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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 267 : 고려의 역사 35 (태조실록 5)

두바퀴인생 2011. 6. 11. 03:23

 

 

 

한국의 역사 267 : 고려의 역사 35 (태조실록 5)

 

 

태조 실록(877-943년, 재위 : 918년 6월-943년 5월, 25년)

 

2. 왕건의 조상들과 그들에 얽힌 설화

<고려사> 편자들은 김관의(고려 의종 때 문신)의 <편년통록>에 실린 왕건 조상들에 얽힌 민담들을 함께 소개해놓았다. 편자들은 이 민담을 터무니없는 것으로 일축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사실적인 부분들이 있는 만큼 분석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고려사>에 인용된 <편년통록>은 왕건의 조상을 당나라 왕실과 연관시키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에 자칭 성골장군이라고 부르며 백두산으로부터 전국 산천을 유람하고 다니던 '호경'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전국을 떠돌다가 부소산 왼편에 자리잡은 산골마을에서 장가를 들어 그곳에 정착하였다.

 

그는 체격이 우람하고 기골이 장대하여 활을 잘 쏘았고, 집안도 부유한 편이었다. 하지만 아들을 얻지 못해 사냥을 유일한 즐거움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마을 사람 아홉 명과 함께 근처에 있는 평나산에 매를 잡으려 갔다. 어느덧 날이 저물어 돌아오지 못하고 굴속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는데, 그 굴로 호랑이 한 마리가 찿아들어 입구를 막고 울부짖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자신들 중에서 한 명의 목숨을 호랑이에게 바치기로 결심하고 각자의 모자를 던지기로 하였다. 호랑이 입으로 들어가는 모자의 주인이 희생양이 되기로 한 것이다.

 

열 사람이 일제히 모자를 던지자, 호랑이는 호경의 모자를 물었다. 그래서 호경은 약속대로 굴 밖으로 뛰쳐나가 호랑이와 싸울 채비를 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입구를 막고 있던 호랑이는 호경이 굴을 뛰쳐나가자 곧장 달아나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등뒤에서 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서야 호경은 호랑이가 자신들을 잡아먹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굴에서 구출하기 위해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산을 내려온 호경은 평나군청에 가서 굴이 무너져 아홉 사람이 몰사한 사실을 알리고, 다시 산으로 올라가 그들을 장사 지내주었다. 장사를 지낼 때 산신(산귀신)에게도 제사를 지냈는데, 그때 홀연히 산신이 호경 앞에 나타났다. 산신은 홀로 산을 주관하는 과부였는데, 다행히 성골장군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면서 부부의 인연을 맺을 것을 청하였다. 이렇게 하여 호경은 산신과 부부가 되어 산의 대왕이 되었고 사람들은 더 이상 호경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호경이 산신과 결혼한 것을 안 평나군 사람들은 그를 대왕으로 섬기기 위해 사당을 세우고 아홉 사람이 함께 죽은 그곳 산 이름도 구룡산이라 고쳤다. 하지만 그 후에도 호경은 옛처를 잊지 못해 처의 꿈에 나타나 그녀와 동침하였고, 그러던 중 처가 아들을 낳으니 이름을 강충이라 하였다.

 

강충은 자태가 단정하고 재주가 비상하였다. 그는 개성의 서강 영안촌의 부잣집 딸 구치의에게 장가를 들어 오관산 마가갑에 살았다. 그 즈음 풍수에 능통한 신라인 감간(지방관)인 팔원이라는 사람이 부소군을 방문했다. 팔원은 부소산이 형세는 좋지만 나무가 없는 것이 흠이라며 강충에게 부소군을 부소산 남쪽으로 옮기고 소나무를 심어 바위가 보이지 않게 하면 삼한을 통일할 왕이 태어날 것이라고 하였다.

 

부소군은 원래 산 북쪽에 있었는데, 강충은 팔원의 말을 믿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산 남쪽으로 이사하였고 온 산에 소나무를 심고 지명을 송악군으로 고쳤다.

 

그 후 강충은 벼슬이 높아지고 재산도 많아졌다. 그는 두 아들을 낳았는데, 첯째 아들의 이름을 이제건, 둘째 아들을 손호술이라고 지었다.

 

손호술은 자라면서 지혜가 충만한 사람이 되어 지리산으로 출사하여 중이 되었으며, 이름을 보육으로 고쳤다.

 

보육은 후에 다시 평나산 북쪽 기슭으로 돌아와 살다가 다시 마가갑으로 옮겼는데,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꾸었다. 곡령재에 올라 남쪽을 향해 오줌을 누었는데, 그 오줌이 온 땅에 가득 차 산천이 은색깔의 바다로 변했다.

 

이튼날 그는 형 이제건을 찿아가 꿈 이야기를 하였다. 동생 꿈 이야기를 들은 이제건은 그 꿈이 비상한 인물을 낳을 태몽이라고 하면서 자기 딸 덕주를 동생의 아내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