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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이 병존하는 도시, 서울 탈출기 본문
천국과 지옥이 병존하는 도시, 서울 탈출기
자본 권력을 상징하는 바벨탑, 잠실 롯데 신축 최고층 빌딩 모습
아래 글은 28년간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최근 수도권 인근 소도시로 이사를 하면서 느낀 소감을 기록한 것이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특성과 그곳이 어떤 곳인지 살펴보고, 오랫동안 살았지만 가난한 한 서민이 어떻게 서울을 떠나게 되는지, 그 과정에서 벌어진 인간 사회의 탐욕과 비열함을 감내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그리고 그곳을 떠나기 위해 내놓은 부동산이 팔리지 않아 겪는 마음 고생과 겨우 살 사람을 만나 계약하면서 잔금 날짜 문제로 겪는 고통, 그리고 이사할 곳 집을 선정하는 과정과 선택한 집의 수리와 보수, 그리고 이사하는 과정에서 준비하고 처리해야 할 각종 행정 절차와 요령에 대해서 기술하였기에 혹시 재건축이나 부동산 매매, 집을 새로 매입하여 이사하는 사람은 참고로 하시면 좋겠다. 물론 나보다 더 비참한 이유로 서울을 떠난 사람도 있겠으나, 나의 수준에서 보고 느낀 소감이라고 생각해주면 고맙겠다.
1. 삶의 원천, 희망과 기회의 땅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천국과 지옥이 병존하는 곳이며 자본 귀족과 국가 권력이 자본 노예인 대다수 서울 시민을 착취하며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국부의 대부분이 몰려 있는 서울과 수도권은 지방의 자생력을 흡수하게 되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방과 농촌은 경제적 풍요와 문화적 혜택이 적고, 정보가 늦고 지역 자본이 빈약하여 모든 분야에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지방에 대한 차별화된 사회적 인식이 팽배하여 희망과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 경제가 발전되면서 생활 환경이 변화하고 인식이 달라지자 도시에 대한 기대감이 증가되면서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 대도시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방의 많은 자본과 인력이 고속도로 등 교통이 발달됨에 따라 수도권으로 집중되기 시작하였고, 반면 지방은 공동 현상이 확산되었다. 도시에 대한 기대와 동경으로 농촌의 젊은이들은 희망과 미래가 없는 농촌과 고향을 버리고 개인적인 성공을 위해서 서울로 서울로 모여들었다. 그래서 서울은 인구가 14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는 포화상태가 돠자, 90년대 초부터 일산 신도시, 분당 등 서울 인근 경기도 지역에 신도시를 개발하여 인구를 분산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주소지상으로 서울 인구가 차츰 줄어들더니 최근에는 1000만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것은 서울을 아예 벗어나 지방이나 고향 농촌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서울 주변의 일산, 분당, 판교, 용인, 구리, 진접, 평내, 호평, 마석, 수원, 동탄, 김포 등 신도시가 개발됨에 따라 수도권 지역인 경기도로 이동하였을 뿐이다.
그래서 경기도 지역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서울로 진입하는 교통로는 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또 저녁이나 밤이 되면 강남 일대는 서울을 포함, 수도권 일대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만남과 이별, 사랑과 배신, 환희와 고통 등 밤이 새도록 흥청망청 펼쳐지고 있다. 강남대로 옆 이면도로에는 주점과 음식점, 클럽 등이 불야성을 이루고 밤이 지새는 줄 모른다. 새벽길 바닥에는 현실에 대한 분노의 배설물이 수도 없이 토해져 있다.
50~60년대만 해도 우리 국민들은 한국전쟁 직후 전후 복구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굶주림과 가난을 벗어날 수가 없었는데, 전기, 급수, 수도가 설치되지도 않았음은 물론, 봄철 이맘쯤이면 보릿고개라 하여 먹을 것이 없어 풀뿌리, 옥수수, 감자, 나무껍질, 보리죽 등으로 연명하던 시절이었다. 난 그런 시절에 태어나서 자랐기 때문에 지금이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는지 실감하며 살고 있다. 그때 이후 오늘날까지 큰 전쟁이나 사회적인 격변도 없이 기적적인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어 지금은 엄청난 풍요를 누리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고 모든면에서 경이적인 발전을 이루자 국민들의 깨우침이 달라졌고 사회도 변하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이상 농촌에서는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농촌의 많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몰려들기 시작하였고, 가발, 신발, 장난감, 섬유, 염색 등 영세한 제조업에 취직하여 열악한 도시 노동자 생활을 하며서도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그들은 하나 둘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명절이면 양손에 선물 보따리를 들고 부모님들이 계신 고향을 찿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바로 민족 대이동의 시작이었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논과 밭도 사고 초가 지붕을 스레트 지붕으로 개량했다. 부모 몰래 한밤중에 대도시로 도망쳤던 자식이 금의환향한 셈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처럼 성공하여 금의환향한 자녀를 둔 부모님을 부러워했고 대도시에 대한 향수를 자극받았다.
그래서 희망과 미래도 없는 농촌에서 사느니 차라리 대도시로 가서 하루빨리 안착할수록 자녀들의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전답과 집을 매각하고 농촌 사람들이 대도시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농촌은 텅비기 시작하였고 분교가 폐쇄되고 빈가옥이 늘어났다. 그들은 대도시 주변 판자촌이나 달동네에 안착하여 직종과 급여, 환경이 아무리 열악하더라도 밤낮 주야로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 노력하였고, 가난을 벗어나는 것과 자녀들의 뒷바라지에 온 정열을 쏟았다.
그래서 지금 농촌은 노인들만 남았고 중소도시의 경제력은 서울이라는 대도시로 집중되어 지방은 많은 인력과 자원, 경제력이 텅텅비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 지방은 흡혈귀에게 피를 모두 빨린 사람처럼 힘이 없어서 비틀거리는 지역으로 변질되어 별로 희망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적인 희망과 미래를 서울에서 이루지 않으면 절대로 이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신변 변화의 사다리가 무너졌고 사회의 역동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든 권력과 부가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고 가진자와 권력자들이 거의 독식하고 있어서 그 주변을 맴돌다가 심부름꾼이라도 되는 날에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방 출신 정치인은 정치권에서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람처럼 흔들린다. 지방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역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대면서 권력을 등에 업고 급성장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하루 아침에 쑥대밭이 된다. 국세청 세무조사가 전면적으로 실시되면서 은행 자금줄을 죄이고, 검찰의 대대적인 내사가 진행되면, 각종 게이트 등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밝혀진다.
그래서 회장이 구속되고 관련 기업과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기업 도산은 물론 심지어 공중분해 되기도 한다. 각종 단체, 협회, 법인 등 우리 사회 핵심 조직 대부분의 상층부가 서울에 몰려 있고 모든 권력의 총본산이 서울이다.
한류를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문화도 서울에서 만들어지고 생산되어 확산되고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로 초, 중, 고, 대학도 서울에서 다녀야 하고 명문 학교를 졸업해야 서울 4대문 안에 위치한 소위 일류대학에 들어갈 수 있고 졸업 후 사회에서 그 학연을 이용하여 그들끼리 카르텔을 만들 수가 있다. 모든 유행의 첨단이 서울에서 생산되고 재조된 각종 제품이 서울로 모여들고 다시 유통망을 통해 지방으로 확산된다.
한강의 기적을 이끈 수도 서울, 5천 년 단군 역사 이래 지도층의 수탈과 탐욕으로 인해 가난과 굶주림에 내내 시달려오던 던 이땅의 백성들에게 제3공화국이 이룩한 경이적인 경제 발전으로 인해 엄청난 풍요를 가져다주었지만, 반면에 수도 서울은 비만해졌고 이제는 점차 병들어 가고 있고 휴전선 근거리에 위치하여 벌거벗은 상태로 적에게 언제 불바다가 되고 먹힐지 모르는 도시가 되어 있다. 국가 안보를 미국에 의지하여 안주하며 내부적으로는 각종 비리와 부패에 빠져 개혁을 거부하는 신념없는 군이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천국과 지옥, 성공과 실패, 희망과 좌절, 기회와 위기가 병존하는 서울은 한편으로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삶의 원천이며 희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옥같은 불행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러한 서울에서 나는 28년 동안 살았다. 이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서울을 떠나려 한다. 시골의 가난한 농촌의 한 소년이 청운의 꿈을 품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줄기차게 달려온 긴 세월을 마감하고 다시 지방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쩌면 귀향 본능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나의 고향에는 부모형제는 물론 인.친척은 아무도 없다. 단지 자라면서 본 마을 사람들이 일부 남아 있을 뿐이다. 읍내가 가까운 우리 고향 마을에는 생사공장, 양계장, 돈사, 폐차장 등 각종 환경 오염 시설이 여러 곳 들어섰고 타지 사람들이 많이 이주하여 와서 거의 다른 마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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