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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침공'에 떨고 있는 미 IT업계...

두바퀴인생 2007. 8. 31. 08:07

 

 

[김익현]'중국의 침공'에 떨고 있는 美 IT업계

아이뉴스24 | 기사입력 2007-08-30 11:56 | 최종수정 2007-08-30 13:44 기사원문보기
<아이뉴스24>
 

1964년 2월 7일. 영국의 4인조 보컬그룹인 비틀즈가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첫 발을 내디뎠다.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로 구성된 비틀즈는 이후 미국 팝시장을 뒤흔들면서 수 많은 '비틀즈 마니아'들을 만들어냈다.

 

당시 미국 평론가들은 비틀즈의 위력을 '영국의 침공(British invasion)'이란 말로 묘사했다. '팝의 본고장'을 자처했던 그들은 대서양을 건너온 '비틀즈의 파워'에 전율을 느꼈던 것이다.

 

1970년대 젊은이들을 감동 속으로 몰아넣었던 영화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그녀는 바하, 모차르트, 비틀즈, 그리고 나를 좋아한다"고 되뇌었을 때, 이미 미국은 '영국의 침공'에 굴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국의 침공'이 미국의 문화를 겨냥했다면, 1980년대 이후에 몰려든 '일본의 침공'은 주로 경제 쪽에 집중됐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와 미국 프로야구팀 시애틀 매리너스가 일본인들의 손에 넘어갔을 때 미국은 '영국의 침공' 못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브루스 윌리스가 젊은 매력을 한껏 발산한 영화 '다이하드' 시리즈 첫 편은 바로 무섭게 몰려드는 일본을 의식하면서 만든 작품으로 꼽힌다.

 

'영국의 침공'이 있은 지 40여 년. 그리고 일본의 침공에 화들짝 놀란 지 20여 년. 이제 미국은 동방에서 몰려오고 있는 '중국의 침공' 때문에 또 한 차례 고민에 빠져 있다. 특히 중국의 침공은 자신들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했던 정보기술(IT)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을 더 큰 충격 속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2004년 말 변방의 조그마한 PC업체로 생각했던 레보노가 미국의 자랑인 IBM의 PC 사업 부문을 매입한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미국인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IBM은 미국의 자랑이자, PC산업의 본거지였기 때문이다. PC사업이 더 이상 IBM의 주력 분야가 아니라는 점도 이들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레노보는 당시 IBM PC 사업 부문을 17억5천만 달러에 사들이면서 델과 휴렛팩커드(HP)에 이어 세계 3대 PC 제조업체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바이두를 비롯한 중국 회사들이 연이어 나스닥에 이름을 올리면서 힘을 과시하더니 이젠 아예 미국업체 사냥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이달 들어선 세계 최대 하드디스크 제조업체인 씨게이트의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중국 업체들이 자신들을 인수하려 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씨게이트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PC 시장에서 또 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업체는 아니지만, 이번엔 대만 에이서가 게이트웨이를 7억1천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게이트웨이를 인수한 대만 에이서는 패커드벨까지 손아귀에 넣을 태세다. 두 회사의 목표대로 연내에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레노버를 제치고 PC 시장 3위로 부상하게 된다.

 

최근의 이 같은 상황은 수 십 년 전 일본과 서유럽 회사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것과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일본과 서유럽 회사들이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훼손할 우려를 들어 미국 회사 인수를 반대한 적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공세는 이보다 더 심각한 걱정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경기 호황과 1조3천3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 보유고를 무기로 한 중국업체들의 공세가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몇 십년 전만 해도 '죽의 장막' 뒤에 가려져 있던 신비의 나라 중국. 하지만 이제 중국은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무서운 식욕을 과시하면서 실리콘밸리의 나라 미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뒤진 기술력을 인수합병을 통해 만회하려는 '차이니스 인베이전(Chinese invasion)'의 후폭풍이 어떤 결과를 몰고 올 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