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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생각의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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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인생 2010. 9. 3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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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광양회와 한국

 

도광양회(韜光養晦).칼날의 빛을 칼집 속에 감추고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중국 외교정책을 말할 때마다 등장하는 고사성어다. 하지만 도광양회가 중국 외교의 근간으로 자리한 것은 30년 남짓밖에 안된다. 고대국가 시절부터 청나라 말까지 오랫동안 기미(羈 · 고삐와 굴레) 정책이 중국외교의 방향타였다. 기미란 말이나 소를 부리기 위해 고삐에서 늘어뜨린 끈을 말한다. 다른 나라를 점령해서 집어삼키는 게 아니라 간접적인 통제를 통해 영향권 안에 묶어 놓는다는 게 기미정책이다.

이것을 버리고 도광양회를 택한 것은 덩샤오핑이다. 덩샤오핑이 권력을 잡은 건 1979년이다. 대약진운동의 실패와 문화대혁명의 영향으로 중국은 피폐할대로 피폐해 있었다. 반면 주변국인 일본은 선진국이 된 지 오래였고,한국 싱가포르 등은 아시아의 4룡이라 불리며 기세등등했다. 국민들을 굶주리지 않게 하는 게 시급했던 중국의 처지에서 기미정책은 꿈도 못 꿀 처지였다. 절치부심하며 힘을 기르기로 한 것은 대단한 결단이 아니었고,어찌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일 뿐이었다.

2006년 4월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미국 시애틀에서 이백의 시 행로난(行路難)을 통해 와신상담의 고통을 표현했다. 중 · 미우호협회가 주관한 만찬장에서 그는 "길은 험하디 험하다. 굴곡과 갈림길이 있는데 지금은 어디인가. 거센 풍파 이겨내고 때가 되면 돛 높이 걸고 창해를 건너리라"(行路難 行路難/多岐路 今安在/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라고 읊었다.

그러던 중국이 마침내 칼집에서 칼을 뺐다. 그 칼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놓고 영유권 분쟁이 일고 있는 일본을 겨눴다. 장관급 이상의 교류 단절 선언에 이어 희토류 광물의 대일 수출 중단,군사지역을 촬영하던 일본인 4명 체포,도요타자동차의 불법행위 적발 조사,일본 관광중단 등 광풍을 일으키며 칼을 휘둘렀다. 일본은 며칠 버티지도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30년간 어두운 곳에서 길러온 중국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일본을 굴복시킬 만한 힘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한 중국의 다음 수순이다. 기미를 다시 잡으려 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막대한 돈을 뿌려가며 친중국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을 보면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홍콩과 대만은 '1국2제(1개 국가 2개 체제)'로 이미 고삐를 잡았다. 동남아시아국가와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역장벽을 없앴고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 등을 잇는 철도도 건설 중이다. 지난 1월 FTA가 발효된 뒤 6개월간 아세안 10개국과 중국의 무역액은 1356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나 늘어났다.

아프리카에는 돈을 빌려주고 몇 년 있다가 부채를 탕감해주는 극단적 선심정책을 펴가며 중국의 우산을 넓혀가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지역에도 막대한 지원과 투자로 영향력을 키우는 중이다. 한국에서도 이젠 공공연히 "중국이 아니면 앞으로 먹고 살기 어렵다"는 말이 나도는 것을 보면 중국을 의식하지 않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문제는 중국의 부상으로 새로운 패권주의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데 있다. 일본은 군사대국화를 지향하게 될지 모른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와 경계를 더욱 강화할 게 분명하다. 한반도는 이들 국가에 둘러싸인 채 두동강이 나 있다. 중국이 30년간 참으며 가슴에 새겼던 도광양회를 이젠 우리가 곱씹어야 하는 게 아닐까.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세대간 일자리 전쟁

 

이른바 ‘세대 간 일자리 전쟁’은 올해부터 본격화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의 대거 은퇴에서 촉발됐다. 통계개발원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조만간 직장을 떠나야 하는 이들 세대는 모두 713만명(남성 359만명·여성 354만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15%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이들을 위해 정년을 연장하거나 은퇴 후 재고용 형식으로 일터에 붙잡아 두는 것이 바로 고령화 복지 대책의 핵심이다. 비록 걸음마 단계이지만 임금 피크제를 통해 고령자 취업기간을 연장시키는 직장도 늘고 있다.

그러난 청년층 취업난은 또 그것대로 야단이다. 통계청의 월별 고용동향을 보면 20대의 실업률은 7.1%로 40, 50대 실업률(각각 2.3%, 2.1%)의 3배가 넘는다. 은퇴를 준비할 나이인 50대의 고용률은 71.2%인데 비해 20대의 고용률은 57.9%밖에 안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미숙한 일손보다 숙련된 일손을 선호하는 일터가 늘기 때문이다. 고용문제 전문가들은 “중견 이하 기업의 70%가량이 청년 구직층보다는 경험이 많은 40, 50대를 선호한다”고 말하고 있다. 청년층 고용은 채용 후 현장 교육에 많은 비용이 들고 이직률까지 심하지만 고령 숙련자는 직장 충성도가 높다는 게 그 이유다.

세대 간 고용전쟁이나 갈등은 과장된 분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확대되면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 경력자와 신규인력을 적절한 비율로 조정하거나 임금 피크제에 엄격한 조건을 다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근원적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는 점은 췌언을 불요한다. 고용 형태의 유연화를 통해 일의 내용과 취업계층을 조화시켜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8.29 부동산 대책 한달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 내놓았던 '8 · 29 부동산대책'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됐다. 이 대책은 투기지역인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한시적으로 폐지함으로써 무주택자와 1주택 소유자가 쉽게 주택을 구입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었지만, 지금까지 효과는 기대에 못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토해양부가 어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실수요자들의 대출신청이 일부 증가했으나 여전히 거래가 뜸하고 신규 아파트 청약도 지지부진하다. 한마디로 주택구매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대책 발표 이후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급락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거래 활성화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0월에만 수도권에서 2만4000세대분의 신규 분양 아파트가 쏟아질 예정이고 보면 시장 불안감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문제는 전셋값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집값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주택구입을 미루면서 전세를 찾는 수요자가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당분간 주택거래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실제 서울 전셋값은 이달 들어 계속 올라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중은 39.7%로,2005년 4분기(41%) 이후 가장 높다. 더욱이 수도권에서 입주 아파트는 10월에 7100여세대에 그치는 등 상반기보다 물량이 적다. 이제 이사철인 점을 생각하면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추가 대책이 나오기 어렵고 강구할 만한 수단도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어제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현 단계에서는 추가적인 보완 대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부동산대책이 효력을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좀 더 두고볼 필요는 있다. 다만 전세값은 민생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가격과 수급동향을 철저히 점검하고,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지원책을 미리 강구해야 할 것이다.

 

 비만 대물림

 

서울 아산병원 박혜순 교수팀은 2005년 2월 독특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부모가 뚱뚱하면 자녀도 뚱뚱할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딸이 더 그렇다는 발표였다. 부모 모두 비만이면 자녀의 비만 확률이 둘 다 정상인 집보다 아들은 6.6배,딸은 13.7배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난 2월엔 영국 플리머스 의대 조기당뇨병 연구팀에서 비슷한 내용을 보고했다. 8살 미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했더니 살찐 엄마 딸은 날씬한 엄마 딸보다 비만 가능성이 10배나 높더란 것이다. 아빠와 아들도 비슷하지만 딸보다는 상관도가 낮다고(6배) 밝혔다.

아산병원 팀은 비만 대물림 현상에 대해 음식 섭취 같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탓 같다고 분석했고,플리머스 의대팀은 뚱뚱한 부모네 아이들이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 그렇다며 부모(예비 부모)를 상대로 영유아 비만 방지 교육을 실시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번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만 보고서가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비만일 때 남아의 비만 확률은 3배,여아는 6배'라고 공표했다. 뚱뚱한 집 딸은 뚱뚱할 수 있다는 게 통설로 굳어지는 셈이다.

보고서는 또 '여성의 경우 학력이 높을수록 날씬하다'는 것과 함께 대다수 OECD 회원국과 달리 한국에선 '가난한 집 아들이 부잣집 아들보다 마른' 특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 자식의 체형이 닮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비슷한 식습관은 물론 체형을 보는 관점의 차이도 작용할 수 있다. 할머니가 키우는 집 아이들이 다소 통통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학력과 여성,생활수준과 남아의 비만도가 관련있다는 사실은 무심코 지나치기 어렵다.

교육수준이 낮은 여성일수록 몸매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교육과 삶의 질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없는 집 아들이 말랐다는 것도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날씬하고 크면 좋은데 마르고 키도 작을 가능성이 상존하는 탓이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여성의 비만이 출산에 부정적영향을 미친다는 건 알려진 일이다. 비만 연구가 배리 팝킨(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은 비만이 유전이란 주장은 거짓이라며 날씬해지려면 간식과 패스트푸드를 줄이고 평소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기부에 대하여

 

 더구나 버핏은 의결권이 200개나 주어지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재산기부와 관계없이 경영권에 대한 불안이 전혀 없다. 기업가가 기업 활동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원본의 잠식을 초래하는 기부를 선택할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 이는 오히려 무책임한 행위로 귀결될 수도 있다. 재산기부가 온전히 자비심의 발로로 되기 위해서라도,그리고 지속가능한 기부가 되기 위해서도 기업의 동일성은 유지돼야 한다. 재산적 가치도 원본이 훼손될 수는 없다. 이 점을 기억한다면 자선 재단 등에 대한 각종 족쇄는 풀어야 마땅하다. 기부 관련 세제에서도 그에 합당한 혜택을 주는 것이 옳다. 종교 재단이 면세인 것도 국가 의무에 선행하는 자비심의 전파에 주목하는 것이다. 자선재단 등이 보유하는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기부행위에 높은 세금을 매기는 지금의 제도는 개인의 소유권을 부정하고 결과적으로 기부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록펠러 재단이 가능한 것도,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도 모두 기업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이를 자비와 연결하는 적절한 유인제도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선이라는 것이 재산의 쾌척으로만 이해되는 것은 위선적이며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의 관련 법제는 기업활동을 포기하지 않는 한 개인 기업가의 재산 기부는 불가능하다. 이런 비현실적 제도를 고치지 않는 한 한국에서는 버핏의 탄생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건 없이 던지라는 것은 실로 또 하나의 폭력이며 비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