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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곤 서울대 교수 |
과학적 근거 없는 반대 말아야
한반도 대운하 건설 추진 계획이 가시화되 면서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주된 쟁점 이슈에는 절차와 시기, 규모 그리고 환경영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이슈들이 국민적 지혜를 모아 신중하게 풀어가야 할 과제들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수경 스님께서 주장〈조선일보 1월 7일자 A35면〉한 것처럼 이 사업은 과연 100년, 200년 후에 환경재앙을 불러 올 사업일까? 그리고 대운하는 과연 개발지상주의의 산물일 뿐일까? 필자는 이 같은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논의의 본질은 이 두 주장에 사실성, 과학성 그리고 합리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환경재앙이란, 최근 일본의 한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처럼, 5년 내에 일본이 자연재해로 침몰하는 것과 같은 대규모의 사건을 얘기하는 것이다. 많은 문헌을 들추어 봤지만 운하건설 때문에 이런 정도의 환경재앙을 겪었다는 기록은 아직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1992년에 완성된 RMD(라인-마인-다뉴브 운하)의 경우 '라인 2020'이라는 지속가능발전 프로그램을 통해 오히려 라인강 생태계를 꾸준히 개선시켜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라인강 생태계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목표치와 기준이 포함되어 있어 미래의 환경지속성이 담보되고 있다. 철저한 모니터링과 전문가에 의한 종합평가를 통한 프로그램 시행의 결과로 조각났던 습지 서식처가 연결되고, 저수로 밖의 자갈 퇴적층이 새로 형성되어 여러 종류의 새가 되돌아옴은 물론, 어류 서식처가 재생되고 있다. 당초에 설정한 수질목표도 이미 달성했다.
특히 연어가 바다로부터 라인강으로 되돌아올 뿐만 아니라, 자연번식까지 되고 있다. 300개체 이상의 연어가 700㎞에 달하는 새로운 어류 이동통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년이 지난 영국의 운하도 꾸준한 생태복원사업의 결과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고니, 오리, 왜가리, 물총새, 붉은 뇌조 등을 볼 수 있다. 여름철에는 도심에서 나비와 잠자리를 볼 수 있으며, 밤에는 습지로부터 개구리와 두꺼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운하가 지나가는 터널 속에서는 박쥐가 관찰되기도 한다.
일반 강보다 엄격한 청정수질 기준을 채택하고 있으며, 산업폐기물의 운반과 도시로부터 운하로의 폐수의 유입이 허용되지 않아 수질도 잘 관리되고 있다.
물론 운하건설로 인한 부정적인 생태적 영향도 없지는 않다. 미국의 어류 및 야생동물청(U.S. FWS)의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뉴욕주 에리운하의 경우 준공 후 몇 세기가 지난 지금 외래 동·식물의 이입으로 아직도 생태계가 교란되어 있다. 기존의 자연자원 특히 고유 동·식물을 보전-복원하기 위한 여러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환경문제는 개인적인 생태적 양심의 대상이기도 하고 공공정책의 이슈이기도 하다. 생태적 양심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0.1%의 훼손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공공정책은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에 바탕을 둔 합리적 의사결정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환경 이슈를 둘러싼 찬·반 편가르기는 그만 두어야 한다. 지금은 환경공동체를 중심으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생산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한 때이다.
경제와 환경의 가치체계에 대한 인정과 상호 신뢰는 서로 다른 공동체가 하나로 합쳐질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오늘의 선택에 우리 사회의 미래 환경이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김귀곤 서울대 교수·환경생태계획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