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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짝' 장관 자리...

두바퀴인생 2007. 9. 2. 13:32

 

 

[사설] 장관 자리가 무슨 '헌신짝'인가

부산일보 | 기사입력 2007-09-01 11:24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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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은 중앙행정기관의 수장이며, 국가의 중대사를 논의하는 국무회의의 구성원이다.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중앙부처 수장으로서는 대통령과 총리의 지휘와 감독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무위원의 자격에서는 법적으로 대통령 또는 총리와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그런 만큼 장관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고자 하는 투철한 공직 의식이 있어야 한다.

 

이치범 환경부 장관이 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해찬 전 총리의 경선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어제 사표를 냈다. 특정 정당의 대선 경선 후보를 돕기 위해 현직 장관이 그만둔 것은 전례없던 일이다. '평양감사도 제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지만 파장과 후유증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환경행정의 파행이 우려된다. 향후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전면 개각이 불가피한 만큼 후임 장관은 6개월의 단명으로 끝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의 행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경선 개입 의혹까지 낳을 수 있다. 이 장관은 "20년 이상 관계를 유지해온 이 전 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는데, 어려울 때 함께하는 게 인간의 도리"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노심(盧心)이 이 전 총리에게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럴 경우 민주신당 경선 자체가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그가 이 전 총리를 도울 결심을 했다면 지난달 초 부분 개각 때 사임하는 게 옳았다.

 

이 장관은 지난해 4월 취임 당시 "국민들이 체감하는 환경의 품질을 높이고, 환경복지를 실현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그의 돌연한 사퇴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무책임한 것이다. 하긴 현 정부 탄생에 기여한 인사 모임인 '청맥회' 회장 출신인 그의 장관 발탁부터가 '보은 인사' 라는 논란이 없지 않았다. 이 또한 임기 내내 '코드 인사'로 물의를 빚어온 노무현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보여주는 일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