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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천국과 지옥이 병존하는 도시, 서울 탈출기 3



천국과 지옥이 병존하는 도시, 서울 탈출기 3



                                                             자본 권력을 상징하는 바벨탑, 잠실 롯데 신축 최고층 빌딩 모습

 




3. 벌거벗은 국부의 중심, 비만과 말기암에 걸린 서울


대한민국 국부가 대부분 몰려 있는 서울은 휴전선에서 근거리에 위치하며 북한군의 장사정포 사거리 안에 위치하고 있어 언제 적의 포격이 날아올지도 모르는 벌거벗은 대한민국 국부의 중심지다. 전기, 수도, 가스, 통신 등 어느것이라도 한순간에 마비된다면, 수도 서울은 바로 생지옥으로 변한다. 고층 빌딩에 근무하거나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무조건 밑으로 내려오지 않으면 얼어 죽거나 굶어 죽거나 대소변으로 오염되어 병들이 죽는다.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서울이지만, 급속하게 비만해진 체구를 이제는 스스로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거인이 되었다.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고 오로지 돈이면 다 된다는 사회, 인간에 대한 존중심은 사라지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는 무엇이던지 스스럼없이 저지르고마는 인간성의 변질, 배가 부른 지금은 유행과 말초적인 감각에만 의존하는 국민들로 변했고, 매일 전국민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데 올인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 대한민국 국부의 대부분이 몰려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적의 위협에도 둔감하고 국제정세에도 아랑곳없이 지금같이 방송사마다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즐기는 데 온 사회가  미쳐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가 언제 절단날 지 모르는 형국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면 군대를 갔다오지도 않은 한 유명 여류작가가 쓴 시나리오라 그런지 군대가 무슨 사랑 놀이터가 되었고 군대 언어를 변질시켰고 스토리 진행도 어이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3성 장군이 청와대 권력자 앞에서 꼿꼿하게 자기 주장을 펴는 장군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어디 있을 것인가? 연신 눈치를 보면서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적는 국무회의 장관들을 생각할 때, 군출신 장차관 등 출세한 자들이 대부분 군대를 자신의 출세 도구로 삼아 자신의 계급과 지위에 연연해 하는 것이 사실이고 이러한 현실과 비교해 볼 때 드라마는 웃기는 이야기다. 또 일개 육군 대위가 상사의 허락도 없이 부대를 이탈하여 애인을 구하기 위해 헬기를 동원하고 갱단과 총질을 하면서 싸움을 벌이는 어이없는 장면도 군대를 모르는 여성 작가가 제멋대로 상상하여 만든 무협소설 같이 현실과는 전혀 맞지도 않는 스토리지만 그것을 잘 모르는 일반 시청자들은 언어적인 기교와 연기에 매혹되어 한.중 양쪽에서 모두가 열광했다고 한다. 의사 입장에서 본 병원 장면 촬영도 진료와 수술, 처방이 대부분 절차와 순서, 투약 등이 엉터리고 사실을 호도하는 내용이 많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벌이는 사랑 싸움에 군대가 놀이터가 되었고 언어의 유희에 남자 주인공은 왕자가 되고 여자 주인공은 공주가 된다. 가슴 후비는 주인공 남녀가 주고받는 대화에 중국의 수 억 인구가 빠져들었고, 그 소식에 처음에는 시청률이 별로였던 그 드라마에 한국 국민들도 빠져들었다. 사람들이 모일 때마다 그 드라마 내용을 모르면 바보가 되고 장안의 이야기가 모두 그 드라마 이야기였다. 여자 주인공의 귀고리, 화장품, 그녀가 입었던 줄무늬 티를 입고 다니는 여자들이 길거리에 무수하다. 자신을 그녀와 동일시 하려는 자기망상에 빠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여자를 위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 저런 남자라면...... 현실이 그러지 못하기에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의 드라마에 한국과 중국의 많은 사람들이 모두가 몽롱한 나르시스에 빠진 허무맹랑한 드라마였다. 

 

정치는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조선 시대 이래로 지속되어 온 파벌과 당파 싸움에 날이 지새는 줄 모른다. 경제는 끝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많은 사람들이 재물을 얻기 위해서 자존심도 버리고 잠을 잊고 노예처럼 일하지만 안정적인 벌이도 직장도 없다. 신분 상승의 기회는 영원히 사라졌고 가진자들의 돈잔치는 우리 사회에 상대적 빈곤감과 열등의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최근에 터진 법조 비리는 그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지난 시절 국민들이 모두 바라보는 가운데 생방송으로 진행하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초임 검사들과의 대담이 기억난다. 젊은 검사들이 대통령을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에 관련된 칼날같은 질문을 퍼붓던 당당하고 의기넘치던 초임 검사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미 그들은 중견 검사가 되었을 것이지만 검찰과 국가의 혁신적인 개혁은 아직 이루지지 못하고 반대로 점차 깊이 썩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최고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집단이 이럴진데 일반 계층은 말해서 무엇하랴. 


젊은이들의 의기와 당당함은 아직 무서움을 모르기 때문이며, 꿈많은 청소년들의 생각과 같다. 군대, 검.경찰 등 조직 사회는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하급자가 상급자의 지시에 불복하면서 바른말, 막말, 법과 규정을 따지다가는 얻어터지고 이빨이 빠지고 쬬인트를 까이고 빰을 맞고 현직에서 쫒겨나고 징계를 받고 시골 한직으로 빙빙돌고 진급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면 결국은 좌절과 실의에 빠져 그 당당함이나 의기는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돈도 빽도 없이 날뛰다가는 언제 한방에 날아갈지 모른다는 것이 우리 나라 조직 사회의 생리다. 아마 그 의기넘치던 젊은이는 지금쯤은 한적한 시골 지방 식당에서 몇몇 지방 유지들과 고스톱을 치고 있거나 술집에서 세월을 한탄하며 술판을 벌이면서 애첩을 주무르고 있을 지 모른다. 

 

그토록 잘나가던 조선업이 붕괴 직전에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려간 전문성도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 오랫동안 야금야금 조선 업종의 실과를 빼 먹었고 치부를 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제는 국민의 혈세로 되살린다고 하니 정권만 잡으면 국민의 세금이 자신들의 쌈지 돈이나 된 것처럼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경우나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금융기관을 장악하고 국고 빼먹기에 열심인 정치권을 보면 국민이 무슨 봉이냐 싶다. 국민의 피와 땀을 빨아먹고 자란다는 국가라지만 정치권의 무능과 오만, 그리고 부도덕성이 나라 경제를 망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의 탐욕과 불신이 넘쳐나고, 믿음과 신뢰가 무너진 이 서울을 나는 이제는 떠나야 한다. 이번에 서울을 떠나면 내 생에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출세하고, 잘 나고, 돈 많고, 권세 많고, 거짖과 사기가 넘쳐나는 이곳 서울. 이제는 훌훌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오염 투성이 공기를 마시지 않고 길고양이처럼 달려드는 차량에 로드킬을 당하지 않고 차량 매연과 미세먼지에서 벗어나 공기가 청명한 푸른 초원과 하늘, 그리고 풀벌레 울음 소리를 밤새 들으며 밤하늘 별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곳, 조금이라도 인간다운 정이 살아 숨쉬는 공기가 청명한 곳으로 떠나려 한다.


골프채도 버렸고 자동차도 이미 폐차 처분했다. 작은방 구석에 처박혀 있던 테니스 가방과 채도 버렸다. 주문 제작하여 사용하던 볼링공도 버렸고, 각종 액자, 기념품, 방패, 지휘봉, 군복, 표창장, 사진 등 대부분을 버렸다. 오로지 남은 것이라고는 자전거 한 대뿐이다. 모두가 허영과 허상에 불과한 것을 두고 추억에 빠져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고 싶지도 않다. 지난 과거의 썩어문드러진 생각을 버리고 다시 참신한 생각으로 머리속을 채우려면 주변 시선을 끄는 물건들부터 버리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벽 자전거를 타면서 어느날 강남 성모병원을 바라보았다. 고층으로 새로 지은 수많은 병실에 불이 켜져있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의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창에 비치는 한강의 찬란한 불빛을 바라보는 환자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한평생 자신과 가족을 위해 오로지 출세와 물욕을 위해서 달려온 긴 세월이 새벽 호수가에 피어 오르는 물안개처럼 잔잔한 앙금을 남기고 사라져 가고 있다. 서울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가족 때문에, 직장 때문에, 자식 공부를 위해서, 더 좋은 취업, 더좋은 대학, 전문 자격증을 따기 위해, 또 일부는 일류에 합류하여 출세하기 위해, 또 죽지 못해 살고 있거나, 자식에게 버림을 받고 홀로 사는 독거노인, 절망과 실의에 빠져 미래가 보이지 않는 중년 가장 등 살기 위해서는 서울을 떠날 수 없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질곡의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지나면 '유'처럼 보이던 주변이 아무것도 아닌 '무'로 변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허상을 보면서 살아왔고 죽음을 앞둔 마지막에는 모든 욕심과 허영이 사라지는 것이다. 삶이 너무나 허망한 짓이 아니던가? 위대한 영웅이나 평범한 보통 사람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이라는 운명을 맞이하는 순간, 지나온 세월이 너무나 허망함에 깊은 한숨을 몰아쉴 것이다. 지나고 보면 모두가 부질없는 욕심이 불과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날이 바로 속세를 벗어나 달관의 세계로 진입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