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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여름 21: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본문
우면산의 여름 21 :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비온뒤 개인 새벽 하늘
지난주 수요일부터 시작된 장마는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도 어느듯 다 지나가고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내리는 빗줄기는 호국영령들의 눈물처럼 하염없이 쏟아지고 있다. 그들은 이름도 모르는 들판과 산꼴짜기에서 한 줌의 흙이 되어 인고의 세월을 지나면서 소리없이 사라져 갔다. 정부의 낮은 보훈지수에 실망하여 국민들의 애국지수는 바닥을 치고 있는 현실이다. 그들의 희생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오늘날 우리들은 자유가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그들의 희생을 딛고 선 이 나라는 지금 국론은 분열되고 가진자와 갖지 못한자가 이질감을 가지고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고 정치권은 권력쟁탈에 목숨을 걸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물가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비참한 생활고는 계속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정부와 가진자들은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 궁리만 하고 서민들은 이리저리 힘겹게 번 돈을 카드, 도박, 고물가, 세금, 이자, 월세, 등록금, 식비 등으로 지출하기 바쁘다.
동부간선도로와 지하철 1호선이 공사장 산사태로 절토면이 붕괴되어 지나가던 자동차 수대가 파묻혔고 사상자가 발생하였으며 그 중 1사람은 사망했다고 한다. 공사 현장의 안전대책도 문제지만 장마철에 대비하여 철저한 대비책을 살피지 못한 감독기관도 문제이다. 또 지나가던 차량이 파묻히면서 흙더미에 깔려 날벼락을 맞은 사람은 무슨 운명이란 말인가!
인간의 목숨은 파리목숨보다도 더 못한 것 같다. 불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죽음을 향해 달려가며 항상 곁에 지니고 살고 있는 듯하다. 인생은 덧없는 것이라 했던가? 고려 태조도 죽음을 앞두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생이란 이렇게 덧없는 것이라네..." 라고 말했다고 했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검란(檢亂)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8일 당초 정·청(政靑)이 합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196조 3항 중 ‘검사의 지위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令)으로 정한다’고 한 대목에서 ‘법무부령’을 ‘대통령령’으로 고쳐 의결하자 대검찰청 지휘부의 일괄 사직 의사 표명에 이어 김준규 총장이 내주 초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찰 지도부의 총체적 공동화(空洞化)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검·경 간 중재에 나서 검찰이 모든 수사의 지휘권을 보유하되 지휘 관련 세부사항은 법무부령에 반영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법사위가 합의안을 다시 바꿔버렸다. 검찰을 아예 탈권화(脫權化)하고 정치적 중립을 훼손시켜 정치권의 예속물로 만들려는 지능적인 수법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민주법치국가에서는 흔들릴 수 없는 대원칙이다.
그러나 다 부질없는 밥그릇 싸움같다. 대통령령으로 하던지 법무부령으로 하던지 검찰이 권력의 시녀 노릇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검찰이 통제하는 현 상황에서도 경찰의 인권유린은 말로 다 못할 것이다. 그런데 경찰에게 검찰의 통제권을 일부 넘겨준다는 이야기다. 이제 경찰도 검찰의 시녀나 노무자같은 처지에서 다소 벗어나려는 몸부림일 것이며 자신들의 권력을 확대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 사건의 발단은 저축은행 비리 수사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정치권에서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제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엇다는 점을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정치권은 검찰과 싸움을 벌이면서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재계와도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모두 자신들을 방어하고 선거에서 이기려는 포플리즘 행태에 불과하다.
우리가 세종을 위대한 군주로 생각하고 후손들이 그의 치적을 존경하고 찬사를 이끼지 않는 이유는 모든 정책이 백성들을 생각하는 데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권력을 잡기 위한 포플리즘 정책은 계획적이지도 못하고 진정성도 없으며 예산도 없이 내건 구호에 불과하며 거품일 뿐이며 오래 가지도 못한다. 그들 정치모리배들에게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권력에 대한 탐욕만 있을 뿐이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30여 년간 군 생활을 했고 지금도 공직에 있다 보니, 경제가 주된 관심사였던 친구들의 눈에는 내가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안보와 남북관계, 전쟁과 평화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중에 빠지지 않는 것은 ‘이 땅에 또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즉 ‘북한은 전쟁을 일으킬 능력이 있는가’와 ‘만일 지금 전쟁을 한다면 어느 쪽이 이길 것인가’ 등이다.
주위에서 나를 보면 새삼 그동안 잊고 지냈던 국가와 안보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떠오르는 모양이다. 인생의 성공으로 자신감이 있는 사람도 ‘전쟁이 없어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텐데’ 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전쟁을 일으킬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30년 전쟁에서 해운상업국에다 델로스동맹의 군자금까지 보유하고 있던 아테네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형편없이 가난했던 농업국 스파르타. 단 하루도 전쟁을 하지 못할 것 같았지만 30년의 전비를 감당했으며 나아가 아테네를 이겼다. 경제력은 군사력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경제력이 곧 군사력이란 공식은 항상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북한의 경제력은 형편없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킬 능력은 얼마든지 있다.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언제 시작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단히 역설적이다.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세상에 어떤 사람이 전쟁을 좋아할까? 그런데도 평화를 외치는 사람은 ‘나는 전쟁에 나가기 싫다’, ‘죽기가 두렵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역사상 전쟁들은 ‘평화를 원한다’고 주장한 국가와 국민에게 휘몰아쳤다.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영토를 지키고, 자유를 수호하겠다’고 선언한 나라는 승리했으며, 그러한 시대는 평화의 시대였다.
그래도 전쟁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 아닌가? 친구의 목소리는 자못 간절해진다. 물론 우리는 이길 수 있고 이길 것이다. 패전한다면 이 땅의 국민은 절반 이상이 희생될 수도 있다. 공직자를 포함한 정부 관계자는 반동으로, 자기 집을 가진 자는 부르주아로, 이 땅에서 암약하며 북을 도왔을 간첩조차도 또 다른 배신을 제거하기 위해 숙청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베트남이 그랬고, 캄보디아도 그러했다. 그런 의미에서 승리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전쟁의 결과는 모두를 패자로 만들 가능성이 더 크다. 성능 좋은 포탄은 산하와 도시들을 폐허로 만들 것이며, 친구가 다니는 좋은 회사들도 다 산산조각 날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전쟁에서는 먼저 적이 나를 이기지 못하게 하고… 적이 나를 이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나에게 달렸다(善戰者 先爲不可勝… 不可勝在己)’고 했듯이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고, 지킬 능력이 있으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조건이 있다. 대단히 역설적이지만 ‘전쟁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설령 전쟁을 해서라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그 정신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족함과 자유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선배 전우들의 피로, 또 우리 손으로 지켜온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누릴 자유도 거저 주어지지 않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안보적인 측면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국방개혁 문제도 결국은 전쟁에서 적과 싸워 이기는 군대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군 구조와 시스템을 현재의 시대적 안보적 상황에 맞게 바꾸어 더욱 강하고 튼튼한 군대로 만드는 것이다.
정대현 국방부 국방교육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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