우리가 먹고 있는 꽃게 등 갑각류가 맛이 좋은 이유가 있는 듯하다.
그래서 강물을 바라보면 저 강물에 녹아있는 무언가가 나를 끌어 당긴다. 이 땅의 생명체들이 죽고 썩어 녹아 있는 저 강물에 유달리 마음이 끌리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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