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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란 우리들에게 무엇인가? 3 본문
명절이란 우리들에게 무엇인가? 3
홀몸노인 100만시대...당신의 부모님들은 안녕하신지요?
고향의 시골 집에서, 도시의 단칸방에서, 양로원에서, 병실에서,
병마와 외로움과 싸우며 당신의 따스한 마음을 그리워하고 있답니다......
1. 명절이 더 외로워
- 자식들 어려운데... 빨리 가야지
- 3명 중 2명 소득, 최저생계비 50만원 이하
- 노인 빈곤율, OECD 최고
급증하는 홀몸노인, 경제난이 가장 큰 걱정
통계청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홀몸노인은 올해 104만3천989가구로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작년(98만7천86가구)에 비해 5만6천903가구가 늘어난 것으로, 전체 노인(535만여명) 5명 중 1명은 혼자 사는 셈이다. 독거노인은 2006년 83만3천여 가구였으니 불과 4년 만에 25% 이상 급증했다. 통계청은 2020년에는 홀몸노인이 1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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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홀몸노인 가구 현황
(서울=연합뉴스) 장성구 기자 = 통계청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홀몸노인은 올해 104만3천989가구로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홀몸 노인 가구당 월소득 분포 및 가구 수 추이. |
가족의 해체와 더불어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홀몸노인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독립된 삶을 추구하며 혼자 사는 노인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60세 이상 노인 1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8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홀몸노인의 월평균 소득은 56만원에 불과하며 이들 중 64.3%는 소득이 1인가구 최저생계비(50만4천원)에도 못 미치는 50만원 미만이다. 비단 홀몸노인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노인들의 경제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자식이 반드시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인식이 쇠퇴하고 있지만 사회가 이를 적절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만 60세 이상으로 국민연금을 받는 이들은 현재 총 237만여명으로, 전체 60세 이상 인구(760만명)의 31%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 1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됐는데 당시 이런 직장에 다니지 않았다면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국민연금 제도가 시행 20여년 밖에 되지 않아 수혜의 공백 기간이 발생한 것"이라며 "1999년부터 자영업자 등까지 제도가 확대됐으니 시간이 지나면 이런 공백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 사각지대..저소득 노인 공공부조제 시급
홀몸노인들의 사정은 이처럼 열악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인색하다.
'2008 노인실태조사'에 나온 소득 50만원 미만 홀몸노인 가구 비율(64.3%)을 전체 홀몸노인 규모(104만4천명)에 대입하면 67만여명이란 수치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생각하는 '보호가 필요한 홀몸노인' 규모는 이보다 턱없이 적은 17만6천명 정도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 김현주 사무관은 "소득뿐만 아니라 건강, 결식 여부, 사회적 고립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에 규모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보호가 필요하다고 보는 홀몸노인조차도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홀몸노인 집에 일주일에 1∼2차례 방문하고 말벗이 돼주는 '노인 돌보미 서비스' 제공자는 13만5천명 정도다. 요(要)보호 홀몸노인 중 나머지 4만여명은 예산 부족으로 돌보미 서비스 대신 자원봉사자 등을 통해 최소한의 안전 확인 정도만 이뤄지고 있다. 노인 돌보미 숫자도 총 5천500여명으로, 돌보미 한 명당 평균 25명 정도의 홀몸노인을 담당하고 있어 세심하게 챙겨주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생활이 어려운 노인은 늘어나는데 정부의 지원은 이에 미치지 못하다는 점은 외국과의 비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가구의 상대적 빈곤율(2006년 기준. 전체 가구 중위소득의 50% 미만에 속하는 가구의 비율)은 45%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는 OECD 국가 노인가구 평균 빈곤율(13%. 2005년 기준)의 3.5배에 달하는 수치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가장 빈곤율이 높은 아일랜드(31%)보다도 14%포인트나 높다. 그러면서도 전체 복지예산 가운데 노인을 위해 쓰는 예산의 비율은 16.85%로, OECD에서 멕시코(13.89%) 다음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노인빈곤 문제 해소를 위해 2008년부터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도입, 65세 이상 노인의 하위 70%에 대해 월 9만원 정도씩 지급하고 있지만 액수가 적어 소득증대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연구원 석상훈 연구원은 "기초노령연금이 수급대상자 확대로 연금 사각지대 해소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지만 수급액의 수준이 낮아 노인들의 빈곤문제를 해소하기는 힘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저소득 노인층을 위한 별도의 공공부조제도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 죽지 못해 살아요
- 자다가 죽엇으면, 노인 자살률 OECD 최고
- 우울증에 술 마시거나 곡기 끓어, 자살이 목적
- 정신의료와 결합한 맞춤형 지원책 시급
우울증 경험률 41%..자살 고위험군
가족도 없이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는 홀몸노인들은 우울증을 갖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전국 60세 이상 노인 1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8년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홀몸노인의 1주일 동안 우울상태 경험률은 41.7%였다. 배우자와 사는 노인의 21.1%, 자녀와 동거하는 노인의 27.2%가 우울상태를 경험한 것에 비하면 홀몸노인의 우울증은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다.
홀몸노인은 다른 노인들에 비해 무력감도 심했다.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없다고 느낀 정도'를 물어보니 '항상 느낀다'고 대답한 노인이 평균 10.8%인데 반해, 홀몸노인은 17.7%에 달했다. 노인돌보미 박영애씨는 "홀몸노인을 방문하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서 몇 시간이고 계속 손을 붙드는 경우가 있다"며 "말벗이 없어 얼마나 외로우면 저러실까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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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인 우울증.자살 실태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보건복지가족부, 통계청 자료. 노인 우울상태 경험률 및 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률 현황. bjbin@yna.co.kr @yonhap_graphic(트위터) |
이명근 대한노인회 노인상담총괄본부장은 "자녀가 있다 해도 부양 의사나 능력이 없어 방치된 노인들은 가족이 있는데도 떨어져 산다는 그 사실 때문에 더 큰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전했다. 이런 노인들의 무기력증과 우울증, 스트레스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우리나라는 모든 연령층에서 자살사망률(10만명당 자살자 수)이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그중 노인층의 자살사망률은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평균 자살사망률이 31명, 그러나 60대는 51.8명, 70대는 79명, 80대 이상은 무려 127.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자살률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만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5년 기준으로 회원국의 65~74살 노인의 평균 자살률은 16.3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81.8명으로 5배에 이른다.
이중 홀몸노인은 자살가능성이 매우 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한국자살예방협회 노인위원회 위원장인 김정진 나사렛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홀몸노인의 우울증은 자신은 물론 주변에서도 '노인이라 말이 없어지는가 보다'라며 간과하기 싶다"며 "우울증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면서 곡기를 끊어서 죽는 등 알게 모르게 자살하는 홀몸노인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성북구, 첫 민관 노인자살예방체제 구축
홀몸노인의 고독 문제는 보건과 복지를 통합해 지원하지 않으면 풀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서울 등 5개 대도시에 있는 광역정신보건센터와 일부 지자체가 운영하는 자살예방센터에서 지원하는 우울증 관리로는 홀몸노인의 자살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울증이 있느냐 없느냐의 접근보다 노인에게 사회적 관계망을 넓혀주고, 복지관과 동주민센터, 정신보건센터, 병원 등이 협력해 개개 노인이 처한 현실에 맞는 통합적인 복지 지원을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고령사회임에도 경제적 위기에 놓인 40~50대의 자살률이 더 높다"며 "노인이 안정적인 자살률을 보이는 것은 노인 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 때문에 지역의 복지기관, 소방서, 경찰서, 정신보건센터, 구청, 대학 등 다양한 주체들이 연대해 올해 초 설립한 서울 성북구 노인자살예방센터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이 센터는 노인 자살에 대한 국가 사회적인 대책이 미약하다는 전제 아래 민관이 협약을 맺고 위험군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떤 기관에서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살을 경험한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센터로 알리고 회의를 개최해 원인을 알아보고 정신 의료가 필요하면 병원과 연계하고, 생활보장 대상자라면 구청과 의논하는 식이다. 참여 전문가들은 경로당 등을 찾아 자살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주변에 위험한 사람이 보이면 신속하게 기관으로 알려 달라고 당부한다. 또 마음돌보미로 불리는 50여명의 자원봉사자는 관리 노인에게 주 1회 이상 전화나 방문으로 안부를 묻는 등 사후 관리도 철저하다.
하상훈 센터장은 "노인 자살을 한 기관에서 대응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폭발적으로 느는 자살에 대응하려면 지역 사회 기관들이 긴밀하게 연대해 생명 안전망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국에 있는 경로당 네트워크를 이용해 고독 문제를 없애자는 제안도 나왔다.
대한노인회는 65세 노인의 약 48%, 260만명 정도가 경로당을 이용한다는데 착안해 전국의 경로당을 중심으로 가족갈등과 노년불안.우울.분노 해소를 위한 교육을 진행할 계획을 진행하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명근 본부장은 "경로당에서 정보를 수집하면 기동성이 없어 경로당에 나오지 못하는 노인들도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며 "우울증 고위험군인 홀몸노인은 더 집중적인 상담을 시행해 노인회에서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3. 늘어나는 노인 '고독사'
- 홀로 앓다 숨지고도 한참 후에 발견되는 이른바 '고독사' 증가
- 약 못먹어 거리에 쓰러져 사망
- 선진국 '사례 관리 시스템' 도입 시급
지난 3월 부산에서는 심혈관 질환을 앓던 60대 할아버지가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되는가 하면, 지난해 5월 청주에서는 병원 출입이 잦았던 80대 할머니가 사망 다섯 달 만에 미라 상태로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되지 않고 사회복지사들에 의해 발견되는 노인들의 고독사 사례는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전국 60세 이상 노인 1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2008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홀몸노인의 질병 보유율은 88.3%로 전체 노인 평균 82.2%보다 높았다. 의사가 진단한 질병 수에 있어서도 배우자와 사는 노인은 1.8개, 자녀와 사는 노인은 1.9개였지만 홀몸노인은 이보다 평균 2.3개에 달했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병인 관절염 유병률을 보면 노인 평균 유병률은 27.4%인데 비해 홀몸노인은 39.7%로 조사됐고, '질병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많다'는 홀몸노인도 노인 평균 30.1%보다 많은 39.2%였다.
영양관리의 측면에서도 '식비가 부족하다'는 홀몸노인은 40.8%로, 배우자와 사는 노인 18.8%, 자녀와 동거하는 노인 18.5%에 비해 훨씬 많았다.
결국 궁핍한 생활 속에 돌보는 사람도 없다 보니 지병을 앓던 홀몸노인들은 숨지고 나서도 주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약도 못 먹고 쓰러지는 홀몸노인들
문제는 홀몸노인들이 돈이 없어 약도 먹지 못하고 죽음으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단칸방에 홀로 세들어 사는 지명호(73.가명) 할아버지는 고혈압과 당뇨병, 요통을 앓고 있지만 약을 제대로 못 먹고 있다. 한 달에 5만원 가량인 약값을 감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의 한 재개발지역에 사는 지 할아버지의 월 소득은 34만원. 기초노령연금 8만8천원과 공공근로 임금 20만원, 폐지를 주워 판 돈 5만원 등 이 전부다. 여기에서 세금 12만원과 부식비 20만원 등 32만원을 빼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면 무상으로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어 지난 4년 동안 심사를 신청했지만 계속 탈락했다. 26년 전에 가출해 지금까지 연락 한번 되지 않는 아내와 아들이 호적에 그대로 남아있는 게 문제였다.
지 할아버지는 한때는 잘나가던 공무원이었으며 성공한 사업가였다.
고교 졸업 후 총무처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할아버지는 이후 맥주공장을 인수했다가 사업이 실패하면서 가족과 헤어졌고, 친지와 형제들과도 왕래가 완전히 끊겼다. 병원비를 벌어 보려고 경비직에 여러 차례 지원했지만 "65세가 넘는 사람은 채용하기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보건소에 보여주며 "약만 좀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 포기했다. 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다 보니 쓰러지는 일도 다반사다.
지난주에도 공공근로에 나가 쓰레기를 줍다 길거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다행히 주변 동료에게 발견됐지만, 병원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집에 드러누웠다.
전세 1천500만 원짜리 집은 너무 낡아 비가 새지만 주인은 동네가 재개발에 들어가면 언제 헐릴지 모른다며 수리를 해주지 않고 있다.
지씨는 "남들 한 달 용돈도 되지 않는 돈으로 살면서 약도 못 먹으니 이렇게 살면 뭐하겠느냐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홀몸노인 통합 관리하는 '사례 관리자' 필요
이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홀몸노인들의 고독사를 막고 질병치료와 신체활동을 돕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중구난방'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노인의 질병치료, 정신건강 관리, 요양 문제, 안전 문제, 빈곤 문제가 각기 다른 기관에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노인병원과 보건소는 질병 관리에 신경 쓰고, 복지관은 안전 확인에 주력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요양만 책임지고, 구청은 경제적인 위기가 닥칠 때만 개입하기 때문에 통합적인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사례 관리자(case manager)'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사례 관리자란 복지 대상자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서비스와 연결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충주대 노인보건복지학과 김현숙 교수는 "노인의 건강 문제는 경제, 심리적인 문제가 모두 연결되어 있고 그날그날에 따라 우선으로 요구되는 복지 서비스가 다를 수 있다"며 "한 사례에 대해 통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과 조직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조추용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지금은 각 기관이 한 노인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나눠 가지고 있어 대상자가 어떤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서로 알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사례 관리자가 대상자의 가정형편과 고민, 필요한 서비스 내용 등 모든 정보를 관리하면서 만족도를 평가하고 부족한 게 있으면 채워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4. 기초생활수급 받기는 하늘에 별따기
- '남 같은' 자녀만 있어도 기초생활수급 어려워
- 전문가들 "부양능력 판단 기준 더 높여야 한다"
서울 중구 신당동 고시원에서 혼자 사는 김성진(79) 할아버지는 새까맣게 때가 낀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올해 여름을 보냈다.
김 할아버지의 한 달 수입은 노인연금 9만원에, 일주일에 3번 초등학교 순찰 지킴이 활동을 하며 받는 공공근로 임금 20만원 등 29만원이 다다. 고시원 방값 23만원을 빼고 남은 6만원으로 담배와 반찬거리를 조금 사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지만 약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담배라도 끊으면 돈을 아낄 텐데 '유일한 낙'이어서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는 "몸이 너무 안 좋으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보건소에 가 약을 탄다"면서 "약값이 다 해서 3만∼4만원 정도지만 나 같은 사람한테는 정말 큰돈"이라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다.
경제적으로 지원을 받기는커녕 거의 연락도 주고받지 않고 사는 아들과 딸이 한 명씩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사무소에 여러 번 기초생활수급권을 신청해 봤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자녀가 부양능력이 있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들, 딸도 어렵게 살아서 경제적인 지원을 받지 않는다고 사정을 해봤지만 그런 분들이 너무 많아 다 수급권을 주기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돈이 지금보다 10만원만 더 있어도 좋겠다"며 "돈이 생기면 약이라도 꾸준히 먹고 싶다"고 말했다.
"자식 연락도 닿지 않는데.."
기초생활수급제도는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있어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자녀가 발목을 잡아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홀몸노인들이 적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홀로 사는 오옥임(83) 할머니는 요즘 2년여 전부터 연락이 끊긴 큰아들을 수소문 중이다. 기초생활수급권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큰아들로부터 '금융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아 큰아들이 부양능력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 할머니는 "큰아들이 사업실패 이후 종적을 감췄는데 이제 와서 이런 일로 찾는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면서 "하지만 큰아들과 연락이 되지 않으면 기초생활수급권을 받기 어렵다고 해 이리저리 찾고 있다"고 말했다.
끝내 큰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그를 '실종자'로 신고하는 방법이 있다. 실종 신고 한 달 뒤부터는 수급권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 할머니 큰아들의 경우 단순히 연락이 닿지 않는 것뿐이지 '실종자'는 아니기 때문에 오 할머니는 이런 방법이 내키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자식이 다세대주택만 소유해도 불가능
자녀가 연락이 닿는다 해도 '부양의무자 기준'에 막혀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가구의 소득인정액(소득평가액+재산의 소득환산액)이 최저생계비 이하면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는데,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다 해도 부양능력이 없어야 한다.
부양의무자는 1촌의 직계가족(부모, 자녀) 및 그 배우자(사위, 며느리)로, 부양의무자의 소득인정액이 부양의무자 및 수급권자의 최저생계비 합의 130% 이상이면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급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4인 가족인 부양의무자의 경우, 자동차가 없고 부동산이나 금융재산 등이 5천400만원 이하(대도시)일 때 소득이 월 243만원 이상이면 부양의무가 있다고 판단된다. 자동차가 있거나 부동산이나 금융재산의 합이 5천400만원을 넘으면 소득이 더 적더라도 부양의무가 있다고 여겨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본인이나 부양의무자가 생계형으로 트럭을 갖고 있거나 다세대주택 한 채만 있어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태진 기초보장연구실장은 "지금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너무 박해 주변의 가족들까지도 빈곤층으로 내몰 수 있다"면서 "현재 최저생계비의 130%로 돼 있는 부양능력 판단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후수단 '부양 회피' 증명은 더 어려워
부양의무 판단기준이 이처럼 박하다 보니 김 할아버지의 사례처럼 자식들이 법적으로는 '부양의무가 있다'고 결론이 났지만 실제로는 생활이 어려워 부양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홀몸노인들은 실제로는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노인들보다 훨씬 열악한 처지에 놓이게 되지만 정부로부터 이렇다 할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처럼 '부양능력이 있는 자식이 있지만 지원을 못 받는 경우'에도 수급자로 선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기는 했다. 일선 시.군.구에서 한 분기에 한 번씩 심의위원회를 열어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거부ㆍ회피하는 경우'를 판단, 수급권을 주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수급권이 주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식들이 '부양 거부'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원만하게 심의가 통과되는데 우리 정서상 부모와 자식이 이런 서류를 요청하고 사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금도 할아버지도 생활이 어렵지만, 자녀들에게 차마 '부양 거부'를 증명하는 서류를 보내달라고는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자식들로부터 '부양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증거서류를 받지 않는 한 수급권을 주기 어렵다"면서 "사정이 딱하다고 명확한 근거자료 없이 수급자로 선정했다가는 감사에서 걸리기 딱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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