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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시대의 흐름

급등하는 물가, 쪼달리는 서민들

 

급등하는 물가, 쪼달리는 서민들

 

급등하는 생활물가가 서민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고공행진을 하는 전세값이 서민주거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늘어나는 실업률이 서민과 중산층의 희망마저 앗아가고 있다. 밥상대란 전세난 고용 한파 등 3중고의 무게에 서민들은 허리가 굽고 서민생계는 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3중고의 제1고는 물가고다.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기 대비 4.1%나 뛰었다. 20개월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8월 2.6%, 9월 3.6%에 이어 상승률이 가장 가팔랐다.

장바구니 물가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른다.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은 49.4%나 치솟았다. 1990년 통계작성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무 275.7%, 배추 261.8%, 파 145.5%, 마늘 102.5% 등 채소값이 대부분 세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채소값의 폭등은 외식비를 끌어올렸다.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50%나 치솟아

정부는 이상기후 때문이라며 '배추대란'을 날씨 탓으로 돌리고 11월엔 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정부의 낙관처럼 떨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장철을 앞두고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수요나 사재기가 발생할 경우 값은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올해 김장비용(4인 가족)이 40~78%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유치원 납입금, 학원비, LPG가격이 올랐고 원유 곡물 등 국제원자재값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2차 3차 물가상승이 예고되어 있는 셈이다. 중국의 물가급등세도 국내 물가에 적지 않은 위협요인이다. 우리나라 수입의 18%를 차지하는 중국의 물가가 오르면 국내 물가에 전이되지 않을 수 없다.

이래저래 물가는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물가관리 목표 3%는 이미 깨졌다. 만회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2~2015년 중 3.0%로 33개 선진국 가운데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국가 평균인 1% 중반~2% 초중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IMF의 전망에는 우리나라 물가정책에 대한 심각한 경종이 담겨 있다.

물가가 오르면 제자리걸음을 하는 소득을 갉아먹는다. 소득감소효과로 나타난다. 소득이 줄면 소비도 준다. 경기위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체감경기가 싸늘하게 느껴지게 된다. 서민가계는 허망해지게 된다.

정부가 다급해진 모양이다. 뒤늦게 물가안정대책을 쏟아냈다. 관계부처 합동 물가안정회의, 주부 모니터단 활용, 합동점검반 운영, 구조적 제도개선책 마련 등 갑작스럽게 물가관리에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믿기지 않는다. 물가가 문제될 때마다 들어왔던 메뉴로 그 밥에 그 나물 꼴이다. 게다가 물가가 다소 잠잠해지면 백화점식 대책도 꼬리를 감추기 일쑤였다.

장바구니물가 안정이 서민정책 핵심

2008년 3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서민생활안정을 위한 생필품 점검 및 대응계획'이 국무회의까지 거쳐 이른바 'MB물가지수'가 나왔다. 52개 품목을 선정해 집중관리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MB물가지수는 2010년 9월까지 19.1%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일반 소비자물가지수는 8.7% 올랐다. MB물가가 일반 물가의 2.5배나 더 오른 것이다. 물가정책 실패의 전형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나라당도 2년 후의 대선과 충선을 앞두고 '중도실용'으로 선회하겠다고 했다. 중산층과 서민을 껴안겠다는 뜻일 게다. 서민을 껴안지 않고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표계산 방식의 다른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와 여당의 서민정책은 말 따로 행동 따로다. 말로는 물가안정과 서민생활을 걱정하면서도 부자감세 철회를 철회하고 금리도 찔끔 올리는 듯하더니 저금리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환율 또한 물가와는 다른 길로 가고 있다. 물가정책에서 친서민은 보이지 않는다. 친서민과 중도실용의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장바구니 물가안정이 서민정책의 핵심이다. 물가안정 없이 서민을 껴안을 수 없고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김진동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