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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안개속의 경제:맥 못추는 자본시장

 

안개속의 경제 : 맥 못추는 자본시장

 

자본 시장(資本市場)은 장기적인 산업 자금의 수요·공급이 이루어지는 시장을 일반적으로 말한다. 금융 시장을 넓게 해석하면, 화폐 시장(기업의 운전 자금이 거래되는)과 자본 시장(설비 자금이 거래되는)으로 나뉜다. 또 거래 기간의 구별에 따라서 단기 금융시장(관습으로서 1년 이내)과 장기 금융 시장(관습으로서 1년 이상)으로 나뉜다. 그래서 화폐 시장은 단기 금융 시장에, 자본 시장은 장기 금융시장에 각각 대응하고 있다. 또 자본 시장은 장기 대부 시장(금융 기간 장기 대출을 한다)과 증권의 발행 시장(주식·국채·사채 등의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다)으로 나뉜다.

 

 

 

 

부동자금 600조… 경제동력 기능 상실
창업·투자 대대적 활성화 방안 필요

경제가 마이너스 실질금리 시대를 맞았다. 최근 물가는 3.6%나 올랐으나 정기예금 금리는 3% 선이 무너졌다. 이에 따라 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증권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오가며 떠돌고 있다. 시중 부동자금 규모가 600조원에 이른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자산시장이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은 국민이 사유재산을 축적할 수 있는 시장가격 메커니즘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이를 마비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국민들이 근로의욕을 잃는 것은 물론 자본이 형성되지 않아 산업 발전을 어렵게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총장)·경영학

우선 자산시장의 주축을 이루는 증권시장이 문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900선까지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가 1900선을 넘었다. 이러한 주가 상승은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가치가 상승해 나타나는 실적장세라기보다는 마이너스 금리를 피하려는 시중 부동자금의 유입에 따른 유동성 장세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단기 시세차익을 겨냥한 외국자본의 투기적 거래가 시장의 과열을 부채질하고 있다. 따라서 큰손들에 의해 증권 가격이 수시로 오르내리고 부당하게 부가 이전되는 제로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시장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손실을 집중적으로 떠안는 일이 흔하다. 심한 경우 작전세력에 걸려 막대한 피해를 보기도 한다. 이렇게 되자 증권시장은 기업의 창업과 투자자금 조달, 기업가치의 공정한 평가, 이윤의 효율적인 배분과 국민재산 형성 등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자산시장의 또 다른 축인 부동산시장은 더 심각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 2%의 초저금리 시대가 나타나자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 최근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총 345조원으로 국내총생산의 3분의1이나 된다. 이런 상태에서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실업자가 늘자 집을 어렵게 장만했으나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하우스푸어(House poor)들이 늘고 있다. 하우스푸어 숫자가 전국적으로 198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주택 구매 수요가 사라지고 전세 수요가 늘어 전세대란까지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연초만 해도 2억원이었던 아파트 전셋값이 3억원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부동산시장이 국민을 빚더미 위에 올려놓고 서민주거를 불안하게 하는 역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갈 곳이 없는 부동자금은 오피스텔, 원룸, 상가 등 수익성 부동산에 몰려 언제든지 부동산시장을 투기거품으로 다시 들뜨게 할 수 있는 불씨를 지피고 있다.

 

                                      

 


환율전쟁의 여파가 심상치 않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시작한 환율전쟁은 일본, 유럽연합(EU), 인도, 브라질 등이 가세하면서 국제적인 경제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환율전쟁의 휴전선언을 이끌어 내고 후속조치 마련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막상 우리나라는 피해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위안화 등 경상수지 흑자국가의 통화가 절상될 경우 우리나라 원화의 절상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출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외국자본의 국내시장 공략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그러면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더욱 큰 혼돈에 빠진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한가지이다. 기업의 창업과 투자를 대대적으로 활성화해 자금 흐름을 투기에서 투자로 바꾸는 것이다. 기준금리도 단계적으로 올려 마이너스 금리를 탈피해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내수시장 발전, 중소기업과 자영업 육성 등 그동안 수없이 제기됐던 투자 확대 정책을 다시 정비해 강력 추진해야 한다. 여기에 첨단기술, 부품과 소재, 지식서비스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 발전을 서둘러 다른 나라들의 우리 경제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 환율 절상 등 통상압력을 가하면 오히려 그 나라가 손해를 보는 방어적 교역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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