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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변화/미래사회

인공태양 성공!

 

 

‘1억℃ 인공태양’ 핵융합로 세계 6번째 뜬다

한겨레 | 기사입력 2007-09-06 15:30 기사원문보기

[한겨레]

‘인공태양 건설기술의 독립선언!’

 

흔히 ‘인공태양’이라고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 실험시설인 케이스타(KSTAR)가 착공 12년 만에 완공됐다. 이에 따라 대전 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핵융합연구소(소장 신재인)는 오는 14일 ‘핵융합로 건설기술 자립’을 상징하는 시설 완공 선언을 한다. 이 분야의 실험시설로는 세계 여섯 번째이자 가장 최신의 차세대 기술을 구현한 케이스타는 국제 핵융합로 상용화 프로젝트인 ‘이터’(ITER·국제핵융합실험로)의 축소판으로 여겨져 일찌감치 세계 핵융합 과학자들한테 주목의 대상이 돼 왔다.

 

14일 완공 선언을 앞둔 신재인 연구소장의 목소리는 자부심에 차 있다. 그는 “핵융합로의 주요 시설과 장치를 우리 기술로 구축해 국제사회에서 당당한 ‘핵융합로 국가’의 대열에 들게 됐다”며 “최근 상온 검사에서 핵융합로 가동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얻어 이달부터 시운전을 거쳐 이른 시일 안에 섭씨 1억도의 상태를 구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융합로 시설을 보완해 앞으로 2억도, 3억도까지도 구현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케이스타의 주된 임무는 차세대 발전소인 핵융합로의 가동시간을 지금의 10~20초 수준에서 몇십 분, 몇 시간으로 점차 늘려나가며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 기술을 확보하는 일이다.

 

핵융합은 지구에 풍부한 자원인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을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에서 융합시켜 핵분열 에너지를 능가하는 에너지를 얻겠다는 꿈의 에너지 프로젝트다. 하지만 핵융합로 발전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권면 선임부장(원자핵공학)은 “지난 50여년 동안 핵융합로 연구를 통해 핵융합 기술의 문제는 ‘과연 핵융합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발전 시간을 늘리고 에너지 생산단가를 낮추느냐’의 문제임이 분명해졌다”며 “케이스타에 이어 2015년 완공될 국제 핵융합로 ‘이터’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발전 가동 시간은 현재 10~20초에서 수시간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낙관했다.

 

신 소장은 “아직 원자력 발전에 비해 핵융합 에너지의 생산단가는 매우 높지만 원자로에서 나오는 핵폐기물 처리의 사회비용까지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에너지 발전의 중심은 핵융합로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융합 과학자들은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 시기를 대략 2030년대 중반으로 내다보고 있다.

 

케이스타는 한국의 대표적 ‘빅(거대과학) 사이언스’의 상징이 될 전망이다. 융합로 건설에 11년 8개월 동안 무려 3090억원이 들어갔다. 절대온도 4도 가량(섭씨 영하 269도)의 초저온과 초전도, 태양 표면보다 10배 가량 뜨거운 1억도 이상의 초고온, 그리고 고열을 차단할 극진공을 구현하는 첨단의 과학기술이 이 거대 장치에 집결했다.

 

초저온과 초고온, 극진공이 필요한 건 핵을 융합시키는 초고온의 플라스마 상태, 곧 태양의 내부와 같은 극한 상태를 핵융합로 안에다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플라스마’는 낱낱의 원자들이 전자와 핵으로 해체된 상태를 말한다. 권 부장은 “핵융합의 재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 기체에다 높은 에너지를 가하면 기체 원자의 핵(중성자+양성자)과 전자가 분리돼 고체·액체·기체와는 다른 제4의 물질상태가 된다”며 “이런 플라스마 상태가 돼야 ‘겉옷’인 전자를 벗어던진 핵들이 좀더 쉽게 충돌해 융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다 초고온을 더하면 핵들은 에너지를 얻어 더욱더 빠르게 운동한다. 더 강하게 충돌한다. 이렇게 충돌한 중수소(중성자 1개와 양성자 1개)와 삼중수소(중성자 2개와 양성자 1개)의 핵들이 달라붙으면 헬륨 핵(중성자 2개와 양성자 2개)과 혼자 떠도는 중성자가 생기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함께 만들어 낸다. 권 부장은 “우주 생성 초기에 가벼운 원자핵이 융합해 무거운 원자핵이 처음 생성됐던 과정이 이랬고, 지금 태양과 별들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에너지 방출 과정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4일 완공기념식 때엔 이케다 가나메 ‘이터’ 사무총장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저명한 세계 핵융합 과학자들이 대전 케이스타를 찾는다. 연구소는 명실상부한 ‘종합완공식’을 시운전 성공 이후인 내년으로 미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 ‘핵융합로’란 = 원자핵을 이용해 높은 에너지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와 같지만 에너지의 발생 원리는 정반대다. 원자로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핵을 쪼개는 연쇄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데 비해, 핵융합로는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에서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을 융합해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핵분열과 핵융합의 차이다. 핵융합로는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에서 핵융합을 일으켜 에너지를 만드는 태양의 방식을 흉내낸 것이다. 그래서 흔히 ‘인공태양’이라 불린다. 이렇게 해서 생긴 에너지를 열로 바꾸어 증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는 점에서는 핵융합로와 원자로가 같다.


케이스타에 담긴 극한기록
헬륨냉동기 ‘아시아 최대’…용기 -269℃ 유지해야

핵융합연구소는 핵융합로 완공에 즈음해 케이스타에 담긴 극한 과학기술의 기록을 정리해 발표했다.

1. 케이스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초전도 자석을 사용한 핵융합 장치다. 초전도 자석을 만드는 데 쓰인 초전도 선재의 길이는 1만2000㎞에 이른다. 한 줄로 늘어놓으면 거의 지구 지름과 맞먹으며 서울~부산을 27번 왕복하는 길이가 된다.

2. 케이스타의 주 장치를 감싼 저온 용기는 초전도 자석의 운전 온도인 영하 269도의 냉각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진공단열 상태로 제작됐다. 높이 8., 지름 9m, 무게 120톤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고진공 용기다. 국내 최대 규모의 ‘보온병’인 셈이다.

3. 초전도 자석의 냉각에 필요한 헬륨냉동기는 국내 최대 규모이며 일본 핵융합연구센터 핵융합장치(LHD)의 헬륨냉동기와 더불어 아시아 최대 규모다.

4. 핵융합로가 들어선 건물의 콘크리트 벽면의 두께는 무려 1.다. 차폐문은 높이 11m, 너비 11m에다 두께가 1.나 되는 대형 콘크리트인데 무게가 500톤이다.


5. 케이스타에는 1억도 이상의 플라스마와 영하 269도의 초저온 자석이 공존한다. 지상 최대의 온도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