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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좌절은 삶의 동반자다. 대학입시에서 낙방했든, 입사시험에서 좌절했든, 사업이나 결혼에 실패했든 인생이란 밭에는 온통 실패의 지뢰가 널려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패배를 마무리하고, 이를 인생의 교훈으로 승화해 가느냐에 달렸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패배를 한 사람만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다.
2007년 8월 20일, 국민들은 대권의 1차 관문에서 좌절한 박근혜 전 대표의 눈빛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그동안 얼마나 지저분한 선거와 비겁한 뒷다리 잡기에 지쳤는가 말이다. 박 전 대표는 졌지만 지지 않았다. ‘아름다운 승복’은 새로운 도약대로 그녀를 인도할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맞붙었던 1971년 신민당 대통령 경선. 예상과 달리 역전패한 김영삼씨는 승자인 김대중 후보의 당선을 위해 방방곡곡을 누볐다. 당시 YS는 분명 승자 보다 아름다운 패자였다.
국내 10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25.6세에 불과하다. 늘 망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기업의 운명이다. 팬택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데는 박병엽 부회장의 솔직한 과오 인정과 의연한 처신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전국 수천 명의 채권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나는 한강에 뛰어들더라도 수출기업 팬택을 살려야 한다”고 입술이 터지도록 호소했다. 맨주먹으로 일궈낸 전 재산과 경영권을 내놓고 전문경영인 자격으로 백의종군하고 있다. 아직 휴대폰 시황은 안갯속이지만 팬택은 옛 영광 재현을 위해 전 임직원이 손에 손잡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탈북 출신 가수로 유명한 김용씨는 한때 북한 음식 전문체인점 모란각을 설립해 대박을 터트렸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욕심과 잘못된 다단계 사업에 발을 들이는 바람에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었다. 이때 아름다운 패배를 택했다. 자신의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넘기고 ‘깨끗하게’ 물러났다. 이후 그는 어렵사리 모란각 본점을 운영하다가 최근 홈쇼핑에서 만두, 냉면, 김치를 판매하며 보란 듯 재기에 성공했다.
반면 회사가 어려워지자 해외로 도피했다가, 천문학적 규모의 숨겨둔 재산을 찾으러 귀국한 어느 재벌 총수를 보면 비굴하고 초라해 보인다. 그는 실패한 기업인이 아니라, 양심을 버린 범법자이자 사기꾼에 불과하다.
실패와 성공은 닮은 얼굴을 하고 온다. 처음엔 실패처럼 보이는 성공이, 또 성공처럼 보였던 실패가 얼마나 많은가. 실패는 그냥 잘못된 일일 뿐이고, 경험은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성공은 실패를 거울삼아 참고 이겨내는 사람이 맛보는 달콤한 열매다. 미국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한번도 실패하지 않는다는 건 새로운 일을 전혀 시도하고 있지 않다는 신호다”라고 말했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친구 집 거실에서 잠을 자고 빈 콜라병을 모아 끼니를 해결한 대학 중퇴 학력의 스티브 잡스. 그는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난 뒤 11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해 애플신화를 일궈낸다. “애플에서 해고당한 사건은 돌아보면 제 인생에서 일어났던 최고의 사건으로 판명됐습니다. 정말 독하고 쓰디쓴 약이었지만, 이게 필요한 환자도 있는가 봅니다. 때로 인생이 당신의 뒤통수를 때리더라도, 결코 믿음을 잃지 마십시오. 전 인생에서 해야 할 제가 사랑하는 일이 있었기에 반드시 이겨낸다고 확신했습니다.”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 중에서)
포기하고 싶은가. 스티브 잡스가 해고당한 날처럼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훗날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지 모른다.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사상 최악의 삼진아웃 타자였고, 에디슨은 전구 하나 발명하기까지 400번이 넘는 실패의 강을 건너야 했다. 패배하는 데도 수준이 있고 도(道)가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 실패는 하늘이 준 새로운 기회이자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