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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 대통령

두바퀴인생 2008. 1. 10. 19:00

 

[사설]한기총의 과도한 ‘장로 대통령’ 찬양

경향신문|기사입력 2008-01-10 18:23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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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개인의
영혼을 구제하는 한편으로 현실사회에서의 정의구현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인다. 땅에서의 평화가 곧 신의 뜻이기 때문일 터이다. 우리 개신교와 가톨릭 역시 군사독재에 저항하고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헌신한 빛나는 전통을 갖고 있다. 그러나 종교의 현실 참여가 특정 권력자의 정치적 방패막이로 변질될 때는 역기능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런 측면에서 엊그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위해 마련한 ‘국민대화합과 경제발전을 위한 특별기도회’는 적잖은 우려를 자아냈다. 비기독교인의 시선을 의식해 ‘이 당선인과 국가를 위한 특별기도회’라는 명칭을 이렇게 바꿨다고는 하지만 서울 강남의 어느 대형 교회 장로인 이 당선인에 대한 찬양과 개신교에 대한 자랑이 도를 넘는 바람에 ‘국민대화합’과는 동떨어진 행사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날 기도회에서는 “하나님께서 통치권을 강화해주시고” “탁월한 지혜와 능력” “열강이 깜짝 놀라는 신화적 존재” 등 이 당선인에 대해 하나같이 낯뜨거운 칭송이 쏟아졌지만 여기까지는 ‘장로 대통령’에 대한 극진한 애정과 자긍심의 표현쯤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다. 우리가 정작 우려하는 바는 “대통령직 수행에 한국 교회의 힘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기꺼이 협력할 것” 운운한 대목이다.

평소에도 한기총은 서울시청 앞에서 성조기를 흔들고 인공기를 불태우는 극우 집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사학법에도 총력을 기울여 반대하는 등 남북화해와 개혁을 가로막는 행태를 보여왔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직 수행에 필요한 적극 협조’란 무엇을 뜻하는가. 청와대가 요청하면 언제든지 거리로 뛰쳐나가겠다는 것인가. 한기총은 지금이라도 개신교, 특히 강경 보수교단이나 서울의 대형 교회에 대한 세간의 싸늘한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한기총이 눈을 돌릴 곳은 시청 앞의 극우집회 따위가 아니라 이 땅의 억눌리고 가난한 이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