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경기 신성대 경기 데일리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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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대(辛成大) 전통무예연구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전통무예십팔기보존회장. 국군 전통의장대 무예사범 |
부끄럽습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월드컵 축구에 미쳐 눈길조차 주지 못했던 철없던 제가 부끄럽고, 북한 눈치보고 그들의 이름조차 함부로 입에 담지도 못했던 못난 대한민국이 부끄럽습니다. 행여 돈 퍼주고 받은 노벨평화상에 피 묻을까봐 등 돌린 몰염치한 대통령, 남 따라 저도 평양 구경 가고 싶어 도무지 그런 일 기억나지 않는다는 멍청한 대통령을 뽑았던 못난 우리가 부끄럽습니다.
대한민국. 어쨌거나 참 신기한 나라입니다. 그러고도 아직까지 망하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 저승에서나마 호국 영령들이 이 땅을 굽어 살피고, 이 못되고 못난 후손들을 차마 내다버리지 못하신 모양입니다. 그 음덕에 그저 고개 숙여 감읍할 따름입니다.
새 대통령 당선자께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특사를 보낸다고 합니다. 전문경영인 출신답게 서둘러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보니 한 편으로는 기대한 바대로 일을 과감하게 처리하시는 것 같아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만, 또 한 편으로는 조금만 더 신중하면서도 깊이 있게 다루었으면 하는 욕심도 듭니다.
대통령 당선자에게 부탁드립니다. 이왕 특사를 파견하는 김에 한 사람 더 보내주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전 그분이 지금 어디에 사는지도 모릅니다. 서해교전으로 남편과 아버지를 잃고, 국가의 냉대에 한을 품고, 사랑했던 이 땅과 이웃을 버리고, 대한민국으로부터 가능하면 멀리 떨어진 나라로 이민을 떠난 한상국 중사의 부인과 그 자식을 찾아, 빌고 달래서 다시 이 땅으로 모셔 와야 합니다.
자신의 한 목숨 아낌없이 바쳐 지키고자 했던 조국 땅을 버리고 그의 처와 자식이 이국 만리에서 한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저승에서나마 한중사가 안다면 내일 하늘에서 붉은 비, 붉은 눈이 쏟아질 것입니다. 백 배, 천 배, 만 배를 사죄하고 그분들을 이 땅으로 모셔 와야 합니다. 특사가 한 번에 못 모셔오면 또 보내고 보내야 한다. 그래도 안 되면 당선자께서 직접 가서라도 모셔 와야 합니다. 이는 최고통수권자로서 해내야 할 첫 번째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합니다. 다시는 국가가 백성의 가슴에 한을 심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지난 시절 ‘국가’란 이름으로 국민의 가슴에 밖은 쇠말뚝을 이젠 국가가 적극 나서 뽑아줘야 합니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들의 한과 고통을 덜어주고 명예를 회복시켜줘야 합니다. 그리고 그 후손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야 합니다. 그 각오를 다지는 뜻에서 한 중사의 가족을 다시 남편의 나라,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수단, 방법, 절차, 여건을 따지지 말고 말입니다. 진보니 보수니 하며 따질 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는 한 중사의 넋을 위로하고 그 가족의 한을 풀어주는 것만이 아닐 것입니다. 대한민국 남성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자식 또한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우리 모두 모른 척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동안 높은 곳 눈치 보며 이들을 외면했던 군 관계기관 책임자들도 이참에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고개 숙이는 것만으로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입니다. 진정한 군인이라면 그들 영혼들 앞에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무릎 꿇고 엎드리게 해야 합니다.
권력이 총구에서 나온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머지않아 “군대에 가서 썩는다”는 한심한 대통령이 쫓겨나듯 물러납니다. 소금 뿌릴 사람은 있어도, 손 흔들어 줄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비록 군에는 못 갔지만 그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군인 출신 못지않게 군에 관심과 애정을 쏟으시는 대통령 당선자를 지켜보며 이왕 더 욕심을 내보았습니다.
이번 대통령 취임식 단상에서 한상국 중사의 가족들을 볼 수만 있다면, 함께 눈물 흘릴 이 땅의 한 많은 가족들에게 더없는 위안이 되지 않겠습니까. 용서와 화합, 애국 애민, 희망과 새로운 도전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대내외에 우리 대한민국이 더 이상 한심하고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천으로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새 정권의 첫 단추가 될 것입니다. 부디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데일리안 경기 신성대 경기 데일리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